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수확량 급감으로 올해 사과 가격이 치솟은 가운데 정부가 사과 등 과일의 유통 구조를 단축시키고 유통비용을 2030년까지 10% 절감하겠다고 밝혔다. 사과 재배 면적의 1% 수준에 불과한 재해예방시설도 30% 수준으로 늘리고 여의도 4배 면적에 달하는 스마트 과수원도 조성한다.
2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과수산업 경쟁력 제고 대책을 발표했다. 국내 과수 생산액은 2022년 기준 5조 8000억 원으로 전체 농업 생산액의 10%를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주요 생산력 대비 가격 경쟁력이 낮고 재해 대응 등 기후변화 준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자유무역협정(FTA) 확대, 수입 검역 협상 진행에 따라 사과·배를 비롯한 모든 과일이 수입 과일과 직접 경쟁이 불가피하다”며 “과수산업의 정책 패러다임을 기후변화 대응 강화와 소비자 니즈 충족으로 전환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농식품부는 먼저 ‘2024 사과 안심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단기적으로는 올해 수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수급 불안에 대비해 수급 안정용 계약재배 물량을 6만 톤(t)으로 전년 대비 22.4% 확대하고 일부 물량에는 출하 시기뿐만 아니라 출하처와 용도까지 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지정출하 방식을 적용하기로 했다. 일상 소비용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작은 사과 시범 생산도 1만t 규모로 추진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재해·수급 대응 역량 제고, 생산기반 확보 및 생산성 제고, 유통 구조 효율화, 소비자 선택권 다양화 등 4대 핵심 전략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사과·배 기준 현재 재배 면적의 1~16% 수준에 불과한 3대 재해(냉해·태풍·폭염) 예방시설 보급률을 2030년까지 30%로 확충하기로 했다. 포도·감귤에 보편화된 비가림 시설도 사과·배에 적용 및 보급한다. 농식품부는 “재해예방시설 30% 확충 시 재해 피해는 약 31% 절감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과·배 계약재배 물량은 각각 2030년 생산량의 30% 수준인 15만t, 6만t까지 확대한다. 통상 계약재배는 명절 성수품 공급에 주로 활용돼 평시 수급 관리에는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는데, 사과의 경우 물량을 확대해 명절 수요의 50%, 평시 수요의 25%를 안정적으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수급 상황에 따라 최대 5만t은 지정출하 방식으로 운용하기로 했다.
아울러 농식품부는 강원도 등 미래 재배 적지를 중심으로 생산성이 2배 이상 높은 스마트 과수원 특화 단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스마트 과수원은 나무 형태와 배치를 단순화해 노동력을 기존 과수원 대비 30% 절감하고 햇빛 이용률을 높여 생산 효율을 극대화한 과수원이다.
농식품부는 스마트 과수원을 20헥타르(㏊) 규모로 단지화해 2025년 신규 5개소를 시작으로 특화 단지를 2030년까지 60개소로 늘리기로 했다. 전체 사과 재배면적의 4% 수준으로, 이를 통해 사과 생산량의 8%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또, 재배 적지 북상에 따라 2030년까지 정선, 양구 등 강원 5대 사과 산지 재배면적을 지난해 대비 2배로 확대하기로 했다.
2022년 기준 62.6%에 육박하는 사과 유통비용률도 2030년까지 56% 수준으로 절감할 계획이다. 농식품부 측은 “사과의 경우 2030년까지 온라인 도매시장 유통 비중을 전체 거래의 15%까지 확대할 것”이라며 “산지-소비지 직거래 비중도 현재 22.6% 수준에서 35%까지 높여 유통 단계를 1~2단계 단축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 정부는 1인 가구 확대, 다양한 제품 선호 등 소비 추세를 반영해 노란 사과(골든볼), 초록 배(그린시스) 등 신품종 시장을 확대하고 일상 소비용 중소과 생산도 전체 면적의 5%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기후변화는 먼 미래 이야기가 아니고 지금 우리 앞에 직면한 현실”이라며 “전국민이 국산 과일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올해 생육 관리와 중장기 생산 체계 전환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유통 구조 개선, 소비 트렌드 반영 등을 통해 국산 과일의 경쟁력을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