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입시부터 의대 정원이 2000명 늘어나는 가운데 자녀의 의대 진학에 관심이 있는 학부모 10명 중 9명은 정원 확대로 사교육비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증원으로 의대 쏠림 현상이 심화할 가능성이 높아 사교육 의존도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2일 종로학원이 서울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달 21일부터 이달 1일까지 학부모 5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가운데 86.9%가 의대 정원 확대가 사교육비 증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설문 참여 대상은 종로학원이 지난 달 31일을 시작으로 이달 9일까지 열리는 의대설명회에 참석 의사를 밝힌 전국 중고등학생 학부모들이 다수인 만큼, 의대 입시에 관심이 있는 초등학생이나 재수생 학부모로 대상을 확대할 경우 응답률이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교육비 증가 가능성이 크다고 본 이유는 의대 문턱이 낮아지면서 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수험생들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학부모 88.2%는 정원 확대로 의대 선호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답했다. 이미 의대 정원 확대 영향으로 초등의대반을 신설하는 학원이 급증하고, N수생을 포함해 직장인까지 의대반 등록을 문의하는 건수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입시전문가는 “의대 정원 확대로 초등 단계에서부터 의대 열풍이 커세질 수 있다”며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짚었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학부모 77.7%는 정원 확대에 찬성했으며, 67.1%는 증원이 지역 의료 공백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의정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급격한 증원으로 교육의 질 저하가 우려되는 만큼 정원 규모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답한 비율도 20% 가까이 됐다. 설문에 응한 한 학부모는 “교수와 시설이 부족한 상황에서 현재 정원의 80%에 육박하는 정원을 늘리는 건 안된다”며 “인구가 급격히 줄고 있어 증원으로 추후 의사 수가 너무 많아질 수도 있는 만큼, 조금씩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