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가전 부활' 삼성의 작심…LG는 "우리가 원조" 응수 [biz-플러스]

삼성 vs LG 'AI 가전 대전'
AI칩·센서 적용 삼성 신제품 15종 출시
"시작 중요하지 않아" LG에 맞불
LG는 '공감지능' 강조

삼성전자(005930)가 인공지능(AI) 칩과 카메라, 센서 등을 대거 적용한 비스포크 AI로 지난 한 해 부진했던 가전 사업에서 부활을 노린다. 올해 신제품에 전화 수신과 동영상·음악 감상 등 AI를 기반으로 한 기능을 추가한 데 더해 하반기부터는 생성형 AI를 적용해 사용자와 자연스러운 대화까지 가능한 똑똑한 가전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한종희(사진)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3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웰컴 투 비스포크 AI 신제품 미디어데이에서 “AI 생태계가 많이 확산하고 있고 누구나 다 한다고 하지만 실제 제품으로 실생활에 적용된 것은 저희가 제일 많다”고 말했다. AI 가전 분야에서는 삼성전자가 우위를 점했다고 강조한 것이다.




"문 열어줘" 하니 세탁기가 자동인식

삼성전자는 AI 기능을 높인 15종의 2024년형 비스포크 AI 가전 신제품도 공개했다. 터치스크린 기반의 AI 홈과 빅스비로 사용자의 편의성을 대폭 개선한 점이 특징이다. 100만 장의 식품 사진을 학습한 비스포크 AI 패밀리허브 냉장고는 내부 카메라를 통해 입출고되는 식재료를 인식해 보관 목록을 만들어준다. 목소리 명령도 인식한다. 양손에 세탁물을 들고 세탁건조기에 다가가 “문 좀 열어줘”라고 말하면 세탁기 문이 자동으로 열리는 식이다.


스크린을 통해 전화를 받거나 스마트폰에서 듣고 보던 음악과 영상을 즐길 수도 있다. 음성 지원 시스템에는 연내 대규모언어모델(LLM) 기반의 생성형 AI도 도입된다. 기존에 학습되지 않은 지시나 복잡한 명령어를 알아듣거나 이전 대화를 기억하고 연속으로 이어서 대화를 할 수 있다.



삼성전자 모델이 AI 기반으로 연결성과 사용성이 업그레이드된 신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는 비스포크 AI를 중심으로 가전 사업 부활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생활가전(DA)·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는 지난해 4분기 500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분기 적자로 돌아섰다.


한 부회장은 “MX나 VD사업부에 비해 DA사업부가 약간 처졌던 건 사실”이라면서도 “AI 가전을 계기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며 사업 부활의 의지를 드러냈다.


경쟁 여건이 녹록지는 않다. 범용 가전제품은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에 이미 시장을 내줬고 고급 가전 시장에서는 LG전자에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부회장은 ‘AI 가전의 시초는 우리’라는 조주완 LG전자 사장의 발언에 대해 “AI 가전의 시작은 중요하지 않다”며 “시초보다도 어떻게 빨리 소비자에게 혜택을 누리게 하고 밸류(가치)를 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스마트폰·TV 기반 연결성 확장…다양한 외부 협업도 고려

스마트폰과 TV 사업에서 유지하고 있는 1위 업체의 이점을 가전 사업의 연결성 확대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또 외부 협업을 통해 AI 가전의 무대를 넓힐 계획도 밝혔다.


한 부회장은 “테슬라나 현대차와 지금은 매니지먼트 시스템이나 정보를 교환하면서 집 안 상황을 집 밖에서 컨트롤하고 집 안에서 차 안 내용을 들여다볼 수 있는 부분까지 가 있는데 그 부분도 아마 무한대로 계속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동차 배터리뿐 아니라 태양광 업종과 협업해 집안 전력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기능도 갖출 수 있다”며 “홈 매니지먼트에서 빌딩 매니지먼트(건물 관리)까지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AI 가전 라인업을 공조 등을 비롯한 B2B 사업까지 연결할 수 있다는 얘기다.



맞불 놓는 LG전자 “글로벌 AI 가전 시장 선도할 것”



LG전자가 지난달 출시한 LG 휘센뷰 에어컨. 해당 제품에는 바람의 방향과 세기, 온도까지 제어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술이 탑재됐다. 사진 제공=LG전자

LG전자가 “‘공감지능’ 구현을 위해 자체 개발한 가전 전용 온디바이스 인공지능(AI) 칩을 주요 제품에 적용하는 등 글로벌 AI 가전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AI 가전 시장을 리드하겠다는 삼성전자의 비전 선포에 맞불을 놓은 것이다.


LG전자는 같은 날 배포한 참고 자료를 통해 “2011년 업계 최초로 가전제품에 와이파이 기능을 탑재한 후 글로벌 AI 가전의 역사를 써왔다”고 했다.


앞서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1월 CES에서 “AI가 사용자를 더 배려하고 공감해 더욱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을 공감지능(Affectionate Intelligence)으로 재정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LG전자는 휘센 오브제컬렉션 타워 에어컨, LG 트롬 오브제컬렉션 워시콤보 등 AI 기술이 담긴 가전 신제품 10여 종을 출시했다. LG전자는 공감지능 구현을 위해 개발한 자체 칩 ‘DQ-C’와 가전 운영체제(OS)를 강조했다. LG전자는 자체 칩을 탑재하는 가전 범위를 현재 세탁기와 건조기, 에어컨 등 5개 제품군에서 연말까지 8개 제품군, 46개 모델로 늘릴 계획이다.


사후 관리 영역에도 AI 기술을 도입한다. LG전자는 올해부터 전화 상담 시스템에 AI를 도입해 상담사가 주소·숫자 등을 잘못 알아듣는 실수를 방지하고 있다. 변환된 텍스트를 바탕으로 AI가 말의 맥락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제시하기 때문에 이전보다 빠른 대응도 가능하다. LG전자는 AI 상담 컨설턴트가 고객을 응대하는 무인 상담 서비스 ‘AI 보이스봇’도 연내 적용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