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가로지르는 개기일식…태양 코로나 비밀 한꺼풀 벗져질까[김정욱의 별별이야기-빅히스토리](70)

한국시간 9일 미국·캐나다·멕시코서 개기일식 현상
한국서는 볼 수 없어…한반도에선 2035년 관측 가능
천문연, 태양의 비밀 풀기 위해 미국에 관측단 파견
美 교도소 재소자들 “개기일식 보게해달라” 소송 내기도

지난 63회 기사까지 우주과학과 천문학에 대한 내용을 다뤄왔던 ‘김정욱의 별별이야기’가 확장돼 ‘빅히스토리’로 이어갑니다. ‘빅히스토리’에서는 우주 뿐 아니라 지구 생명의 탄생과 진화, 인류의 역사와 종교·철학 등 우주 그리고 지구에서 일어난 일들을 다룹니다. 우리가 평소에 궁금해 했던 여러 이야기를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가려 합니다. <편집자주>


2017년 8월 21일(현지시간) 한국천문연구원 개기일식 관측단이 미국에서 촬영한 개기일식과 코로나. 사진 제공=천문연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등 북미대륙의 사람들은 한국시간으로 오는 9일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날 개기일식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죠. 이 때문에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BL)의 일부 팀의 경기시간이 바뀌고 한 교도소에서는 재소자들이 개기일식을 보게 해달라며 주정부에 소송을 제기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6일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에 따르면 오는 8일(현지시간) 멕시코와 미국을 지나 캐나다 동부를 가로지르는 개기일식이 진행되는데 달의 본 그림자가 지나가는 지역은 최대 4분이 넘는 시간 동안 개기일식의 암흑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개기일식이란 달이 태양을 가려 태양 전체가 보이지 않는 현상을 말합니다. 일식은 지구가 태양을 공전하고 달이 지구를 공전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으로 ‘지구-달-태양’이 일직선으로 놓일 때 발생합니다.


태양의 지름은 달의 지름보다 약 400배 크지만 달보다 약 400배 멀리 떨어져 있어 달과 태양의 겉보기 시직경이 비슷하게 보여 개기일식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지구의 공전궤도면과 달의 공전궤도면은 약 5도 정도 기울어져 있어 개기일식은 매 합삭(달이 지구와 태양 사이에 오는 시점)때마다 발생하지는 않습니다. 평균적으로 4년에 3번 정도 발생하며 식이 일어나는 지역이 한정되므로 지구상에서 개기일식 현상을 관측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북미에서의 이번 개기일식은 미국 텍사스주 람파사스시 기준으로 8일(현지시간) 낮 12시 18분부터 오후 2시 58분까지 2시간 40분간 진행되며 태양이 완전히 가리는 개기식 기간은 4분 26초입니다. 이번 일식은 아쉽게도 국내에서는 관측할 수 없습니다.


다음 개기일식은 2026년 8월 12일(현지시각) 아이슬란드와 스페인에서 관측할 수 있습니다. 한반도에서 볼 수 있는 개기일식은 2035년 9월 2일 오전 9시 40분경 북한 평양 지역, 강원도 고성 등 일부 지역에서 볼 수 있으며 서울의 경우 부분일식으로 관측 가능합니다.



오는 8일(현지시간) 멕시코·미국·캐나다 등 북미를 가로지르는 개기일식 관측 가능한 지역. 그래픽=나사

미국 뉴욕주 교도소의 재소자들은 개기일식을 볼 수 있게 해달라며 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욕타임스에 따르면 뉴욕주 설리번 카운티 소재 우드본 교정시설 수감자 6명은 개기일식을 보지 못하도록 한 교정 당국의 결정이 헌법이 보장한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며 지난주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들은 소장을 통해 “다가오는 개기일식이 우리의 신앙을 지키기 위해 목격하고 성찰해야 하는 종교적 이벤트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에서는 프로야구의 경기시간도 낮에서 밤으로 바꿨습니다. 메이저리그 뉴욕양키스는 “오는 8일(현지시간)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리는 마이애미 말린스와 홈경기 시작 시간을 오후 2시 5분에서 오후 6시 5분으로 연기한다”고 밝혔습니다.


뉴욕양키스와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일식 현상이 경기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하고 경기 시간을 변경했는데 양키스는 이번 일식을 마케팅 수단으로도 활용할 예정입니다. 양키스 구단은 일식 현상이 나타날 8일(현지시간) 경기 입장 관중 1만5000명에게 선착순으로 일식 이벤트 티셔츠를 나눠줄 계획입니다.


개기일식은 지상에서 태양 코로나(태양 대기의 가장 바깥 영역)를 연구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입니다. 평소 태양의 밝은 광구 때문에 관측이 불가능한 대기층을 선명하게 볼 수 있습니다.


태양 연구에서 가장 대표적인 난제는 코로나 온도 가열과 태양풍 가속의 원리입니다. 태양은 중심에서 바깥쪽으로 나아갈수록 온도가 낮아지지만 바깥 대기 부분인 코로나에서는 오히려 수백만 도까지 가열됩니다. 또 태양 표면에서 초속 수십 km 정도의 태양풍이 코로나를 지나 지구 근처에서는 초속 수백 km로 가속됩니다.



개기일식 현상이 발생하는 원리. 그래픽=천문연

이런 태양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천문연은 이번 일식 때 텍사스주 람파사스시와 리키시에 두 팀의 관측단을 파견합니다. 개기일식 때 관측이 가능한 태양의 바깥 대기 부분인 코로나를 연구하고, 미국 항공우주국(나사·NASA)과 공동으로 개발한 국제우주정거장용 코로나그래프(CODEX)의 핵심 연구를 위한 지상 관측을 수행할 예정입니다.


두 관측단은 올해 9월 발사를 앞둔 CODEX의 핵심 기술인 편광카메라와 새로운 편분광장비를 활용해 태양반경의 1~4배에 이르는 지역인 낮은 코로나 영역의 관측을 시도할 예정입니다. 기상악화에 따른 관측 실패 위험을 줄이기 위해 약 200km 떨어진 두 곳에서 관측을 진행합니다.


첫 번째 관측단인 ‘천문연-NASA 개기일식 관측단’은 천문연에서 개발한 우주용 편광카메라와 편광기능이 없는 카메라를 함께 사용합니다. 기존 개기일식 관측을 통해 얻어진 코로나의 온도와 속도 정보는 모두 비편광관측을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편광관측을 통해 더욱 정확한 CODEX 관측자료의 분석과 해석에 활용할 예정입니다.


천문연의 두 번째 관측단은 텍사스주 리키시에서 새로운 편분광 관측장비(코로나영역적분편분광기, 태양코로나멀티슬릿편분광기)를 사용해 전자와 이온의 온도 및 속도, 먼지의 편광정보를 측정할 계획입니다. 이 결과는 CODEX가 9월 국제우주정거장에서 관측할 중간 코로나 영역인 태양반경의 3~8배 영역의 관측 결과에 상호보완적인 연구자료로 활용될 예정입니다.


CODEX는 천문연과 NASA가 공동으로 개발해 세계 최초로 우주 공간에서 태양 코로나의 온도와 속도를 동시에 관측해 2차원 영상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고안된 코로나그래프입니다. 현재 CODEX는 최종 조립 단계에 있으며, 올해 9월 발사 후 최대 2년간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운영될 예정입니다.


CODEX 한국측 개발 책임자인 김연한 천문연 박사는 “이번에 NASA와 공동으로 개발한 CODEX는 태양 연구의 난제로 꼽히는 코로나 가열과 태양풍 가속 비밀의 실마리를 푸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이다”면서 “개기일식 동안 새로운 관측기법과 새로운 관측기를 시험하는 것은 우주에 관측기를 올리기 전에 시험하는 필수 과정이며, 우리나라에 우주항공청이 설립돼 본격적으로 우주탐사를 대비하는 데 있어 과학 기술적 의미가 크다”고 밝혔습니다.


천문연-NASA 개기일식 관측단의 조경석 천문연 박사는 “이번 개기일식에서 코로나의 편광 특성 관측은 향후 CODEX 관측자료 해석에 신뢰도를 높이고 태양코로나의 편광 특성에 대한 지식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고, 최성환 천문연 박사는 “이번 관측에는 천문연에서 개발한 세계 최초의 우주용 편광카메라와 자동관측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짧은 개기일식 진행 동안 최대한 많은 편광 영상을 획득하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새로운 편분광 관측을 시도하는 관측단을 이끄는 양희수 천문연 박사는 “이번 개기일식에서 두 대의 편분광 관측장비를 이용한 관측은 지금까지 수십년 간 한국 개기일식 원정관측단이 수행한 코로나 연구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새로운 연구 주제를 발굴하고 새로운 기술을 시험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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