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 애플리케이션 라인(LINE)의 이용자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해 일본 정부로부터 전방위적인 압박을 받고 있는 라인야후가 유출 원인으로 지목된 대주주 네이버와 거리 두기에 나섰다. 라인야후는 2026년까지 네이버와의 시스템 분리를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내용이 담긴 재발 방지 대책을 일본 정부에 제출했다. 일본이 유럽연합(EU)처럼 경제안보를 이유로 자국에 진출한 글로벌 빅테크에 대한 견제에 나서면서 메신저는 물론 웹툰 등 네이버의 일본 사업이 위축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일 NHK 등 일본 외신에 따르면 라인야후는 일본 정부에 제출한 보고서에 네이버에 위탁한 서비스 개발과 시스템 운용 업무를 종료하거나 축소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라인야후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에 지분 조정 검토도 요구할 예정이다. 지난달 일본 총무성이 라인야후 측에 네이버에 과도하게 의존한 사이버 보안 대책을 개선하라면서 자체적인 경영 체제 개선을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라인야후는 일본 정부에 재발 방지책 실시 상황을 3개월마다 보고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필요하다면 추가적인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본 정부가 라인야후에 대해 칼을 빼든 것은 자국민의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는 것과 동시에 일본
에 진출한 글로벌 빅테크를 대상으로 본격적인 견제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라인야후는 이용자 정보 유출과 관련해 관계회사인 네이버클라우드를 통해 제3자의 부정한 접근이 있었으며 라인 이용자 등의 개인정보 44만 건이 유출됐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조사 결과 개인정보 7만 9000건이 추가 유출돼 총 51만여 건의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은 개인정보 보호 조치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나라로 평가받는다. 일본은 한국보다 먼저 EU 개인정보 보호 관련 규정인 GDPR의 적정성 결정을 받았다. 최근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등장과 플랫폼 진출 활성화로 개인정보 보호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정보 보호 수준을 지금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일본은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해 강력한 법 체계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강도 높은 관리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U처럼 글로벌 빅테크에 대한 견제 신호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EU 규제 당국은 지난달부터 ‘빅테크 갑질’을 규제하겠다며 마이크로소프트(MS) 등 6곳을 디지털시장법(DMA) 적용 대상으로 지정했다. 글로벌 빅테크의 유럽 시장 진출이 활발한 만큼 시장 장악력을 견제해 자국 시장을 보호한다는 취지다. 한국(네이버·카카오), 미국(구글·MS), 중국(바이두)처럼 토종 검색엔진·포털사이트를 보유하지 못한 일본과 EU는 빅테크·플랫폼 규제에 비교적 자유롭다는 분석도 있다.
일본 정부도 라인야후 측에 네이버와의 자본 관계 재검토 내용 등을 포함한 경영 체제 개선을 요구했다. 개인정보 보호 관련 업무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그간 일본은 유럽이나 미국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개인정보 정책이나 자국 시장에 진출한 해외 플랫폼과 관련해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면서 “일본 정부가 라인야후에 (네이버) 지분 조정 검토를 구체적으로 요청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일본 국민 메신저로 등극한 라인의 대주주다. 일본에서 라인을 한 달에 한 번 이상 이용하는 사람의 수는 9600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 네이버는 소프트뱅크와 함께 라인의 대주주 중 한 곳이다. 라인야후의 최대주주는 A홀딩스로 지분 64.5%를 보유하고 있다. A홀딩스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설립한 합작법인으로 소프트뱅크와 네이버가 각각 A홀딩스에 50%씩 출자하고 있다.
네이버는 웹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사업을 펼치며 일본 시장의 장악력을 넓히고 있다. 현재 일본 디지털 만화 시장에서는 한국 플랫폼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네이버웹툰의 일본어 서비스인 라인망가는 일본 만화 앱 중 최초로 월간활성이용자수(MAU) 1000만 명(2023년 12월 기준)을 넘어섰다. 라인망가와 이북재팬을 운영하는 라인디지털프론티어는 지난해 11개월 만에 총거래액 1000억 엔을 기록했다. 하지만 라인야후에 대한 지배력이 약화하고 일본 정부의 견제가 지속될 경우 네이버의 현지 사업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지영 기자 yj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