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주요 은행을 추종하는 스톡스유럽600은행지수가 6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고금리 환경으로 수익성이 크게 좋아진 은행들이 총 175조 원에 이르는 대규모 주주환원에 나선 덕이다.
3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스톡스유럽600은행지수가 부활절 연휴가 시작되는 ‘성금요일’ 전날인 28일 전거래일 대비 0.74% 오른 190.17에 마감하며 2018년 2월 이후 6년 만에 190선을 돌파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로이드뱅킹그룹, 스위스 UBS, 스페인 산탄데르 등 유럽 주요 은행의 주가를 추종하는 이 지수는 지난 1년간 34% 상승했다. 연 4.5%에 이르는 고금리 환경 속에서 은행들의 자기자본수익률(ROE)가 크게 높아졌고, 주가가 랠리를 거듭한 덕이다. 실제 투자은행 바클레이즈에 따르면 유럽 은행들의 평균 ROE는 13%까지 높아졌다. 그 결과 UBS의 주가는 지난 1년 동안 46% 상승해 2008년 3월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이탈리아의 유니크레딧과 인테사산파올로의 주가도 각각 13년, 9년 만에 최고 수준에 올랐다. 에마누엘 카우 바클레이즈 유럽 주식 전략 책임자는 “유럽 은행주는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경쟁사들을 능가하고 있다”며 “이들의 펀더멘털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고 평가했다.
미국과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유럽 은행들이 강도 높은 주주환원 정책을 실시한 것도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UBS에 따르면 유럽 은행들은 올해 740억유로(약 108조원)의 배당과 1200억유로(약 175조원) 이상의 자사주 매입을 약속했다. 유니크레딧은 작년 한 해 벌어들인 수익 전체에 해당하는 86억유로를 배당으로 지급하겠다고 약속해 주목받았다.
전문가들은 유럽 은행주의 가치가 아직 미국 은행들에 비해 저평가되고 있다며 추가 상승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다만 향후 금리 인하 환경이 조성될 경우 유럽 은행주의 랠리는 꺾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