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칼럼]트럼프때 경제가 더 좋았다고?

캐서린 램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4년전 코로나 확산 여파 경제 추락
바이든 취임후 고용 늘고 경기회복
공화당, 사실 왜곡 '향수'만 불러내


최근 몇 주 동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우군들이 그의 치적을 턱없이 부풀리는 한편 후임자인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성과를 마구잡이로 깎아내렸다. J D 밴스 상원의원은 “바이든의 첫 번째 재임기는 ‘아메리칸 드림’의 종식을, 트럼프 시절은 미국의 일자리가 미국인들에게 돌아간 호시절을 대표한다”며 “바이든 치하에서 미국인 근로자들은 집단 해고를 당하거나 외국인 인력에게 일자리를 빼앗겼다”고 주장했다. 팀 스콧 상원의원은 “흑인과 히스패닉 등 소수계의 경제 형편은 지금보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 더 좋았다”며 “전임 대통령 재임기에 인종 그룹별 실업률이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트럼프와 바이든 시절의 경제를 어떻게 기억하느냐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일반 대중도 공화당 정치인들 못지않게 트럼프 시절에 짙은 향수를 드러냈다. 그러나 이 같은 성격 규정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트럼프 시절을 묘사하는 데 사용된 최상급 표현은 정확지 않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이전의 트럼프 시절에 흑인과 히스패닉계의 실업률이 스콧의 지적대로 낮았던 것은 의심할 여지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바이든 집권 이후 소수 인종 그룹의 실업률은 트럼프 시절의 수치와 같거나 오히려 낮았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흑인 실업률은 지난해 4월 사상 처음으로 5% 아래로 떨어졌다.


여기서 노동시장 전반의 사정을 살펴보자. 일자리는 2019년 12월에 비해 600만 개 이상 늘어났다. 연방노동통계국의 자료에 따르면 나이 든 토박이 미국인들이 노동 일선에서 대거 물러났지만 밴스가 주장하듯 집단 해고를 당한 게 아니라 은퇴한 것이고, 직업을 가진 노동 적령기의 토박이 미국인 인구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 이민자들은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기보다는 예상보다 빠른 고용 성장을 이루는 데 힘을 보탰다.


이보다 더 큰 두 번째 문제는 2019년 말 경제 상황이 실제로 얼마나 좋았든 2020년으로 접어든 이후 완전히 무너졌다는 점이다. 트럼프의 대리인들은 물론 그 자신도 유권자들에게 4년 전보다 경제 형편이 나아졌느냐는 질문을 종종 던진다. 정확히 따져보면 대다수의 대답은 ‘그렇다’여야 마땅하다. 4년 전 우리는 코로나19 첫해를 살고 있었다.


2020년 초 많은 미국인은 생필품을 구입하기 위한 장보기 이외의 외출을 극도로 자제했다. 일부는 누군가 무책임하게 일러준 잘못된 정보 탓에 ‘리졸’을 식료품 세척제로 사용했고 생수와 화장지, 마스크를 확보하지 못해 발을 굴렀다. 경제 봉쇄 조치로 실업률은 대공황 이후 최고 수준을 찍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코로나19에 걸린 환자들이 매일 수천 명씩 숨진다는 것이었다.


트럼프는 팬데믹 초기의 몇 달을 허비했다. 코로나19의 무서운 확산세에도 트럼프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조만간 사라질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긴 반면 정부의 위기 대응력을 한껏 부풀렸다.


그는 합법적인 이민제도까지 뒤흔들어 놓았다. 특정 인종 집단을 겨냥한 노골적인 입국 금지 조치, 외국 태생 간호사들과 다른 의료 전문가들의 입국을 어렵게 만드는 여행 제한, 특히 이민자들은 물론 이민 담당 기관들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관료주의적 정책 등이 쏟아져 나왔다. 그 결과 취업 허가를 비롯한 이민 관련 서류 처리 작업이 지연되면서 노동력 부족 사태가 빚어졌고 경제활동 봉쇄 조치가 해제되자 곧바로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졌다. 이런 부정적인 결과의 모든 책임은 설거지를 떠맡은 바이든에게 돌아갔다.


반면 바이든은 취임과 동시에 트럼프의 이민정책 뒤집기에 나섰고 그가 취한 신속한 조치는 예상을 뛰어넘는 최근의 고용 성장과 인플레이션 진정으로 연결됐다.


팬데믹 동안 트럼프 행정부가 제대로 한 일이라고는 백신 개발을 가속화한 것뿐이다. 그 이후 지지자들이 코로나19 백신을 거부하자 트럼프는 홍역 발병 건수가 증가세를 보이는 와중에 광범위한 반백신 운동에 합류했다. 그가 재집권하고 또 한 차례 국가적 위기 상황이 발생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감하게 하는 불길한 사례다. 설령 공중보건과 관련된 위기 상황이 아니더라도 개인의 정치적 이익을 최우선순위로 삼는 대통령의 대응 방향과 방식이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팬데믹 자체가 트럼프 탓인가. 전혀 아니다. 어떤 대통령이건 임기 중 거대한 충격을 동반하는 위기 상황에 직면한다. 대통령의 진정한 지도력은 어려운 상황에서 그 충격을 어떻게 해소하느냐로 평가된다. 국가적 위기는 지도자의 능력과 자질을 검증하는 테스트인 셈이다. 트럼프와 그의 지지자들 모두가 그의 임기 말년에 대한 채점 결과를 외면하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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