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비싼 경영권 분쟁"…디즈니, 펠츠와 위임장 대결서 우위

주주 표결 절반 이상 진행돼
2대주주 블랙록 등 디즈니 지지
3일 연례 주총에서 결론 나

밥 아이걱 디즈니 최고경영자(CEO). 디즈니

디즈니의 경영 방식을 오랫동안 비판해온 행동주의 투자자 넬슨 펠츠와 디즈니 측이 3일(현지 시간) 연례 주주총회를 앞두고 치열한 위임장 대결을 벌이고 있다. 주주 표결이 진행 되고 있는 가운데 현재로서는 디즈니 측이 우위를 점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1일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전체 주주의 절반 이상이 투표를 마친 상황에서 디즈니 측이 펠츠가 이끄는 행동주의 펀드 트라이언파트너스에 우세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디즈니의 2대 주주인 블랙록은 디즈니 측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랙록이 보유한 디즈니 지분은 4.2%(약 7800만 주)에 이른다. 디즈니 지분의 0.5%(약 930만 주)를 가지고 있는 미국 자산운용사 티로우프라이스 역시 디즈니의 편에 섰다.


디즈니 주주들은 연례 주총이 예정된 3일까지 현 경영진과 펠츠 중 한 측에 의결권을 실어주기 위한 투표에 나선다. 트라이언파트너스는 디즈니 이사회 개편을 요구하며 펠츠와 제이 라술로 전 디즈니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이사 지명을 제안한 상태다. 주주 표결이 20% 정도 진행됐던 며칠 전까지 하더라도 펠츠는 디즈니 측이 밀고 있는 현 이사진인 마리아 엘레나 라고마시노 등을 앞서기도 했다. WSJ은 “주주들이 여전히 투표를 진행 중인 데다 주총 때 (경영진을) 교체할 수 있기 때문에 디즈니 측의 승리를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펠츠는 디즈니 이사회가 경영진의 잘못된 전략이나 결정에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못하며 단순한 ‘대기석’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한다. 트라이언파트너스는 앞서 성명을 내고 “디즈니가 글로벌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 엔터테인먼트 회사임에도 잠재력과 동종 기업에 비해 형편없는 성과와 주가로 주주들에게 2000억 달러 이상의 가치 손실을 입혔다”고 주장했다. 반면 밥 아이거 디즈니 최고경영자(CEO)와 현직 이사진은 “펠츠 측을 이사회에 참여시키면 디즈니의 경영 전략이 방해 받을 뿐 아니라 기업 생산성에서 타격을 줄 것”이라고 주주들을 설득하고 있다.


시장은 양측 간 의결권 확보 경쟁이 예상보다 더 치열해진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트라이언파트너스는 디즈니 지분 1.8%(약 3230만 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디즈니 경영진에 불만을 표해온 미국 자산운용사 노이버거버먼과 미국 최대 공적 연기금인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 등의 지지를 받고 있다. 디즈니의 최대 개인투자자 중 한 명인 아이크 펄터머 전 마블 회장 역시 트라이언파트너스 측에 섰다. 한편 또다른 디즈니 최대 개인투자자인 영화감독 조지 루카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부인인 로렌 파웰 잡스, 디즈니 창업자인 월트와 로이 디즈니 형제의 자손들은 디즈니를 지지하고 있다. WSJ은 “양측이 주주들에게 구애하는 데 수백만 달러를 쏟고 있다”며 “역대급으로 비싼 경영권 분쟁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