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는 화끈해야 제 맛? 부작용입니다 [약 읽어주는 안경진 기자]

위장장애 줄이려 먹는 약 대신 붙이는 파스 개발
붙이는 파스, 주성분·사용법 꼼꼼히 살펴 골라야
파스 사용 후 2주까지 부착 부위 가리는 것 권고
따갑고 화끈 거리는 느낌, 약효 발현 아닌 부작용

사진=이미지투데이

“엄마, 여기 피부가 왜 이렇게 됐어?”


모처럼 대중목욕탕을 찾았다가 본의 아니게 나이 지긋한 모녀의 대화를 엿듣게 됐습니다. 노모의 등을 밀어주던 딸이 어깨와 허리 주변 피부가 벌겋게 일어나고 벗겨져 있는 걸 발견한 모양이더라고요. “파스를 조금 오래 붙였더니 잘 안 떼졌다”면서도 “이만한 게 없다”는 노모와 “아프면 말을 하지 왜 파스로 버티냐”며 핀잔을 주는 딸의 대화를 듣다 보니 남 일 같지만은 않았습니다.


근육이 뭉치고 뻐근할 때 으레 찾는 약이 파스입니다. 저도 일본에서 ‘동전파스’를 잔뜩 사올 정도라 제 또래 중에서는 나름 ‘파스 애호가’로 통하는데요. 피부에 붙이는 패치형부터 바르거나 뿌리는 제형까지 종류가 워낙 다양하다보니 구매할 때마다 약국 진열대에서 한참 고민하곤 합니다. 어떤 제품을 고를지 망설여질 때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가 ‘이름을 들어본 제품’을 선택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파스와 같은 일반의약품이 TV광고에 자주 등장하는 것도 그런 심리와 무관하지 않을 겁니다. 1994년에 출시된 ‘케토톱’이 30년간 일반의약품 외용 소염진통제 시장에서 판매 1위를 지킬 수 있었던 비결로도 TV 광고가 꼽히곤 합니다. 파스의 주 사용자층과 비슷한 연령대로 ‘국민 어머니’ 이미지를 지닌 배우 고두심 씨를 간판 모델로 내세우고 “관절엔 캐내세요”라는 카피를 활용하는 전략이 대중들에게 어필했다는 거죠. 실제 약국가에서는 케토톱이 관절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을 중심으로 지명도가 가장 높은 제품으로 통합니다.



배우 고두심은 오랜 기간 붙이는 근육통·관절염 치료제 '케토톱(케토프로펜)'의 광고 모델로 활동했다. 사진 제공=한독

케토톱은 관절 통증에 사용하는 의약품을 첩부제, 소위 ‘붙이는 파스’ 형태로 선보인 첫 제품입니다. 지금은 사라진 태평양제약이 개발했는데 2014년 한독(002390)이 태평양제약의 제약사업부문을 인수하면서 주인이 바뀌었습니다. 케토톱이란 이름도 광고 문구처럼 ‘염증을 캐내서’가 아니라 소염진통제의 성분인 ‘케토프로펜’ 성분에서 따왔죠. 먹는 약을 파스로 만들게 된 배경은 케토프로펜 성분의 의약품을 복용한 후 위장장애를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관절 통증을 호소하는 고령층의 상당수는 소화불량·속쓰림 등 먹는 약으로 인한 부작용을 감수해야 한다는 데 대해 부담을 느꼈거든요. 다만 붙이는 파스 역시 피부가 벗겨지거나 가려움·발진·물집과 같은 증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파스와 같은 외용제는 먹는 약에 비해 가볍게 여기기 쉬운데요. 염증·통증 완화 등의 작용을 나타내는 의약품 성분이 포함된 만큼 사용법을 꼼꼼히 숙지해야 합니다. 언뜻 비슷해 보여도 제품마다 주성분은 물론 피부로 약물이 방출되는 데 걸리는 시간, 즉 약효 지속시간이 다르거든요. 가령 ‘케토톱’ ‘케펜텍’ 등의 약효 지속시간은 12시간, ‘트라스트’는 48시간으로 4배 가까이 차이가 납니다. 그 이상을 넘기면 통증을 줄이는 데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얘기죠. 더욱이 케토프로펜 등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가 함유된 파스는 광과민성으로 햇빛과 반응해 알레르기가 생길 수도 있어 사용 시 주의가 필요합니다. 피부가 붉어지거나 색소 침착이 생겨 피부에 파스 모양의 흉터가 남을 위험도 있거든요. 파스를 부착한 기간은 물론, 사용 후 2주까지는 파스를 붙였던 부위를 옷·모자로 가리는 게 좋습니다.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하거나, 무릎 등 하체 부위에 사용했다면 긴 바지를 입는 것도 방법이죠. 어르신 중에는 따갑고 화끈거리는 느낌을 파스의 효과가 나타나는 거라고 받아들이는 분들도 적지 않은데요. 그건 부작용 증상입니다. 피부가 화상을 입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아깝다고 생각하지 말고 바로 떼야 합니다. 붙이는 파스에는 주성분 외에 접착제가 포함되는데, 그 성분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켜 발진·수포 등이 생기기도 합니다. 피부가 유독 민감하다면 바르는 파스가 대안이 될 수 있겠습니다. 단 바르는 파스는 옷·땀·물 등에 의해 쉽게 지워지므로 하루 3~4회 정도 발라주는 게 좋다는 점 기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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