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상속세, 처분할 때 매기자"…기재부에 건의한 재계

재계, 기재부에 자본이득세 제안
글로벌 세율 20~25% 수준
도입만 해도 상속세 인하 효과
기재부 “상속세 충분히 검토해야”


재계가 지금의 상속세를 폐지하고 자본이득세 형태로 전환하자고 정부에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31일 “재계에서 상속세 대신 자본이득세로 과세 방식을 전환하자는 요구를 해왔다”면서 “건의를 해온 만큼 실제 적용 여부와 별도로 검토는 해볼 예정”이라고 전했다.


자본이득세는 자산을 매각해서 발생하는 이익에 과세하는 방식으로 캐나다와 스웨덴 등이 도입했다. 특히 재계에서는 스웨덴 방식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스웨덴은 상속 시점에 세금을 매기도록 한 상속세제를 2005년 없애고 2세 경영인이 회사를 물려받더라도 이를 팔 때만 세금(30%)을 물리도록 하는 구조의 자본이득세를 도입했다.


이는 과도한 상속세로 유망 기업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사례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실제 스웨덴 유명 제약 회사인 아스트라의 오너 일가는 1984년 창업주의 부인이 사망한 뒤 발생한 상속세 부담을 견디지 못해 영국의 다른 제약사인 제네카에 회사를 팔기도 했다. 당시 스웨덴의 상속세율은 최고 70%였다.


재계에서는 한국의 경우 오너 경영이 주를 이루고 있는 만큼 스웨덴식 자본이득세가 합리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나중에 지분을 처분할 때 과세하라는 건 충분히 합리적인 주장”이라며 “자본이득과세를 도입하면 기업 상속 공제 등을 활용할 필요도 없어진다. 중장기적으론 상속세제를 없애고 자본이득과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낮은 세 부담도 자본이득세의 특징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요국의 자본이득세 세 부담은 20~25% 수준”이라며 “자본이득세를 도입하기만 해도 세율 자체가 떨어지는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내 상속세율은 최대 50%다. 할증 평가 시 세계 최고 수준인 60%에 달한다.


다만 기재부에서는 자본이득세 전환에 신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자본이득세 전환 시 오너 기업에 상속세를 전혀 부과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며 “상속세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해 조심스럽다”고 전했다. 자본이득세가 도입될 경우 오너 기업들이 회사 매각을 꺼려 인수합병(M&A)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상속세율 인하와 최대주주 할증 폐지 요구도



재계에서는 상속세율 인하도 요구했다. 구체적으로는 상속세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5%로 낮추고 최대주주 주식 할증을 폐지하는 방안이다. 기업 상속 공제의 사후 관리 요건을 추가로 완화해줘야 한다는 해석도 덧붙였다. 여기에 중장기적으론 유산세 방식에서 벗어나 유산취득세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 재계의 입장이다. 유산세는 전체 상속액에 따라 누진세율을 정해 이 세율을 모든 상속인에게 적용하는 것을, 유산취득세는 상속인이 각자 취득한 재산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방식을 뜻한다.


재계는 공익법인에 대한 규제도 완화해야 한다고 기재부에 제안했다. 구체적으로는 공익법인 주식 출연에 대한 면세비율을 현행 10%에서 20%로 올리고 의결권 제한도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정거래법은 공익법인의 의결권 행사를 적대적 M&A 방어 등에만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2026년부턴 의결권 행사 한도가 기존 25%에서 15%로 줄어든다. 재계 관계자는 “적극적인 주가 부양책의 걸림돌로 꼽히는 상속세 부담을 완화해 장기적 주주가치 제고와 기업 존속 불확실성 해소를 동시에 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상속세율 인하 및 공익법인 규제 완화와 관련해서도 충분히 들여다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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