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생 가정부 생활을 하면서 모은 전 재산 6400만 원을 기부한 80대 할머니가 무연고로 쓸쓸하게 세상을 떠나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동시에 뭉클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5일 부산 북구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만덕동의 한 요양병원에서 권옥선(86)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권 할머니는 평생 가정부로 일을 하며 모은 돈과 기초생활수급비를 아끼고 남은 돈을 모두 기부하고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권 할머니는 세상을 떠나기 전 여러 차례 만덕3동 행정복지센터 측에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기부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고 지난 1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만덕3동 행정복지센터에 각각 4000만 원, 1000만 원을 기부했다. 이어 2월에는 적십자에 400만 원, 북구에 1000만 원을 기부했다. 행정복지센터 측은 몸이 아픈 할머니에게 “오래 사시면서 본인을 위해 돈을 쓰시라”고 만류했지만 할머니의 뜻을 꺾지는 못했다.
권 할머니는 자식이 없었고, 그나마 남은 시댁과 형제마저 연락이 끊겼다. 혼자 가정부 일을 하며 생활을 이어오던 할머니는 몸이 아파 더 이상 일을 하기 힘들어진 2017년부터 기초생활 수급자로 살았다. 거동마저 불편해지면서 요양병원에 입원했고 이후 코로나 후유증을 겪다 지난 1일 오전 6시쯤 세상을 떠났다.
권 할머니의 부고를 접한 부산 북구 측이 가족과 지인 등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시신 인계를 거부하면서 권 할머니는 무연고 사망으로 처리됐다.
권 할머니를 돌봐오던 북구 만덕3동 행정복지센터 측은 공영장례 방식으로 할머니의 빈소를 마련했고 오태원 북구청장을 비롯한 북구 관계자들이 직접 빈소를 찾아 조의를 표했다.
만덕3동 관계자는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복지센터 직원들에게 늘 감사하다고 말하는 할머니에게 오히려 더 많은 힘을 얻었다”며 “받는 것을 당연히 하지 않은 할머니께서 당신 가진 것도 기꺼이 나누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할머니의 기부금은 저소득층 가구 아동 장학금, 저소득층 특별 지원금 등으로 지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