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엔비디아 땡큐" TSMC 연말 가동률 90%…삼성과 격차 더 벌어지나[biz-플러스]

2분기 가동률 80% 넘긴 뒤
연말까지 꾸준한 우상향 전망
애플·엔비디아 등 빅테크 주문 급증
AI 반도체 제조 분야서 입지 강화
삼성과 점유율 격차 더 벌어질 수도

대만 반도체수탁생산(파운드리) 기업 TSMC 로고. 연합뉴스

대만 TSMC가 오는 4분기 공장 가동률을 90%에 가깝게 끌어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 애플과 엔비디아 등 인공지능(AI) 관련 거대 고객을 등에 업고 수주량을 빠르게 늘린 상황에서 레거시(범용) 공정의 주문량도 회복세에 접어든 결과다. 수주 물량 중 단가가 높은 첨단 공정 비중이 높아지면서 삼성전자(005930)와의 점유율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3일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의 12인치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장 가동률은 4분기 88.8%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TSMC의 12인치 공장은 반도체 산업과 파운드리가 동시 호황을 맞았던 2022년 100%에 가까운 가동률을 유지해오다 지난해 가동률이 70% 중반 대까지 하락했다. 지난해 4분기부터 반등을 시작한 가동률은 2분기 83.4%를 기록하며 5개 분기만에 80% 벽을 넘었다. 트렌드포스는 3분기에도 가동률이 86.9%까지 오르며 연말까지 꾸준한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가동률 상승에는 애플과 엔비디아 등 큰손 고객 몫이 지배적이다. 반도체 전문 분석가 덴 니스태드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TSMC의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애플과 엔비디아는 TSMC의 1·2위 고객사를 차지했다. 두 기업의 매출 비중만 36%에 이른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아이폰 시리즈의 모든 모델엔 TSMC의 3나노미터(㎚·1㎚=10억 분의 1m) 공정을 거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가 탑재된다. 지난달 세상에 공개된 엔비디아의 차세대 AI칩 B200은 TSMC의 4나노 공정에서 생산된다. 당초 3나노 공정 생산이 예상됐지만 팹 생산능력 한계로 4나노로 길을 틀었다. 퀄컴과 AMD, 미디어텍 등 올해 처음으로 AI 자체 칩 생산에 돌입한 빅테크들이 일찍이 3나노 공정 주문을 넣은 결과다. 비싼 돈을 주고서라도 최첨단 공정으로 칩을 만들겠다는 ‘대기 줄’이 만들어진 셈이다.


높아진 평균판매단가(ASP)에서도 이러한 현황을 체감할 수 있다. 반도체 호황기였던 2022년 6000달러를 소폭 웃돌던 TSMC의 웨이퍼 ASP는 오는 3분기 9000달러를 넘기고 4분기에는 1만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TSMC가 밝힌 지난해 4분기 실적에서 3나노 공정 매출 비중은 전분기 6%에서 2배 넘게 뛴 15%를 기록했다.


반도체 업계에선 TSMC가 AI 반도체 붐을 타고 파운드리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TSMC의 웨이퍼 출하량은 4나노 이하 선단공정 수요 증가에 힘입어 2분기를 바닥으로 가파르게 상승 중”이라며 “3분기부터 매출액이 본격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의 점유율 격차가 추가로 벌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4분기 TSMC,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각각 61.2%, 11.3%를 기록했다. 점유율 격차는 전분기 45.5%포인트에서 49.9%포인트까지 확대됐다. 삼성전자는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을 적용해 3나노 양산에 성공했지만 이렇다 할 큰손 고객을 유치하지는 못했다. 텐스토렌트, 그로크 등 현재까지 공개된 4나노 고객들도 중소 스타트업이 대부분이다.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9000억 원가량 적자를 냈고, 올해 상반기까지는 적자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은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파운드리 사업 회복 시점과 관련해 "작년보다 가동률 향상이 이뤄지고 있고 하반기에는 의미 있는 숫자로 회복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