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9회말 투아웃부터” 라지만…어깨 건강 관리는 [일터 일침]

■ 강인 창원자생한방병원 병원장
야구 등 스포츠 동호인들, 어깨충돌증후군 호발
어깨 걸리는 느낌·통증 등이 발병 초기 주요 증상
치료 시기 놓치면 증상 악화…2차 질환으로 진행
동작침법 등 한방통합치료 병행, 빠른 회복 도와

4월 3일 수원 KT 위즈전에 출전한 KIA 타이거즈 외국인 투수 제임스 네일. 사진 제공=KIA 타이거즈

#사내 야구동호회에서 투타를 겸하며 팀 내 에이스로 통하는 박 대리(35). 훈련이 없는 날에는 야구 아카데미를 다닐 정도로 야구로 가득 찬 일상을 보낸다. 그런데 지역 대회를 앞두고 연습에 열을 올리던 박 대리는 어깨에 이상이 생겼음을 직감했다. 공을 던질 때 어깨에 무언가 걸리는 느낌이 나타나는가 싶더니 어깨를 돌릴 때 소리가 나기 시작한 것이다. 갈수록 찌릿한 통증이 심해져 간단한 캐치볼조차 어려워지자 서둘러 병원을 찾은 박 대리. ‘어깨충돌증후군’이 회전근개파열로 진행되고 있으며, 방치하면 증상이 더 악화할 수도 있다는 소견을 듣고 즉각 치료를 시작하기로 마음 먹었다.




지난달 개막한 한국프로야구(KBO) 리그의 열기가 연일 고조되고 있다. 지난 시즌 누적 관중 800만 명을 넘어선 것은 물론 사상 처음으로 900만 명을 돌파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미국 메이저리그(MLB) 개막전과 더불어 류현진 선수의 KBO 복귀, 이정후 선수의 MLB 첫 홈런 등 화젯거리가 더해지면서 프로야구는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중이다.


비록 프로 선수는 아니지만 열정 만큼은 오타니 선수 못지 않은 이들이 있다. 바로 사회인 야구 동호인들이다. 사회인 야구팀 소속 선수들은 야구에 각별한 애정을 보일 뿐 아니라 실력도 출중하다. 어릴 적 선수 생활을 했던 소위 ‘선출’도 적지 않다 보니 매년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대회의 경쟁 열기는 상당히 뜨겁다.


야구는 스트레스 해소, 성취감 고취 등 심리적인 효과 뿐 아니라 지속적인 육체 활동을 유발하기 때문에 건강 관리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 그러나 사회인 야구는 전문적인 선수 관리 시스템이 없는 데다 경기 당 투구 수 제한과 같은 규칙이 엄격히 적용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이는 무리한 훈련과 경기로 이어져 부상과 직결되기도 한다. 특히 공을 던지고 배트를 휘두르는 종목의 특성상 어깨에 충격이 집중되면서 어깨 통증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


사회인 야구를 비롯해 여타 스포츠 동호인들에게 자주 나타나는 대표적인 질환으로 ‘어깨충돌증후군’을 들 수 있다. 어깨 관절을 덮는 견봉이라는 뼈 구조물과 어깨의 움직임을 담당하는 회전근개의 힘줄이 맞닿으며 염증과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무리한 어깨 사용으로 과하게 비대해진 힘줄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중장년층은 견봉의 퇴행으로 뼈에 뾰족한 골극이 생기는 것도 질환을 유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어깨충돌증후군은 팔을 올릴 때 어깨가 걸리는 느낌과 통증이 나타나는 게 특징이다. 야간에 통증이 심해지는 경향도 보인다. 발병 초기 증상이 상대적으로 가벼운 탓에 간과하기 쉬운데, 치료 시기를 놓쳐 증상이 악화되면 다양한 2차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회전근개의 손상이 커지면 ‘회전근개파열’, 회전근개 손상 부위에 석회가 침착되면 ‘석회화건염’, 견봉 아래 점액낭이 눌려 손상되면 ‘오십견’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질환 발생이 의심될 때 적극적으로 진료에 나서는 게 병을 키우지 않는 최선의 방법이다. 어깨충돌증후군은 대부분의 경우 비수술치료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침·약침, 동작침법 등의 비수술적 치료를 통해 통증을 낮추는 동시에 근육과 인대, 힘줄 등 어깨 조직의 회복 및 기능 강화를 돕는다. 침치료는 혈자리를 자극해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과하게 긴장한 주변 근육을 이완시켜 통증 감소와 가동 범위 향상에 도움을 준다. 주로 견우, 견료, 견정 등 어깨 부위의 주요 혈자리와 아시혈(눌렀을 때 통증이 나타나는 부위)을 중심으로 치료한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어깨충돌증후군 등 어깨관절 환자가 침 치료를 받으면 어깨 수술 위험률이 70% 이상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침은 한약재 성분을 정제해 경혈에 직접 주입하는 치료방법이다. 신속한 항염 및 통감과 더불어 손상된 신경과 조직의 회복에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증상과 체질에 따라 신바로약침, 오공약침 등을 고려할 수 있다.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에게는 동작침법(MSAT)을 우선적으로 시행하기도 한다. 동작침법은 환자에게 침을 놓은 상태에서 움직임을 유도해 통증을 빠르게 낮추고 관절의 가동 범위를 향상시키는 응급침법이다.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 ‘통증(PAIN)’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동작침법은 진통제를 복용하는 것보다 통증완화 효과가 5배 빨리 나타나는 것으로 입증됐다. 동작침법과 한방통합치료를 병행하면 치료 효과가 더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다수 발표된 바 있다.


야구에서는 타자가 총 세 번의 스트라이크를 허용하면 아웃된다. 반면 건강은 단 한 번의 스트라이크만으로도 아웃될 수 있다. 관절 건강을 잃는 것은 한순간이다. 만약 경기나 훈련 중 부상이 의심된다면 주저하지 말고 치료에 나서는 것이 현명하다. 야구하기 좋은 날씨가 이어지는 가운데 전국 사회인 야구팀의 건강한 승리를 기원한다.



강인 창원자생한방병원 병원장. 사진 제공=자생한방병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