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게 돌아온 아트 바젤 홍콩, 그 결과는?

[뉴요커의 아트레터]
아트바젤 홍콩, 팬데믹 이전 규모로 돌아와
중국發 경기침체 +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아시아 미술시장의 허브였던 홍콩에도 영향

아트 바젤 홍콩 2024가 완전체의 모습으로 컴백했다. 홍콩 컨벤션 센터에서 26일부터 30일까지 총 242여개의 갤러리가 페어에 참가하였다.

아트바젤 홍콩이 팬데믹을 벗어나 정상화된 모습으로 복귀했다. 올해 페어에는 작년에 비해 약 40% 증가한 총 40개국의 242여 개 갤러리가 참여했다. 국내에서는 10여 개 갤러리가 홍콩에서 관람객을 맞이했다. 아트바젤 홍콩은 올해 처음으로 퍼스트 초이스 (First Choice)와 프리뷰 (Preview) 데이를 분리, 시행했다. 페어장에서 실제 구매력 있는 컬렉터가 작품을 더 자세히 볼 수 있는 시간을 배려한 전략이다.



대형 조각 및 설치 작품을 선보이는 ‘인카운터스(Encounters)’ 섹션에서는 국제갤러리가 한국 작가 양혜규의 신작 '우발적 서식지 (Contingent Spheres)'를 다니엘 보이드(Daniel Boyd)의 설치 작업 '도안(Doan)'과 함께 선보였다.

화려하게 복귀한 아트 바젤이었지만 페어장의 전반적 분위기는 첫 날 퍼스트 초이스와 프리뷰 데이를 제외하고는 이전에 비해 조용했다. 이는 페어 현장에 있었던 대다수 갤러리스트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5만 달러 이하의 중저가 작품들은 어느 정도 판매가 잘 되었지만, 몇 백만 달러를 호가하는 슈퍼 블루칩 작품들의 세일은 더디었다. 메가 갤러리에 속하는 하우저 앤 워스, 빅토리아 미로, 가고시안, 데이비드 즈워너, 페이스 등은 우리에게 익숙한 요시토모 나라, 필립 거스톤, 야요이 쿠사마 등 블루칩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였으나, 시장은 반응은 예전과 같이 뜨겁지 않았다.


오히려 현장에서는 아트바젤 홍콩에 참가한 작지만 실력 있는 몇몇 갤러리들이 컬렉터의 시선을 끌었다. 미국 LA에 위치한 노나카-힐(Nonaka-Hill) 갤러리는 1950년대 일본적 미술 기법을 버리고 미국으로 이주해 미국적 미니멀리즘 작업을 해왔던 타다키 쿠와야마(Tadaaki Kuwayama) 의 작품들로 솔로 부스를 꾸몄다. 미국 뉴욕 트라이베카에 위치한 챕터 NY(Chapter NY) 갤러리의 안토니아 쿠오(Antonia Kuo) 부스 또한 많은 미술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대만계 이민자인 안토니아 쿠오는 사진, 회화, 조각의 경계를 허물고, 동서양의 동시대적 풍경을 현대적인 관점에서 재해석한다. 두 갤러리 모두 홍콩에서 열리는 아트페어의 지리적 특성을 고려해, 전략적으로 아시아계 이민자 작가로 솔로 부스를 채운 점이 돋보인다.



뉴욕의 티나킴(Tina Kim) 갤러리는 떠오르는 신진 작가 이미래의 회화와 조각을 선보였다. 티나 킴 갤러리가 아트 바젤 홍콩 페어에 단독으로 참가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외에도 아트 바젤 내에는 대형 조각 및 설치 작품을 선보이는 ‘인카운터스 (Encounters)’ 섹션에서는 국제갤러리가 양혜규의 ‘우발적 서식지(Contingent Spheres)’를 다니엘 보이드(Daniel Boyd)의 설치 작업 ‘도안(Doan)’과 함께 선보였다. 아트바젤 홍콩에는 처음 참가한 뉴욕의 티나킴(Tina Kim) 갤러리는 떠오르는 신진 작가 이미래의 회화와 조각을 선보였다. 이미래는 영국 런던의 테이트 모던(Tate Modern)이 현대자동차와 함께하는 터빈홀 커미션에 선정돼 올해 10월부터 내년 3월까지 전시가 열린다.


무엇보다도 아트 바젤이라는 거대한 아트페어가 진행되는 동안 홍콩 내 갤러리와 뮤지엄에서 일어나는 전시 또한 미술 시장의 현주소를 알아볼 수 있는 중요한 지표다. 먼저 홍콩 정부에서 적극적인 문화 사업의 일부로 2021년 탄생한 서구룡문화지구 내 위치한 M+ 뮤지엄은 모던한 건축물로 아트 바젤을 방문한 관람객들에게도 필수 코스다. 현재 M+ 뮤지엄은 울리 지그(Uli Sigg)의 중국 미술 컬렉션을 메인 전시로 소개하는 중이다. 울리 지그는 중국 정부로부터 억압받았던 작가들의 작품을 다수 소장했던 컬렉터였고, 이들 대부분을 M+ 뮤지엄에 기부했다. 전시에는 우리들에게도 익숙한 위에 민준(Yue Minjun), 장 샤오강(Zhang Xiaogang)의 작품들을 비롯한 정치색 강한 작품들을 함께 보여준다. 역설적이게도, 이 전시는 홍콩의 문화 및 역사보다는 체제에서 억압 받았던 중국 작가들에 집중돼 오히려 중국의 미술을 ‘선전’하는 기획에 초점이 맞춰진 듯하다.



아트바젤 홍콩이 진행되는 동안 M+ 뮤지엄은 울리 시그(Uli Sigg)의 중국 미술 컬렉션을 메인 전시로 소개하고 있다. 컬렉션에는 20세기부터 현대까지 아우르는 중국 미술품들을 볼 수 있다

홍콩 센트럴에 위치한 페더 빌딩, H 퀸즈 빌딩에는 가고시안, 페이스, 데이비드 즈워너, 탕 컨템포러리 등 대형 갤러리들의 전시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하지만, 전시된 작가들 대부분이 새롭게 홍콩에서 선보이는 신진 및 로컬 작가라기보다 기존 이미 소비되었던 블루칩 작품들이어서 아쉬움 점들도 있었다. 아트바젤 홍콩에 처음 참가했던 중소형 갤러리들이 아시아에 연고가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였던 전략과는 대조적인 분위기였다.


중국 부동산 시장 침체가 촉발한 중국발 위기의 영향과 더불어 반정부 행위 처벌을 강화하기 위한 홍콩의 국가 보안법이 지난달 23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많은 서방 나라 국가들은 홍콩의 국제 비즈니스 허브 기능과 활발하였던 문화 및 관광 도시 기능에 대한 우려가 크다. 페어의 규모는 판데믹 이전으로 회복되었지만, 미술이 소비되는 규모도 현재 경제, 정치적 상황 속에서도 이전처럼 회복될지는 여러 가지 변수들이 많은 상황이다. 여러 불확실성이 감도는 올해는 프리즈-키아프 아트 페어가 세 번째로 열리는 해다. 서울이 홍콩을 대체할 도시로 적합할지, 그리고 아직 아시아 미술 시장의 허브인 홍콩의 규모와 빈자리를 어떻게 채울 수 있을지 고민하게 만든다. /글·사진(홍콩)=엄태근 아트컨설턴트



[뉴요커의 아트레터] 필자 엄태근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를 졸업하고 뉴욕 크리스티 에듀케이션에서 아트비즈니스 석사를 마친 후 경매회사 크리스티 뉴욕에서 근무했다. 현지 갤러리에서 미술 현장을 경험하며 뉴욕이 터전이 되었기에 여전히 그곳 미술계에서 일하며, 리만머핀 서울 갤러리의 '원더랜드' 등 전시기획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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