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 장미원 분수대 뒤로 빨강, 노랑, 파랑의 알록달록 조각들이 마치 서커스 곡예사처럼 바람에 흔들린다. 지난해 3월 그룹 아스트로의 멤버이자 배우로 활동 중인 차은우의 인스타그램에도 올라왔던 알렉산더 칼더의 ‘거대한 주름(Grand Crinkly)’ 작품이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리움미술관에서 MZ세대의 인증샷을 이끌었던 작품이 에버랜드로 옮겨왔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에버랜드는 움직이는 조각, 모빌의 창시자인 알레산더 칼더의 작품을 이달부터 전시하고 있다. 유명 예술 작품이 에버랜드에 설치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당초 업계에서는 애니쉬 카푸어의 ‘큰 나무와 눈’이 에버랜드에 전시될 것으로 기대했다. 10년 이상 서울 리움미술관을 지켰던 이 작품이 지난해 철수되자 에버랜드로 옮겨 전시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테마파크의 컨셉과 어울려 시너지를 내는 측면에서 에버랜드 측이 칼더의 작품을 선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거대한 주름’은 높이 8.65m의 대형 모빌 작품으로, 움직이는 조각인 모빌과 바닥에 고정된 조각 스태빌이 결합돼 있다. 원색의 모빌 판들이 바람에 따라 상하좌우로 움직이는 게 특징이다. 작품의 색감과 역동성 측면에서 가족, 친구, 연인 등이 찾는 테마파크에 더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았다.
작품은 장미원 입구에 전시돼 있다. 매년 5월 에버랜드를 대표하는 장미축제가 열리는 곳으로 연간 수백만 명의 관람객이 드나든다. 지난 2일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가 한국을 떠나기 전 강철원 사육사와 송영관 사육사가 푸바오 팬들에게 보내는 감사 편지를 낭독한 것도 이 작품 앞이었다. 산리오캐릭터즈와 협업한 튤립축제가 한창 열리는 야외 테마정원으로 이어지는 길목이기도 하다. 헬로키티, 쿠로미, 시나모롤 등 산리오캐릭터즈에 더해 칼더의 모빌 작품이 방문객의 눈을 사로잡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칼더의 작품이 설치된 분수대 주변은 벌써부터 새로운 포토존으로 부상하고 있다. 앞서 거대한 주름이 전시됐던 리움미술관 야외공간 역시 인증샷 명소로 유명세를 탄 바 있다. 일상생활에서 문화를 체험하고 표현하는 것을 중시하는 MZ세대에게 테마파크와 예술의 이색 조합은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 에버랜드 측은 “세계적인 작품 전시를 통해 더 많은 국민들에게 미술 감상과 문화 예술 향유의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