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직접 만나겠다" 손내민 尹대통령… 답 없는 의료계

전공의단체 '의대 증원 백지화' 요구, 정부와 간극 커
'조건 없는 만남' 제시한 교수단체 중재 가능성 주목
전의비 "정부가 '합리적 방안 도출' 먼저 약속해달라"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의료개혁 관련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집단 사직한 전공의들을 직접 만나겠다고 2일 밝혔으나 의료계는 묵묵부답이다. 하지만 전공의 대다수가 ‘의대 증원 백지화’를 정부와의 협의 조건으로 내건 상태에서 대화가 이뤄져도 복귀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3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정부 정책은 더 좋은 의견과 합리적인 근거가 제시된다면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며 “위기에 처한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바로 세우고 우리나라 의학과 의료산업의 경쟁력을 높여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전공의 여러분을 포함한 의료계가 적극 의견을 내주시고 함께 해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도 중대본 브리핑에서 “정부는 의료계와 열린 마음으로 논의해 나갈 테니 의료계에서도 합리적인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와 소통에 나서주시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전날 “윤 대통령은 의료계 단체들이 많지만 집단행동 당사자인 전공의들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듣고 싶어한다”고 밝힌 데 이어 연일 전공의들과의 소통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에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를 비롯한 의료계 단체들은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대전협이 올 2월 정부에 제시한 ‘7대 요구안’과 정부 입장의 간극이 큰 만큼 접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있다. 대전협은 앞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의대 증원 계획 전면 백지화 △과학적인 의사 수급 추계를 위한 기구 설치 △수련 병원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불가항력 의료 사고에 대한 구체적인 법적 대책 제시 △열악한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전공의에 대한 부당한 명령 철회와 사과 △업무개시명령 전면 폐지 등을 요구했다.


가톨릭중앙의료원 인턴 대표(대전성모병원 인턴)를 맡고 있다가 사직한 류옥하다 씨가 전날 발표한 ‘젊은의사(전공의·의대생) 동향 온라인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목소리도 비슷하다. 전체 전공의 1만 2774명과 의대생 1만 8348명 중 1581명(5.08%)이 참여한 이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공의 수련을 위해 선행돼야 하는 조건이 있다면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의대 증원·필수의료 패키지 백지화”를 요구하는 이들이 93.0%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구체적인 필수의료 수가 인상”(82.5%), “복지부 장관 및 차관 경질”(73.4%), “전공의 52시간제 등 수련환경 개선”(71.8%) 순이었다.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대화에 참여했는데 대통령 혼자 이야기하다 돌아갈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만나게 되더라도 녹화 방송이 아니라 기자들이 있는 곳에서 생방송을 해야 한다”, “2000명 증원을 백지화하고 필수의료 패키지를 폐지하더라도 돌아가지 않을 전공의들이 많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다만 대통령실 발표에 앞서 윤 대통령과 전공의의 ‘조건 없는 만남’을 먼저 제시했던 전의교협이 중재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조윤정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비대위 홍보위원장(고려대 의대 교수)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윤 대통령은 현재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라며 “(대통령이) 박단 대전협 대표를 초대한다면 아무런 조건 없이 만나봐달라, 잠시나마 노력해달라”고 요청했다.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이날 ‘대통령과 전공의 만남에 대한 제언’이라는 자료를 내고 원칙적 환영 입장을 밝히면서도 “무조건 만나자고 한다면 대화 제의의 진정성이 없고 의료계와 협의해 합리적인 방안을 만들겠다는 조건을 먼저 제안해달라”고 요구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