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형에서 종목형으로…ELS 기초자산 ‘물갈이’

올해 1분기 ELS 발행액 37.3% 감소
주가지수 역사적 고점에 부담 영향
S&P 활용 50% 감소…AMD 310%↑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사태로 ELS 발행이 급격히 위축되는 가운데 기초자산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닛케이225평균주가(닛케이지수) 등 주가지수를 이용하는 대신 엔비디아·AMD 등 개별 종목 활용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홍콩H지수 사태 여파에 연일 역대 최고치를 경신 중인 해외 주가지수가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ELS(공모·사모)의 발행 금액은 3188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5085억 원) 대비 37.3% 감소했다. 발행 종목 수도 295개에서 228개로 22.7% 줄었다. 홍콩H지수 ELS 투자자 손실과 은행권의 판매 중단 등으로 발행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현 추세대로면 발행 잔액이 2월 말 31조 원에서 연말 20조 원 수준까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ELS는 주가지수·종목 등 기초자산 가격이 특정 기준 아래로 하락하지 않으면 원금과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통상 3년 만기로 발행돼 6개월이 지날 때마다 조기 상환 여부를 판단한다. 만기까지 기초자산 가격이 기준 이하면 가격 하락률만큼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ELS 발행 자체가 줄어드는 중에서도 해외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활용한 사례가 크게 줄고 있다. 올해 1분기 중 ELS에서 기초자산으로 가장 많이 활용된 S&P의 발행 금액은 3조 217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5% 감소했다. 유로스톡스50과 닛케이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발행액도 각각 47.1%, 45.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홍콩H지수는 89.1% 급감했다. 반면 개별 종목인 AMD는 310.9% 급증한 가운데 테슬라와 엔비디아도 각각 123.7%, 27.6% 증가했다. 국내 종목에서는 POSCO홀딩스가 10위권 안으로 진입했다.


지수형 ELS가 사라지는 것은 H지수처럼 하락세가 지속될 경우 조기 상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투자자 손실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부담이 가장 큰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 S&P500지수는 올해 1분기에만 10.2% 오르면서 지난달 28일 기준 5254.3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닛케이지수도 지난달 21일 기준 4만 816엔 선을 기록하며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주가지수가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해도 만기 3년을 감안하면 투자에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고 판단한 셈이다. 한국은행도 최근 금융 안정 상황을 통해 “주요 해외 주가지수가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어 향후 급격한 가격 조정이 나타날 경우 해당 지수를 기초로 발행한 ELS에서도 손실 위험이 높아질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홍콩H지수 사태로 지수형 ELS에 부담을 느끼는 가운데 변동성과 수익률이 높은 종목형을 선호하는 투자자가 늘면서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한 ELS 발행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