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 중심이던 최저임금 차등 적용 찬반 논쟁에 ‘노인’이 추가될 분위기다. 하지만 노인의 생계난 가중과 차별 비판을 불러일으킬 연령 차등 적용이 실현될 가능성은 낮다. 노동계에서도 연령 차등 적용에 대해 강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3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윤기섭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은 같은 당 시의원 37명과 노인 일자리 활성화를 위한 최저임금법 개정 촉구 건의안을 2월 5일 대표 발의했다.
이들은 노인일자리 확대를 위해 최저임금 보다 더 낮게 받는 노인 임금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건의안은 “빠른 고령화로 작년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전체 인구의 18.4%에 육박한다”며 “노인들은 구직 활동을 통해 경제 활동을 이어나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건의안은 “동일한 임금체계 노동시장에서는 현실적으로 노인 보다 젊은 층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며 “최저임금법 적용 제외 인가 기준 및 범위를 노인층에게 확대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를 정부와 국회에 강력하게 건의한다”고 전했다.
최저임금 차등 적용은 업종별로 가능하다. 하지만 1988년 최저임금법 시행 첫 해만 적용될만큼 사문화됐다. 근로자의 생활 안정을 위해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는 최저임금제도 취지와 해당 업종 선정 및 차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서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정할 올해 최저임금위원회 심의에서는 돌봄 업종이 처음 논의 테이블에 오른다.
이 때문에 시의원들이 주장한대로 연령 차등 적용은 현재로선 시행 가능성이 낮다. 2020년 9월 송언석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에도 연령별 차등 지급안이 담겼다. 이 법안 검토보고서는 “1990년 최저임금위원회에서 60세 이상 고령근로자에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고용노동부에 건의했었다”며 “정부는 법안도 제출했지만 국회 심의 과정에서 고령근로자의 생활안정 도모, 고령근로자의 임금수준 하락 우려, 노동력의 고령화 추세 등을 이유로 반영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연소근로자와 달리 고령근로자 차등 적용을 적용한 국가가 드문 배경이다. 게다가 연령 차등 적용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 임금 차별을 금지한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과 정면으로 충돌할 수 있다. 결국 이 법안은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고 22개 국회 종료와 함께 폐기될 전망이다.
시의원들의 건의안도 불투명하다. 안은 아직 소관위원회인 기획경제위원회에 상정되지 못했다. 본회의를 통과해야 고용부와 국회로 전달된다. 노동계에서는 시의원들의 건의안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관계자는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노인 빈곤율이 가장 높아 노후에도 일하지 않으면 생계 유지조차 힘들다”며 “이런 노인들의 처지를 이용해 임금을 낮추겠다는 발상을 사용자들도 아닌 시의원이 한 게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의원들이 할 일은 노인의 최저임금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복지를 확대하고 노인 적합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라며 “노인의 최저임금을 낮추는 것은 결국 노동시장 내 다른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뺏는 결과를 낳는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