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창] 반도체 대장주의 외로운 귀환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글로벌매크로팀장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글로벌매크로팀장

지난 3월 26일 코스피가 올해 고점을 경신했다. 주요 공신 중 하나는 삼성전자(005930)다. SK하이닉스(000660) 대비 부진했던 삼성전자 주가는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그동안 SK하이닉스와 시장 전체에 비해 부진했던 삼성전자 주가가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주식시장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우선 제조업 경기 개선 가능성이다. 엔비디아 주가가 올해 화두인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엔비디아 주가는 글로벌 경제와 동행하지는 않는다. 반면 범용 반도체, 핸드폰, 가전 등을 생산하는 삼성전자 주가는 엔비디아보다 글로벌 경기지표와 관련이 높다. 삼성전자 주가 강세는 글로벌 제조업 경기 개선 가능성을 일부 반영한다. 코스피 대비 삼성전자 주가가 강할 때 미국 제조업 경기를 나타내는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 지수가 서비스업 지수보다 좋아지는 경우가 많았다.


다음으로 기업 실적 상향 기대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 경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작다. 그러나 경기에 민감하다. 전체 경기 및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삼성전자 주가 강세 국면에서 미국과 한국 기업들의 12개월 예상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은 1분기 정도 시차를 두고 상향 조정되는 경향이 있다. 지금까지 2024년 미국과 국내 기업 EPS 추정치는 크게 하향 되지 않았다. 대체로 연말, 연초 낙관론이 강하다가 실적 하향이 이어진다. 올해 기업 실적 기대는 꽤 잘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주 강세가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코스피 대비 삼성전자 주가가 강한 국면에서 국내 주식시장의 동일가중지수가 코스피보다 약했다. 종목별 흐름이 위축되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전자 주가가 SK하이닉스 주가 대비 강할 때는 다를 수 있다. 2023년 이후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보다 강할 때는 주로 인공지능(AI)에 국한된 주가 흐름이었다. SK하이닉스 대비 삼성전자 주가 회복은 AI 또는 고대역폭메모리(HBM)에 국한된 흐름이 일반 반도체 흐름으로 다소 확산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는 성장주보다 경기와 관련이 높은 가치주가 개선될 가능성과 연결된다. 삼성전자 주가가 강할 때 국내 성장주보다 가치주가 강했다. SK하이닉스 대비 삼성전자가 강할 때 전세계 가치주 흐름도 양호해질 가능성이 있다.


SK하이닉스에 뒤쳐졌던 삼성전자 주가 강세는 향후 제조업 경기 가능성과 실적 상향, 가치 스타일로의 반전 가능성을 시사한다. 다만 삼성전자 규모가 너무 크다. 중소형주들은 다소 소외될 가능성이 높다. 아마도 삼성전자 주가 강세는 외롭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측면에서 올해 산업별 영업이익 추정치가 그나마 상향 조정되고 있는 업종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유틸리티, 반도체, 필수소비재, 운송, 미디어 산업 순으로 양호하다. 유틸리티와 반도체 업종의 실적 추정은 변동성이 크다는 단점이 있지만, 올해 실적 개선 가능성이 작년보다 높다. 삼성전자와 함께 갈 수 있는 업종들로는 실적이 뒷받침될 가능성이 높은 이들이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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