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CNN' 알자지라 입막음법 통과…"방송 중단할 것"

이스라엘, 알자지라 제거용 입법 완료…"즉각 방송금지"
미 백악관 "보도의 자유 중요…사실이라면 우려스럽다"

AP연합뉴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전쟁 등에서 자국에 불리한 보도를 해온 아랍권 방송매체 알자지라의 취재·보도를 막기 위한 입법을 완료했다.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는 1일(현지시간) 의원 총회를 열어 국가안보에 해를 끼치는 외국 언론사의 취재·보도를 정부가 강제로 금지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알자지라법’을 가결 처리했다.


이로써 이스라엘 총리와 통신부 장관, 관계 당국이 국가 안보에 실질적 악영향을 끼친다고 판단할 경우 방송을 중단시킬 수 있게 됐다. 또 현지 지국 폐쇄와 관련 인터넷 서버 및 웹사이트 접속 차단도 명령할 수 있다. 명령은 24시간 이내에 실행돼야 한다. 이 같은 조치는 45일간 지속할 수 있으며 연장도 가능하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와의 전쟁이 끝날 때까지 이 조치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입법은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선제 공격으로 시작된 가자지구 전쟁에서 알자지라가 이스라엘에 불리한 보도를 해왔다는 판단 아래 해당 방송사를 표적으로 추진됐다. 실제 이스라엘 정부와 알자지라는 이번 전쟁 동안 여러 이슈에서 대립해왔다. 일례로 지난해 10월 개전 초기 가자시티의 알아흘리 아랍병원에서 수백 명이 목숨을 잃은 사건을 두고 알자지라는 이스라엘의 공습이 원인이라고 보도했지만 이스라엘 정부는 하마스의 로켓포탄을 원인으로 꼽았다. 또 알자지라는 가자지구 내 병원이나 난민촌 등 민간 시설을 겨냥한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지속해서 보도했다. 반면 이스라엘은 알자지라 기자가 하마스 지휘관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법안 통과에 따라 알자지라 방송은 즉각 방송이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이스라엘 우파 연정을 주도하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탈장 수술 후 회복 중에도 연정 파트너에게 법안 처리를 당부할 만큼 이번 입법에 신경을 쓴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법 통과 직후 자신의 X 계정에 “테러범 채널 알자지라는 이제 이스라엘에서 방송하지 않을 것”이라며 “나는 알자지라의 활동을 중단시키는 새로운 법에 따라 즉각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슐로모 카르히 이스라엘 통신부 장관도 "이스라엘에서 하마스 대변인에게 표현의 자유를 주지 않을 것"이라며 "며칠 내로 알자지라는 폐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언론계와 국제사회는 이번 법안이 한시법이기는 하지만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보도의 자유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알자지라법 입법)이 사실이라면 이런 움직임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알자지라는 카타르 왕실의 지원을 받아 1996년 설립된 방송국이다. 카타르 국왕은 편집권에 간섭하지 않았고 알자리라는 지역 및 국제 문제에 대한 깊은 관점을 제공하겟다고 선언했다. 창립 슬로건으로 ‘그 의견이 있다면 다른 의견도 있다’를 내건 알자지라는 아랍권에서 거의 유일하게 외압이 없는 자유로운 보도와 서방 중심 시각을 탈피한 중동 정세 보도를 하는 아랍권 대표 매체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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