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가 최첨단 반도체 제조에 활용하는 회로 패터닝 장비 분야에서 30% 점유율로 세계 1위 자리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어플라이드는 삼성전자와 4㎚(나노미터·10억분의 1m) 파운드리, 최첨단 D램 생산을 지원하기 위해 자사 장비를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4일 박광선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코리아 대표는 경기 성남시 본사에서 기자 간담회를 가지고 이 내용을 발표했다. 박 대표는 "회사의 초미세 패터닝용 장비 매출이 2013년 15억달러에서 지난해 80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또 "10년 전에는 10% 내외였던 점유율이 지금은 30%로 급증했다"고 덧붙였다. 이 분야에서 경쟁사 대비 독보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박 대표가 설명한 패터닝 장비는 반도체 웨이퍼 위에 미세 회로를 새길 때 활용하는 제품군을 일컫는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반도체 칩의 내부는 다수 층으로 이뤄졌다. 동그란 웨이퍼 위에 얇은 막을 쌓고 가느다란 회로(패턴)를 깎아내는 작업을 반복하면서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이 작업을 각각 증착과 식각이라고 한다.
이 작업은 시간이 흐를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반도체 회로폭이 사람 머리카락의 10만 분의 5 수준인 5㎚ 이하만큼 좁아져서 불량 회로가 생길 확률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 기술을 구현하려면 값비싼 최첨단 장비 기술이 동원돼야 한다.
대표적인 초미세 회로 장비로는 빛으로 회로 모양을 새기는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장비가 잘 알려졌다. 그러나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의 반도체 장비군도 이들 장비 못지 않게 상당히 중요한 ‘필수 장비’로 꼽힌다.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는 차세대 증착 기술인 원자층증착(ALD), 첨단 식각, 계측 기술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면서 세계 1위 반도체 장비 업체의 위상을 이어가고 있다.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의 기술은 현재의 위치에서 멈추지 않고 계속 진보하고 있다. 특히 회사는 이날 간담회에서 식각 장비군인 '센튜라 스컬프타(Sculpta)'의 새로운 기술을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스컬프타는 어플라이드의 독자 기술인 측면 식각 기술이 적용됐다. 통상 식각 장비는 회로를 깎아내는 물질이 웨이퍼 위에서 수직으로 내려온다. 반면 스컬프타는 식각 빔이 비스듬하게 웨이퍼로 접근한다. 회로의 측면을 깎아낼 수 있어 회로와 회로 사이 간격을 최소화하고 회로 모양을 반듯하고 예쁘게 깎아낼 수 있다. 그래서 패터닝-쉐이핑(patterning-shaping)이라는 용어를 쓴다. 어플라이드는 이 비스듬한 빔으로 미세 회로끼리 엉겨붙으면서 생기는 이른바 브릿지 결함을 제거하는 기술도 스컬프타에 추가해 고객사들의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길용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코리아 총괄은 "스컬프타 장비가 있으면 두번 진행해야 할 EUV 공정을 한 번으로 줄일 수 있어 공정 비용을 아낄 수 있다"며 "현재 삼성전자 4㎚ 공정에서 스컬프타 시스템을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 매출은 올해 200만 달러, 내년에는 500만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도 강조했다.
어플라이드는 이외에도 삼성전자, 인텔 등 세계 최고의 반도체 회사가 EUV를 활용해 초미세 칩을 만들 수 있도록 다양한 장비 솔루션을 지원하고 있다고도 발표했다. 얇은 회로를 깊게 파낼 때에도 무너져 내리지 않는 단단한 틀(하드마스크) 소재는 물론, 식각 작업 중 손상된 틀을 보수하면서 회로를 깎아낼 수 있는 하이브리드 장비 '시스3Y 매그넘' 장비도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