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료 쇼핑’을 막기 위해 실손보험을 개선하고 건강보험의 급여 항목을 재평가해 재정 안정성을 높인다. 저출산·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가운데 이를 통제하지 않으면 건보 제도가 지속가능할 수 없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신영석 고려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보건복지부가 5일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개최한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건강보험의 역할’ 정책 토론회에 참석해 “건강보험 지속 가능성 제고를 위한 정책 설계에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 교수에 따르면 지난 12년간 진료비는 연 평균 7.41%, 국민 의료비는 연 평균 8.68% 증가했다. 급속한 저출산과 고령화로 2050년에는 올해 대비 64세 이하 실질 생산인구 1인당 노인 부양 부담이 2.33배 높아질 것이라 추산했다.
특히 신 교수가 문제로 지적한 것은 비급여와 실손보험으로 인한 과도한 의료 이용이다. 신 교수는 “향후 급여 가능성이 있는 비급여는 현행 선별급여에 통합 관리하고 중장기적으로 비용 효과성이 떨어지는 항목은 제도권에서 퇴출하자”며 “도수치료, 마늘주사 등 선별급여에 진입하지 못한 비급여는 혼합진료 금지 항목으로 지정하자”고 제안했다.
신 교수는 복지부가 실손보험에 직접 개입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한정된 건보 재정 내에서 중증·응급 등 필수의료 분야를 충분히 지원하기 위해서다. 신 교수는 “현재 실손보험은 건강보험 본인 부담의 일부까지도 보장하고, 비급여를 보상해 의료 인력 배분의 비효율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며 “실손보험 혜택을 고비용 중심 필수의료 영역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박민수 복지부 2차관도 문제 의식에 공감했다. 박 차관은 “필수의료 분야의 보상 체계는 부진한 반면 비필수 분야에서는 경증 환자를 자주, 더 많이 진료할수록 보상이 늘어나고 비급여 진료를 포함해 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가 지속하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업무 여건과 보상이 좋은 비필수, 비급여 개원가로 인력이 유출되는 것을 막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현행 ‘양적 보상 체계’의 한계 보완을 추진하고 있다. 박 차관은 “현 시점에 맞게 실손보험의 본인 부담 보장을 개선하고 중증 과잉 비급여 항목이나 기존 급여 중 효과나 경제성이 떨어지는 항목은 재평가해야 한다”며 “부족한 부분은 충분히 채우고 과보상된 부분은 조정하는 합리적인 보상 구조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의료 과다이용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도 제시했다. 이중규 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은 “연 365회 초과 외래진료 시 본인 부담률을 90%로 상향하는 ‘본인부담 차등제’를 시행하겠다”며 “내가 얼마나 병원을 자주 다녔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전 국민 알림 서비스도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