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년 전 공상 과학 영화에 나올 듯한 이 최첨단 실험의 장면이 미 공군 훈련 중 실제 상황으로 연출돼 화제가 됐다. 미 공군 수송기에서 네발 달린 로봇 군견들이 모하비 사막의 비행장으로 날렵하게 뛰어나오는 장면이다. 공군 C-130 수송기 편으로 병사들과 함께 공수된 로봇 군견들은 수송기 밖으로 배치돼,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병사들에게 가해질 수 있는 위협들을 먼저 정찰했다.
당시 미국 CNN방송은 이들 로봇 군견은 미군의 첨단전투관리체계(ABMS)의 일부라고 보도했다. ABMS는 우주 공간내 미군 자산에 대한 위협과 미사일 및 그 외 다른 수단을 통한 미 본토에 대한 가능한 공격을 탐지·대응하기 위해 인공지능(AI)과 신속한 데이터 분석을 활용한다고 소개했다.
ABMS 훈련에 해안 경비대를 포함해 미군의 모든 분과 및 수십 개의 산업팀이 참여한 가운데 전국의 30곳에서 이뤄졌다. 이 가운데 한 곳인 서부 네바다주의 넬리스 공군기지에 로봇 군견들이 투입된 것이다. CNN은 로봇 개들의 미 공군 훈련 참여가 미래의 잠재적인 전장의 모습을 엿보게 한다고 보도했다.
CNN은 이러한 로봇 군견들이 미군의 미래에서 ‘킬 체인’(적의 미사일을 실시간으로 탐지하고 공격으로 잇는 공격 및 방어체계)의 필수적인 구성요소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악마의 습격자’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공군 621 비상대응부대가 시험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공군은 보도자료를 통해 “미래의 전장에서 병사들은 평가해야 할 아찔한 정보들을 지속적으로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며 “이를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위해 나노초 동안 이뤄지는 데이터 통합에 의존하는데 이는 ABMS 훈련을 통해 습득해야 하지만 로봇 군견들이 항공기 안에 있는 병사들을 대신해 지역 내 시각 상황을 제공해 준다”고 밝혔다. 영화에서 나올 법한 모습이 현실에서 실제 상황으로 펼쳐진 셈이다.
미 언론들에 따르면 ‘비전 60 UGV’(무인지상차량) 또는 ‘자율 무인 지상 차량’으로 불리는 이들 로봇 군견은 필라델피아에 있는 로봇개발업체인 고스트 로보틱스에서 만든 것이다. 이들 로봇 군견은 어떤 지형이나 환경에서도 작동할 수 있고, 각종 센서와 라디오들을 탑재하고 있다. 또 복잡성을 줄임으로써 내구성과 민첩성 등이 향상됐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 같은 추세에 대해 미 우주군 사령관은 “정보화 시대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해 ABMS 관련 개념 및 능력을 발전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고, 미 공군참모총장도 “우리의 전사들과 작전지휘부는 승리하기 위해서는 인터넷 속도에 맞춰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CNN이 전했다.
그해 미 공군은 기지 순찰과 보안 등을 목적으로 ‘고스트 로보틱스’의 4족 보행 로봇을 정식으로 배치한다고 발표했다. 미 공군기지에 대한 정찰 임무를 로봇 군견에게 맡기는 것이다. 네발로 걷고 개를 닮은 반자율인 이 로봇 군견은 담당 부사관의 모니터를 받으면서 미리 입력된 순찰 경로를 따라 돈다. 병사들은 대신 훈련에 집중하고 사람이 만드시 가야하는 곳에만 출동함으로써, 보안 작전의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게 미군의 구상이다.
미 공군은 플로리다주에 있는 틴달(Tyndall) 공군 기지에 처음으로 고스트 로보틱스의 반자율 4족 보행 로봇을 도입했다. 이 로봇 군견은 ‘이머시브 위즈덤’(Immersive Wisdom)이 공급하는 ‘3차원 가상작전센터’3D Virtual Ops Center)에서 통합 관리한다.
미 공군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시연회에서 한 미 공군 지휘관은 “국방부 산하 부대 가운데 처음으로 공군기지에 4족 보행 로봇이 도입됐다”며 “앞으로 이 로봇 군견이 기지에 대한 경비 및 순찰 등 작전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4족 보행로봇은 정해진 이동 경로를 순찰 및 경비하는 역할을 한다. 전자보안 센서 시스템에 의해 모니터링된다. 또 기지내 방어작전센터에 있는 병사들은 이머시브 위즈덤의 가상 현실 헤드셋을 착용하고 로봇 군견을 제어할 수 있다.
로봇 군견은 주로 카메라와 센서 플랫폼을 통해 기지내 이상 유무를 파악한다. 작전센터내 병사들은 로봇 군견에 부착된 무선통신 시스템을 이용해 음성 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 또 로봇 군견은 틴달 공군기지 내의 전략적 위치에 관한 대량의 데이터를 컴퓨터 연산을 수행하면서 기지의 눈과 귀의 역할을 하게 된다.
미 공군 관계자는 “4족 보행 로봇이 전력 증강자로서의 역할을 하지만 기존의 군견을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며 “로봇 군견이 경비 및 순찰업무를 수행함으로써 기존 병력은 보다 세심한 주의와 훈련을 요구하는 분야에 투입할 수 있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머시브 위즈덤의 브라이언 베링 부사장은 “열악한 환경이나 작전 상황에서 공군에게 첨단 보안 및 탐지 능력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며 “이 같은 공군기지 방어를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우리 공군에도 ‘로봇 군견’이 순찰견(경비견)을 대신해 공군 비행기지 경계와 순찰 업무를 하게 될 날이 머잖아 보인다. 공군 비행기지에서 경계·순찰 임무의 한 축을 맡던 세퍼트 군견이 로봇 군견에게 자리를 내어주게 되는 것이다.
공군에 따르면 병력 감축에 따라 비행기지의 군견관리병 운용 제한이 예상되면서 그 대안으로 순찰견을 ‘로봇 군견’으로 대체하는 방안의 적합성에 대한 연구에 착수했다.
현재 비행기지 주요 시설 경계와 순찰을 맡고 있는 ‘셰퍼드’와 ‘래브라도레트리버’ 등의 군견을 로봇 군견으로 대체해 순찰과 경계 임무에 문제가 없는 지를 연구해 도입 여부를 검토하는 것으로, 시기에 문제일뿐 사실상 미국처럼 공군이 로봇 군견을 도입할 것이라는 게 군 안팎의 전망이다.
공군은 이에 대해 “현재 군견은 인적 사고와 공격성 통제 및 교정이 다소 제한된다”며 “특히 병력 감축에 따른 군견관리병 운영 제한 등 공군기지에서 임무 수행 제한 요소를 극복하는 방안을 연구하는 것”이라며 로봇 군견 도입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로봇 군견을 도입하면 군견관리병 1명이 군견 1마리와 임무를 수행하는 구조에서, 군견관리병 1명이 로봇 군견 다수와 임무를 수행하는 구조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전환이 공군기지 부대 방어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지, 얼마나 타당성 있는지 연구하게 된다고 공군은 강조했다.
이미 미 공군에서 현재 사족보행의 로봇 군견을 시범 운영하는 것도 우리 공군 로봇 군견 도입을 검토하는데 일조했다는 후문이다. 미 공군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고 있다는 평가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공군은 로봇 개발 회사 고스트로보틱스가 제작한 순찰용 사족보행 로봇 군견 ‘비전60’을 시범 운용 중이다. 이 로봇 군견은 병력이 임무지역에 투입되기 전 위험 요소가 있는지를 사전 순찰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초속 3m의 속도로 최대 3시간을 달리는 게 가능하다.
국내에서는 LIG넥스원이 지난해 12월 고스트로보틱스 인수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LIG넥스원이 고스트로보틱스 대주주가 되려면 향후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고스트로보틱스는 네 발로 걷는 ‘로봇개’ 전문 생산 업체로 ‘로봇 군견’을 미국 군에 공급하는 업체로 알려졌다.
이는 향후 우리 군의 부대 방어와 각종 정부 및 주요 보안 시설에 대한 순찰 및 경비를 로봇 군견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전망에 대한 선제적 조처라는 게 방산업계의 분석이다. 국내에서도 2022년 5월 용산 대통령실 청사 외곽을 경비하는 로봇 군견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