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이 24시간 거래 인프라를 갖춘 국내 최대 규모의 외환 딜링룸을 오픈하며 ‘외환 거래 2.0’ 시대를 열었다. 하나은행은 현재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인 외환시장 개장 시간이 올 7월부터 새벽 2시까지 연장되는 상황에 대비해 외환 거래 인프라를 강화하고 있다. 이번 딜링룸을 시작으로 글로벌 외환(FX) 플랫폼을 구축해 해외 원화 투자 수요를 발굴해나갈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3일 서울 을지로 본점에 국내 최대 규모의 딜링룸 ‘하나 인피니티 서울(Hana Infinity Seoul)’을 오픈했다. 이날 개관식에는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등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하나 인피니티 서울은 2096㎡(약 634평) 크기에 126석을 갖춘 국내 최대 규모의 스마트 외환 딜링룸이다. 24시간 365일 운영을 위해 모든 물리 PC의 서버룸을 배치했고 원격제어 시스템을 운영한다. 또 전 좌석에 모션데스크를 설치해 업무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높였다. 그동안 저평가돼왔던 한국 외환시장에 대한 평가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함 회장은 이날 개관식에서 “이번 신축 딜링룸 개관은 단순한 물리적 이동을 넘어 24시간 트레이딩에 최적화된 환경 구축을 통해 하나은행의 최대 강점인 외환 경쟁력을 확대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글로벌 FX 플랫폼 서비스를 비롯한 외국인 원화 투자 서비스 확대 등 대한민국 자본시장과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이번 하나 인피니티 서울 오픈을 시작으로 런던·싱가포르·뉴욕 등을 잇는 글로벌 외환 거래 허브를 구축할 계획이다. 영국 런던자금센터의 경우 올 3분기까지 10여 명의 인력을 파견해 정식 개점을 준비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싱가포르와 뉴욕에도 비슷한 규모의 자금센터를 설립해 외환 경쟁력을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이 원화 자산에 투자하고자 하는 역외 소재 투자자들에게 직접적인 원화 환전 서비스가 가능해지고 외환 스와프 시장에서 역외 투자자의 단기 헤지 수요에도 부응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은 올 7월부터 국내 외환시장 개장 시간을 새벽 2시까지 연장하는 외환시장 구조 개선을 앞두고 선제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 지난달 해외외국환업무취급기관(RFI)으로 인가를 받은 하나은행 런던 지점이 KB국민은행 싱가포르 지점과 첫 달러·원 거래를 체결하며 시범 운영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RFI 시장에는 그동안 외국계 은행들만 참여해왔지만 올해부터 하나은행을 비롯해 신한·국민·우리은행 등 국내 시중은행들도 대거 뛰어든다. 이에 따라 역외에서의 달러·원 거래 기반이 한층 두터워지고 다양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하나은행이 외환 거래 시장 선진화에 적극 나서면서 해외 원화 투자 수요 발굴,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등 국내 금융시장의 ‘밸류업’ 효과가 기대된다”며 “원화 거래 기반을 글로벌 금융 중심지까지 확대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