[여론조사] 판 흔든 '지민비조'…유권자 절반, 지역구·비례 모두 범야권 지지

[서울경제·한국갤럽 정기 여론조사]
野 지지층 결집시킨 조국혁신당
"민주당 찍겠다" 8%P 늘어 48%
범야권 비례 지지율 11%P 증가
국민의미래는 한달새 8%P 줄어
2030·중도층 막판 표심이 변수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31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를 찾아 결의를 다지고 있다. 연합뉴스

4·10 총선이 열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 지지층 결집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이끄는 조국혁신당은 비례대표 정당 선호도에서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과 같은 지지율을 기록하며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를 포위하는 모양새다. 조국혁신당의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 가 위력을 확인한 가운데 젊은 유권자와 중도층 표심이 선거전 막판까지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경제신문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3월 28~2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1명을 대상으로 진행, 31일 발표한 정당별 지역구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48%로 집계됐다. 한 달 전 실시된 정례 조사보다 8%포인트 오른 수치다.


반면 ‘국민의힘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답변은 한 달 전보다 6%포인트 빠진 35%에 머물면서 양당의 격차는 오차 범위 밖으로 벌어졌다. 민주당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던 계파 갈등이 공천 마무리와 함께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자 지지층이 재결집했지만 국민의힘은 30%대 박스권에 머문 국정 지지도 등의 영향으로 더 이상 상승세를 타지 못했다.


최대 격전지인 ‘한강 벨트’를 품고 있는 서울에서는 민주당(42%)과 국민의힘(41%)의 지역구 후보 선호도가 오차 범위 이내로 팽팽히 맞섰다. 반면 전통적으로 보수 진영의 지지세가 강했던 부산·울산·경남(PK)에서는 오히려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49%로 국민의힘(36%)을 오차 범위 밖에서 앞섰다. 이번 총선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인 ‘낙동강 벨트’ 성적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세대별로는 50대 이하에서는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반면 60대 이상은 국민의힘이 강세를 보였다. 이번 총선에서 60대 이상 유권자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30%(60대 17.4%, 70대 이상 14.5%)를 넘긴 만큼 세대별 투표율이 승패를 가를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캐스팅보트인 중도층에서는 ‘민주당 후보 지지’가 55%, ‘국민의힘 후보 지지’가 21%로 나타났다.






비례정당 선호도에서는 조국혁신당의 등장이 범야권의 지지층 규모를 키우는 모습이었다. 이번 조사에서 더불어민주연합과 조국혁신당의 비례정당 지지도는 각각 24%였다. 두 정당의 지지도를 더하면 48%로 국민의미래(31%)를 훌쩍 앞섰다. 조국혁신당의 정당 등록 전 진행된 6차 정례 조사에서 범야권 민주 진영의 비례정당 지지도가 도합 37%(민주당 34%, 새진보연합 2%, 진보당 1%)였던 점을 감안하면 11%가량 늘어난 셈이다. 이에 반해 국민의미래 지지도는 한 달 새 8%포인트(39%→31%) 줄었다.


세부적으로 분석하면 ‘지민비조’ 현상은 더욱 명확하게 나타났다. 민주당 지지층의 39%가 비례정당 투표는 ‘조국혁신당에 하겠다’고 답했다. ‘민주연합에 투표하겠다’는 답변(52%)과의 차이는 13%포인트에 불과했다. 40~60대, 서울, 충청권, 영남권(PK·TK)에서는 조국혁신당의 비례정당 지지도가 민주연합을 오히려 앞섰다. 중도층에서도 조국혁신당 30%, 민주연합은 23%로 나타났다. 국민의미래의 중도층 지지도 또한 23%였다.


이재묵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당이 원하는 것은 범야권의 의석을 얼마나 확보하는지 여부인데 큰 맥락에서는 같은 민주당 계열인 조국혁신당이 비례대표 선거를 견인하면서 도움을 주고 있다”며 “민주연합 후보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한다는 문제는 있지만 민주당 입장으로서는 아쉬울 게 없다”고 평가했다.


총선까지 남은 기간 동안 변수는 유권자들의 최종 지지 후보 변경 여부다. 현재 지지 후보를 총선 때까지 계속 지지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26%가 ‘다른 후보 지지로 바뀔 수도 있다’고 답했다. 전체 응답자의 4분의 1에 달하는 규모다. 18~29세는 57%, 30대에서도 44%가 지지 후보 변경 가능성을 내비쳤다.


민주당에 높은 지지 의사를 보낸 중도층 또한 41%는 ‘지지 후보를 바꿀 수 있다’고 밝혔다. 총선이 종반으로 접어든 상황에서 어느 정당이 막판 위기 관리를 잘하느냐에 따라 선거 결과가 뒤바뀔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경제·한국갤럽의 7차 정기 여론조사의 오차 범위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다. 조사는 국내 통신 3사가 제공한 휴대폰 가상(안심) 번호 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13.2%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