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와 지방자치단체 등에 무전도청 탐지장치 설치 등 각종 사업을 청탁해 금품을 챙긴 혐의로 기소된 ‘386 대부’ 허인회 전 녹색드림협동조합 이사장(60)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5일 서울북부지법 형사12단독 허명산 부장판사는 변호사법 위반·국가보조금 관리법 위반·근로기준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허씨에 대해 일부 유죄 판결을 내린 뒤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벌금 1500만원도 선고됐다.
재판부는 자격이 없는 업체에 태양광 설비시공 하도급을 준 혐의, 음식물 쓰레기 침출수 처리장의 위치 변경을 청탁한 혐의, 임금체불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선고했다. 허씨가 이사장을 지낸 태양광업체 녹색드림협동조합은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다.
무선도청 탐지장치 납품·생태금 보전 협력금 반환사업지 대상지 선정 관련 청탁 혐의에 대해서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죄가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2015년 녹색드림협동조합 이사장으로 선출된 허씨는 서울시 태양광 미니발전소 사업에 선정된 뒤 무면허 업자에게 태양광 설비 설치공사 하도급을 주고 보조금을 편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2018년 음식물 쓰레기 처리 업체 운영자에게 3000만원을 받고 서울시 담당 공무원에게 침출수 처리장을 인천에서 서울 마포구로 변경해달라고 요청한 혐의를 받았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인맥을 이용해 금품을 받고 실제 담당 공무원에게 청탁을 시도한 걸로 보여 죄질이 좋지 않다”면서도 “3000만원은 이미 상환했고 청탁도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한편 음식물 쓰레기 침출수 처리장 변경 청탁 과정에서 국회의원이자 전 구청장인 동생을 내세워 청탁을 시도한 김 모(67) 씨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벌금 1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생태보전협력금 반환사업 청탁 공범으로 지목됐던 유모(60) 씨는 무죄를 판결받았다.
허씨는 1980년대 삼민투 위원장과 고려대 총학생회장을 지내면서 이른바 ‘386 운동권의 대부’로 불렸던 인물이다. 2000년에는 새천년민주당, 2004년에는 열린우리당 공천을 받아 총선에 출마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