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두 큰술, 설렘 한 스푼_ 봄을 요리할 루키 박예지

어릴 적 놀이터였던 KLPGA 대회장이 이젠 직장으로


부모님은 뱃속에 들어선 아이가 딸이면 골프를 시키자고 일찌감치 ‘합의’를 봤다. 돌잔치 때 돌상도 온통 골프 용품이었다. 이달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데뷔하는 박예지는 이를테면 ‘내추럴 본(natural-born)’ 골퍼다.


사춘기를 겪으면서 이런 운명에 한 번쯤 반항할 만도 했지만 박예지는 그럴 시간에 오히려 골프에 깊이 빠져들었다. 생각과 걱정이 많은 성격을 잘 녹여 ‘확실성의 골프’를 펼쳤다. 그러는 사이 굵직한 대회에서 얻은 트로피가 차곡차곡 쌓였다.


줄넘기 한 번에 1만 개, 하루 50층씩 계단 오르기로 다진 체력은 튼튼한 골프의 밑거름이 됐다. 철학 분야 독서를 즐기는 이 열아홉 루키는 대다수 신예들이 약점이라고 말하는 쇼트 게임이 반대로 강점이다. 깊이를 가늠하기 힘든 상상력 넘치는 플레이로 올봄 문을 여는 투어의 바다에 풍덩 뛰어들 참이다.



지난해 점프 투어 우승 기억을 되짚어보자.


“마지막 날 날씨가 되게 안 좋았다. 마지막 홀 갔는데 계속 샷 미스를 한 바람에 3m 파 퍼트를 남겼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그린에 물이 찼고 경기 중단이 선언됐다.”



선두였나?


“1타 차 선두였다. 그걸 빼면 3명이 연장 가야 하는 상황이란 걸 알고 있었다.”



경기 재개를 기다리는 시간이 엄청 괴로웠겠다.


“1시간 가까이 멈춰있었는데 도저히 앉아있을 수가 없겠더라. 퍼트 라인 보고 또 보고 머릿속으로 볼 굴러가는 이미지를 계속 생각했다. 1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다. 진짜 우승이 너무 하고 싶었었나 보다.”



기다리는 동안 비도 많이 왔을 텐데 그린을 떠나지 않고 계속 봤던 건가?


“그렇다. 우산 쓰고 계속 라인 확인했다.”



역효과 걱정은 안 했나? 차라리 잊고 다른 생각하고 있는 게 더 도움이 되진 않았을지.


“그런 걱정도 조금은 있었다. 근데 너무 간절한 걸 어떡하나. 이걸 너무 많이 확인한다고 해서 손해 볼 일은 없겠다 판단했다.”



그 1시간이 인생에서 가장 긴 1시간으로 남아있을 것 같다.


“기다리는 동안 날씨가 너무 안 좋아서 춥고 배고프고 힘들었다. 근데 또 돌아보면 날씨가 안 좋았기 때문에 중단이 됐고 그래서 그 퍼트를 오래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거니까 운이 좋았던 거란 생각도 든다.”



퍼트 라인은 그냥 일직선이었나?


“내리막 슬라이스 라인이었다. 근데 홀 한가운데로 딱 들어가 버린 거다.”



그걸 놓쳤다면 어떻게 됐을까?


“1시간 동안 넣는 생각 못지않게 빼는 생각도 많이 했다. 그래서 심적으로 절반은 연장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 같다. 쉬운 퍼트는 아니니까 연장 갈 수도 있겠다는 그런 생각. 만약 연장 가더라도 당황 말고 하던 대로 하자는 마음가짐이었기에 잘 마무리했을 것 같다.”







롤모델이 누군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와 국내 투어로 나눠서 얘기해보자.


“LPGA에는 리디아 고 프로님이다. 프로님이 열다섯에 스스로에게 쓴 편지가 있는데 거기 내용에 이런 게 있다. ‘항상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 ‘늘 당연한 것은 없는 법이다’ 이런 글을 보면서 나도 나중에 저런 생각을 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느꼈다. 그리고 쇼트 게임이 정말 좋기 때문에 많이 보고 배우려 한다.”



국내는?


“국내는 (임)희정이 언니. 아마추어 때 추천 받아서 KLPGA 투어 대회 나가면 언니가 경기 준비랑 연습을 가장 열심히 하는 것 같아 보였다. 같은 코치님한테 배우고 있기도 하다. 시드전 첫날 좀 부진했는데 믿고 하던 대로 하면 좋은 결과 있을 거니까 너무 걱정 말란 말을 언니가 해줬다. 주변에서 다들 할 수 있는 말일지 모르지만 희정 언니가 해주니까 확 와 닿았다. 되게 많이 힘이 됐다.”



KLPGA 대상 시상식도 이미 경험했던데.


“2022년 KLPGA 회장배 아마추어 대회 나가서 우승했다. 우승자 특전이라고 해야 하나. 거기에 시상식 참석이 있었다.”



아무나 못 가는 시상식인데 어떤 경험이었나?


“되게 되게 좋았다. 프로님들의 수상 장면을 가까이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동기부여가 많이 됐다.”



바지 정장을 입고 갔더라. 올해 연말에 다시 가게 된다면 어떤 옷을 입고 싶나?


“동기생인 (유)현조랑 설레는 마음으로 얘기를 나눈 적 있다. ‘만약 우리가 시상식 가게 되면 어떤 걸 입어야 할까’ 이런 얘기. 우린 승모근이 발달돼있어서 커버해줄 수 있는 옷을 입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너무 화려한 건 제 취향이 아니라서 좀 깔끔한 드레스면 좋을 것 같다.”



그럼 시상식에서 받고 싶은 상은 뭔가?


“생애 첫 우승하면 주는 상을 받고 싶다. 신인상도 물론 받고 싶긴 한데 그건 제가 해야 될 걸 놓치지 않고 해내면 따라오는 타이틀이란 생각이다.”



우승하고 싶은 대회 2개를 꼽는다면?


“제 메인 스폰서인 KB금융그룹이 여는 스타챔피언십, 그리고 한국여자오픈이다.”



아마추어 때 한국여자오픈은 몇 번 나가봤나?


“세 번 나가봤다. 지난해의 공동 16위가 최고 성적이다.”



작년 한국여자오픈은 어떤 경험으로 남아있나?


“앞서 2년 간 나가서 코스(충북 음성 레인보우힐스)를 경험했었기 때문에 까다롭기로 악명 높은 곳이어도 코스 정보는 익숙한 편이었다. 첫날 긴장을 많이 해서 4오버파를 쳤다. 하지만 어떻게든 컷 통과는 하고 싶단 마음이었고 둘째 날 2언더파 쳐서 통과한 게 기억 남는다.”


(박예지는 2~4라운드 연속 언더파 스코어를 적어 박지영, 정윤지 등 쟁쟁한 프로 언니들과 같은 순위를 기록했다.)



추천 선수로 이미 여러 번 경험했겠지만 이제 구름 갤러리 앞에서 경기하는 게 일상이 될 거다. 이와 관련한 부담은 없나?


“솔직히 말하면 생각만 해도 떨리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그게 부담감인지는 잘 모르겠다. 관심을 가져주신다면 감사히 여기고 제 경기에 최선을 다하면 될 거라고 본다. 관심이 부담스러울 것 같진 않다.”







KLPGA 투어엔 팬클럽 문화도 있다. 매 대회 조직적인 응원을 하는 팬들이 생기는 것에 대해선 어떤 생각인가?


“박현경 언니랑 임희정 언니가 정말 인기가 많더라. 제주는 물론 해외까지 응원가는 분들도 있다고 들었다. 저는 아이돌을 좋아해본 적도 있고 해서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그런 응원을 받는다면 역시 감사한 마음이 제일 클 것이다.”



KLPGA 투어 대회에 처음 추천 선수로 나갔던 기억을 떠올려보자.


“2021년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였다. 서서울CC에서 열렸던. 기대가 컸지만 그만큼 허리가 아팠던 때였다. 걱정 가득 안고 경기했다. 첫 대회라 긴장감이 컸는데 허리가 아파도 잘하고는 싶고 아주 ‘대환장’이었다.”


(이틀 합계 2오버파를 쳤고 컷 통과 기준에 4타가 모자라 최종 3라운드에 진출하지 못했다.)



아마추어 시절 가장 짜릿했던 우승은 어떤 거였나?


“2020년 송암배. 대한골프협회 주관 대회 첫 우승이었다. 선두에 7타나 뒤져있어서 마지막 날 챔피언 조보다 3개 조 앞서서 출발했었다. 그래서 우승에 대한 생각은 안 하고 그저 괜찮은 성적으로 경기를 마쳤는데 경기위원님이 연장 갈 수도 있겠다고 하더라.”



그 후의 스토리는?


“처음엔 농담인 줄 알았다. 타수 차이가 큰데 어떻게 연장을 가느냐고 했다. 근데 뒤쪽 언니들이 타수를 좀 잃었더라. 윤이나 언니랑 연장전을 했다. 퍼트를 어떻게 했는지도 기억이 안 날 만큼 당시 긴장했었는데 불안한 마음으로 친 그 퍼트가 또 들어간 거다.”



장타자인 윤이나 선수와 거리 차이는 어느 정도 났나?


“저는 지금은 드라이버로 평균 250야드 가까이 보내는 것 같다. 당시에 세컨드 샷에 언니는 54도 웨지를 들고 저는 9번 아이언을 쳤다.”



골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허리 부상 있었을 때. 제일 심했을 땐 침대에서 옆으로 돌아눕는 것조차 힘겨웠다. 몸은 안 움직이는데 머릿속에선 골프 잘 치고 싶단 생각이 떠나질 않으니까 더 힘들었다. 2021년이었다.”



어쩌다 다친 건가?


“대회 끝나고 피곤할 때였는데 무리해서 운동을 하다가 그만 삐끗했다. 쉬어야 했는데 처음에 대처를 잘 못한 거다. 허리 때문에 1년 가까이 고생했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엔 아깝게 못 나갔다.


“사실 많이 울었다. 선발 포인트 4등으로 3명 안에 못 들었으니까. 당시엔 너무 아까웠는데 친구들이 나가서 (단체전 은메달, 개인전 유현조 동메달로) 잘해줬다. 친구들 덕분에 자랑스럽고 기뻤다. 한편으론 출전할 수 있었는데 제가 부족해서 못 나간 거니 아쉬움이 길게 갔지만 정말 최선을 다한 결과가 그렇게 나왔던 거다. 미련은 없다.”



‘골프 안 할래’라고 부모님께 말했던 적은 없나?


“허리 아팠을 때 이대로 아프면 골프를 더는 못하는 거 아닌가 걱정하기도 했지만 안 하고 싶단 말은 해본 적 없다.”



부모님이 딸이면 골프 시키겠다고 일찌감치 정해 놓으셨다고 하더라. 뱃속에서 이미 진로가 결정됐던 셈인데, 커가면서 그에 대한 반항심 같은 건 없었나?


“아주 어릴 때부터 봐온 게 골프채고 골프공이다. 엄마 아빠랑 놀러 가도 늘 골프와 연관된 일정이었고. 가스라이팅 당한 거 같다.”(웃음)



본격적으로 선수를 생각한 건 언제인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제대로 시작했다. 그때 부모님이 진지하게 물어봐 주셨다. ‘너 진짜 이거 할 거야?’ 근데 안 할 거라는 답은 아예 생각에 없었다. ‘그냥 하는 거니까’ 이런 느낌이었다.”



혹시 돌잡이 때 상엔 어떤 물건들이 있었나?


“다 골프 관련한 것들이었다. 딱 하나 아닌 게 돈이었는데 돈 집었다고 한다. 골프 쳐서 돈 많이 버는 루트를 바라셨던 거 아니겠나. 이거 정말 가스라이팅인데?”(웃음)






샤프트 자랑 좀 해 달라.


“몬스타샤프트인데 뜻이 ‘먼데이 스타’다. 투어 대회를 하면 보통 일요일에 끝나니까 이 샤프트와 함께하면 일요일에 우승해서 월요일부터 스타가 된단 의미다.”


(박예지의 아버지는 국산 샤프트 업체 대표인 박종태씨다.)



처음부터 쭉 ‘아빠 샤프트’를 쓴 건가?


“어릴 때 아빠가 이거 진짜 좋은 거라면서 한 번 써보라고 했을 땐 뭔가 좀 마음에 안 들었다. 그래서 안 썼다. 그 이후로 아빠가 ‘어디 한 번 해보자’란 마음을 먹은 것 같다. ‘진짜 좋게 만들어서 얘가 쓰지 않을 수 없게 해보자’ 이런 생각 말이다. 그렇게 개발한 샤프트는 한 번 써봤는데 진짜 괜찮은 거다. 그게 4년 전인데 그때부터 성적이 막 쭉쭉 나왔다. 샤프트 바꾸고 국가상비군도 되고 했으니 어떻게 보면 아빠 샤프트랑 같이 성장한 것 같다.”



동기생인 유현조, 임지유 선수도 몬스타샤프트를 쓰더라.


“서로 다 잘 아는 사이라 아빠가 샤프트 만든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친구들은 원래 다른 제품을 썼는데 테스트해보더니 바꾸더라. 좋아해 하면서 잘 쓰고 있는 것 같다.”



KLPGA 투어 선수 중엔 몇 명이나 쓰나?


“대략 20% 정도가 쓰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어릴 때 KLPGA 투어 대회장에 갤러리로 구경도 많이 갔나?


“집에 있고 싶은데 (부모님은) 날씨 좋다고 갤러리 가자고 하고 또 날이 안 좋으면 안 좋으니까 구경 가서 배워올 것 좀 배워오자고 해서 자주 갔다. 근데 그땐 경기 보는 걸 딱히 좋아했던 것 같진 않다.”



아버지는 전인지 선수의 팬이었다고 하더라.


“갤러리로 가면 아빠는 꼭 전인지 프로님 조를 따라다니면서 응원했다.”



대회장 가면 가장 좋은 게 뭐였나?


“갤러리 플라자 가서 간식 먹으면서 즐거워하던 기억이 있다. 고기 꼬치구이를 제일 좋아했다. 그리고 고추잠자리 잡으면서 되게 좋아했었다. 골프는 안 보고 딴 데서 재미를 찾았나 보다.”



스스로 생각하는 강점과 약점은?


“생각이 많은 편이다. 특히 혼자 있을 때 생각에 너무 깊이 빠진다. 좀 단순해져도 되는데 생각을 안 해도 되는 부분까지 생각하다 보니 더 헷갈려하게 된다. 그게 단점인 듯하다. 근데 많고 깊은 생각과 신중한 접근으로 덕을 보는 부분도 꽤 있어서 반대로 장점인 듯도 싶다.”



생각이 그렇게 많은 이유는 무엇인 것 같나?


“원래 그렇다. 살짝 아빠 닮은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많은 생각을 잘 정리하고 싶어서 책을 많이 읽으려 노력한다.”



어떤 책 좋아하나?


“심리학 분야 좋아한다. (유)현조랑은 서로 책 선물도 가끔 한다. 요즘은 철학 분야에 손이 간다. 가장 최근 읽은 건 장 폴 사르트르의 실존주의를 다룬 책이다. 아무래도 소설처럼 술술 읽히진 않아서 ‘아, 이런 생각도 있구나’ 이런 식으로 접근하면서 봤다.”



시즌 앞두고 어떤 훈련을 중점적으로 했나?


“다양한 상황을 헤쳐 나갈 수 있는 힘을 기르려 했다. 러프에 깊이 박아 놓고도 쳐보고 앞에 나무가 있는 상황에서도 쳐보고 그랬다. 리커버리 확률을 높이는 연습을 집중적으로 했다.”



골프 기술에 있어 강점과 약점은?


“쇼트 게임이 그래도 좀 자신 있는 부분이다. 어릴 적부터 쇼트 게임 연습에서 가장 큰 재미를 느꼈다. 코치님한테 제일 많이 물어보는 것도 쇼트 게임 관련한 거였다. 그래서 다양한 방법을 제법 많이 알고 있다. 같이 국가대표 생활했던 친구들도 ‘넌 쇼트 게임에 강한 것 같다’라고 얘기해준다. 약점은 드라이버 샷이 그리 많이 나가지 않는 거다.”



쇼트 게임 연습은 아빠랑도 많이 했나?


“아빠랑 원 칩-원 퍼트 게임을 많이 했다. 칩샷 한 번과 퍼트 한 번으로 넣어야 되는. 아빠를 이기면 용돈 1만 원 얻는 식이었다.”



웨지도 다양하게 사용할 것 같다.


“바운스와 그라인드별로 4개 정도 다루면서 충분히 테스트하는 중이다.”



골프 말고 잘하는 건?


“정말 없어서 이거라도 얘기해야겠다. (유)현조랑 (임)지유는 못 하는데 저는 하는 게 있다. 줄넘기 2단 뛰기 열 번 연속 성공이다. 16개까지 해봤다.”



원래 줄넘기를 많이 했나?


“하루에 진짜 많이 할 땐 1만 개씩도 했다. 거의 2시간 걸린다.”



2000~3000개는 들어봤어도 1만 개 하는 골프 선수는 처음 본다.


“저도 하면서 너무 많다고 느꼈다. 코치님이 시켜서 한 거라. 사실 1만 개는 최대인 거고 8000개 정도씩은 했다.”



요샌 어떤 운동을 많이 하나?


“무거운 걸 드는 운동보단 밴드로 제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 반복하는 걸 주로 한다. 그리고 계단 운동도 빼 먹지 않는다.”



계단은 어떤 식으로 오르는지.


“아파트 비상계단을 노래 들으면서 오른다. 하루에 총 50층 이상은 반드시 한다.”



집이 고층인가?


“저희 집은 10층이다. 다섯 번 정도 오른다고 보면 되겠다. 많이 할 땐 하루 100층도 올라봤다.”



그런 운동이 골프에 확실히 도움이 되나?


“그렇다. 하체로 튼튼하게 버틸 수 있어서 스윙 밸런스가 좋아진다. 아마추어 주말 골퍼들께도 추천하고 싶다. 내려가는 건 무릎에 안 좋을 수 있는데 올라가는 건 부상 위험도 없는 걸로 알고 있다. 부담 없이 열심히 하기에 정말 좋은 운동 같다.”



나만의 요령이 있나?


“보통은 한 칸씩 오르는데 두 칸씩 오를 때도 있다. 그럴 땐 속도를 늦추고 한 걸음 한 걸음 꾹꾹 눌러가며 지면을 느끼면서 오른다.”



내가 봐도 난 이런 면에서 좀 독특하다 싶은 게 있는지.


“아까도 좀 얘기했지만 쓸데없는 데까지 생각이 깊이 빠져드는 게 있다. 그걸 또 잘 털어놓는다. 그러면 주변에서 ‘야, 그거 아니야’라든가 ‘거기까진 안 가도 돼’라고 얘기해줘야 한다.”



예를 들자면?


“투어에서 잘하고 싶은 마음만큼 걱정도 많다. ‘잘 가던 드라이버가 똑바로 안 가면 어떡하지?’ ‘옛날에 허리가 아팠는데 혹시 올해 또 아픈 건 아니겠지?’ 이런 걱정을 끌어다가 할 때가 있다. 깊은 걱정을 좋은 쪽으로 흘러가게 하는 게 과제다.”



골프 팬들이 박예지 하면 딱 떠올릴 이미지는 어떤 거면 좋겠나?


“첫째로는 실력뿐 아니라 인성까지 괜찮은 선수. 또 코스 밖에선 편안한 사람으로 느껴지는 그런 이미지를 쌓고 싶다. 골프 기술과 관련해선 ‘저기서 파를 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을 결국 ‘와, 저렇게도 파를 지키네’하는 감탄으로 바꿀 수 있으면 좋겠다. 쇼트 게임을 너무 고정돼있는 방식만 따르지 않고 유연하게 하고 그 흐름으로 더 많은 찬스를 만드는 플레이를 보여주는 선수이고 싶다.”



상상력 넘치는 플레이를 추구하겠다는 건데 이를 위해 어떤 연습을 많이 했나?


“빈 스윙이다. 요즘 가장 많이 하는 게 빈 스윙 연습이기도 하다. 아파트 커뮤니티에 골프 타석이 몇 개 있다. ‘벽 치기’ 타석이다. 거기서 빈 스윙 연습한다. 타석과 그물 사이 거리가 짧기 때문에 실제로 치는 건 거의 하지 않고 빈 스윙을 주로 한다.”



하루 몇 시간을 그렇게 하나?


“퍼트 1시간, 빈 스윙 2시간 한다. 무거운 걸로 반복해서 휘둘렀다가 가벼운 걸로 또 세게 휘두르고 번갈아서 하는 게 핵심이다.”



또 다른 팁을 준다면.


“동작 중 특정 단계에서 뭔가 헷갈리는 부분이 있다면 구분 동작으로 끊어서 연습하는 것도 좋다. 방금 말한 것처럼 가벼운 거랑 무거운 거, 그리고 원래 쓰는 클럽 이 3개를 가지고 하는 것도 추천한다. 가벼운 거랑 무거운 거 번갈아서 강하게 휘둘러주다가 원래 쓰는 클럽으로 스윙해보면 확실히 스피드가 늘어있단 걸 알 수 있을 거다. 거리 늘리는 데에 도움 된다.”



올해 우승 말고 이루고 싶은 기록이 있나?


“톱 10에 많이 들고 싶다. 열 번 이상을 목표로 잡고 한 번 열심히 해보려 한다.”


[서울경제 골프먼슬리]




‘Like I Do’ 댄스 챌린지에 도전하는 박예지.


PROFILE


출생: 2005년 | KLPGA 투어 데뷔: 2024년


주요 경력:


2023년 KLPGA 점프 투어 15차전 우승


2023년 한국여자오픈 공동 16위


2023년 말레이시아 셀랑고르 국제주니어선수권 개인·단체전 우승


2022년 KLPGA 투어 PLK 퍼시픽링스코리아 챔피언십 공동 7위


2022년 대한골프협회장배 아마추어선수권·KLPGA 회장배 아마추어선수권 우승


2020년 송암배 아마추어선수권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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