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은 전기차, 주말엔 하이브리드 패밀리카, 급할 땐 가솔린'…이게 다 된다고? [Car톡]

■ 도요타 라브4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시승기
5700만원 가격으로 세 가지 주행 모두 가능
직장인 수도권 평균 출퇴근 거리 20km 안팎
1회 충전 최대 63km 주행…출퇴근은 전기차
배터리 모두 소진시 연비 효율 높은 하이브리드
주말 가족들과 나들이 나가도 기름값 부담 적어
최대 합산 출력 306마력…치고 나가는 힘 좋아

라브4 PHEV는 외관은 투박하지만 성능은 우수한 차량이다. 사진제공=도요타코리아

겉모습은 일단 투박하다. 크로스 옥타곤을 모티브로 강인한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의 이미지를 강조했다곤 하나 유려한 요즘 차들의 디자인과 분명 다르다. 유선형의 곡선보다는 직선이 많다. 확실히 차량의 외부 디자인은 호불호가 갈릴 법하다.


하지만 차량 디자인보단 연비와 승차감, 주행 성능처럼 차가 잘 굴러가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오너라면 이 차는 최상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바로 현재 국산차로는 경쟁 상대가 없는 일본 토요타의 글로벌 베스트셀링 SUV 모델인 라브4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다.


중형 SUV인 라브4는 1994년 1세대 모델이 처음 나온 이후 2021년 5.5세대까지 글로벌 누적 판매량 1192만대를 돌파한 인기 차량이다. 국내에엔 2009년 도요타코리아의 설립과 함께 3세대 모델부터 들어왔다.


이번에 시승한 라브4 PHEV는 지난해 2월 한국에 첫 선을 보인 후 지금까지 이렇다할 경쟁 상대 없이 존재감을 넓혀가고 있는 차량이다. 중형 SUV 카테고리엔 국산차부터 수입차까지 많은 차량이 있지만 5700만원의 가격대에 PHEV 모델은 라브4를 제외하면 전무하기 때문이다. 현대차·기아가 국내에선 보조금 이슈 등으로 PHEV 차량을 거의 만들지 않기 때문에 국내 소비자들이 낯설어 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PHEV를 한 번도 타지 않은 운전자가 있어도, 한번만 타본 운전자는 없다’는 속설처럼 PHEV의 장점을 잘 아는 소비자에겐 라브4 PHEV는 뿌리칠 수 없는 유혹으로 다가온다.



버튼 조작만으로 세 가지 버진의 주행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사진제공=도요타코리아

우선 운전하는 재미가 있다. 중앙 콘솔에 ‘AUTO EV/HV’ 버튼과 ‘EV/HV/CHG’ 버튼이 있는데 번갈아 누를 때마다 차량의 성격이 달라진다. ‘AUTO EV/HV'는 전기차 모드를 기본으로 주행하면서 가속 또는 충분한 힘이 필요할 때 가솔린 엔진을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HEV) 모드로 전환된다. ‘EV/HV/CHG’ 버튼은 누를 때마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전기 배터리를 충전하면서 가는 가솔린차로 바뀐다. 한 대의 차로 전혀 다른 연료를 쓰는 세 대의 차를 운전하는 느낌이다.


PHEV 모델이 한국에서 인기가 없었던 건 짧은 전기(EV) 모드 주행거리 때문이었다. PHEV 모델의 장점 중 하나가 배터리를 충전하면 전기차처럼 쓸 수도 있다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대부분 PHEV 차량의 EV 주행거리는 50km를 넘지 않아 매력이 어필되지 않았다. 라브4 PHEV는 이런 빈틈을 완전히 메웠다.


기존 순수하이브리드(HEV)에 탑재되는 배터리보다 무려 10배나 큰 용량의 18.1kW 리튬이온 배터리를 채택해 전기 모터 힘만으로 최대 63km 이상을 달릴 수 있다. 이는 제원상 주행거리일 뿐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심 주행에선 한 번 충전으로 80km까지도 주행이 가능했다. 수도권 직장인의 일 평균 출퇴근 거리가 20km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전기차 모드로 충분히 왕복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1회 충전시 최대 63km를 전기 모토의 힘으로만 갈 수 있다. 사진제공=도요타코리아

라브4 PHEV는 급속 충전 기능은 없지만 보통의 전기차처럼 6.6kW 외부충전을 지원하기 때문에 배터리를 완충하는데 2시간 30분 정도면 된다. 퇴근 후 충전을 시작 한 후 잠 들기 전 차량을 이동주차할 수 있을 정도의 시간이다. 일반 순수 전기차 오너들의 경우 차량이 급속 충전을 지원해도 아파트 등 일반 주거지엔 완속 충전기만 설치돼 있어 장시간 충전의 불편함을 감수해 하는 것보단 오히려 유리한 면도 있다. kW당 전기요금이 230원 정도라고 가정할 때 라브4 PHEV를 전기차로만 쓸 경우 하루에 드는 충전비용은 4163원 정도다. 지하철 요금보단 조금 비싸지만 광역버스 요금보단 싸다.


라브4 PHEV 매력은 주행거리가 긴 EV 모드 뿐만이 아니다. 배터리가 모두 소진되면 연비 효율이 높은 하이브리드차량을 바뀐다. 브레이크를 밟거나 감속할 때 회생제동을 통해 배터리가 충전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배터리가 다 닳았다고 가솔린 차량이 되는 것이 아니다.


전기차로 계속 달리고 싶다면 배터리 충전 모드로 설정하면 엔진이 개입해 배터리를 충전해준다. 주행 환경에 따라 다르지만 30분~1시간 정도면 배터리가 완충되고 다시 순수 전기차 모드로 달릴 수 있다. 단 배터리가 완충될 때까지는 가솔린 모드로 달려야 해 연비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배터리 충전은 가급적 완속 추충전기를 통해 진행하는 것이 좋다.



실내는 과하지 않은 심플한 디자인을 바탕으로 주행에 필요한 기능들은 두루 갖추고 있다. 사진제공=도요타코리아

라브4 PHEV는 힘도 세다. 2.5리터 직렬 4기통 다이내믹 포스 엔진은 뛰어난 동력 성능과 높은 수준의 연소효율을 실현한다. 복합 공인연비가 ℓ당 15.6km에 이른다. 토요타의 최신 PEHV 기술이 적용돼 178마력 2.5L HEV 엔진과 기존 120마력의 전륜 모터를 최대 182마력 모터로 교체해 시스템 합산출력이 306마력에 달한다. 실제 고속도로에서 앞 차를 추월하거나 도심 주행에서 신호 변경시 빨리 달려나갈 때 강력한 힘을 확인할 수 있다. 엑셀을 밟는 동시에 차가 앞으로 쭉 뻗어 나간다.


라브4 PHEV의 전자식 무단 변속기(e-CVT)는 기어 변속에 따른 변속 소요시간을 크게 단축해 연비 효율 향상과 배기가스 절감 효과는 물론 편안한 승차감까지 선사한다. E-Four 시스템을 통해 뛰어난 주행성능과 안정성도 확보했다. 특히 고 감속 기어 적용으로 리어모터 소형화 및 리어토크를 증대시킴으로써 더욱 강력한 사륜구동 주행이 가능하다. 또한 AWD 통합 제어 시스템은 온로드 주행 시에는 탁월한 핸들링과 안정성을 발휘하고, 오프로드 주행 시에는 트레일 모드 기능으로 안전한 험로주파가 가능하다.



라브4 PHEV의 가격은 5700만원으로 국내엔 동일 가격대에 비슷한 차종이 없다. 사진제공=도요타코리아

실내는 낮게 배치된 인스트루먼트 패널로 전방 시야의 개방감을 확보했다. 아웃 사이드 미러 위치를 도어 패널 쪽으로 위치시켜 사각 지대를 해소한 것이 눈에 띈다. 프런트 와이퍼 블레이드의 정지 위치를 낮게 세팅해 운전자 시야를 확보하면서 깔끔한 외관을 연출한다. 운전자와 동승자 주변에 마련된 다양한 수납 공간도 장점이다.


착촤감도 우수하다. 입체적이고 인체공학적인 시트 디자인으로 인해 몸이 좌우로 흔들리지 않게 잡아준다. 허리와 근육에 가해지는 부하를 줄여 장거리 운전 시 피로를 줄여준다.


뒷좌석 시트는 6대 4 폴딩이 가능하다. 리클라이닝 기능으로 시트 각도를 조절할 수 있어 편안한 탑승감을 선사한다.



라브4 PHEV는 배터리를 2열 하단에 넣는 구조 개선을 통해 넓은 트렁크 적재 공간을 확보했다. 사진제공=도요타코리아

트렁크도 넓직하다. 배터리를 2열 하단에 넣는 구조 개선을 통해 4세대 대비 더욱 넓은 트렁크 공간을 확보했다. 60L 캐리어 4개와 9.5인치 골프백이 여유 있게 들어간다. 뒷좌석 시트에는 6:4 폴딩시트가 적용되었으며, 리클라이닝 기능이 적용되어 시트 각도를 조절할 수 있어 편안한 탑승감을 선사하며, 리어 시트 리마인더 기능도 탑재되어 있다.


유일한 흠이라면 8인치에 불과한 센터 디스플레이다. 크기가 작아 답답함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주행에 필요한 기능은 꽤 갖추고 있다. 토요타 커넥트 기능과 연동돼 무선 통신을 통해 차량 내에서 지니·벅스와 같은 뮤직 스트리밍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 실시간 교통 정보는 물론 주유소, 주차장 및 과속 카메라 정보도 제공한다. 무선 업데이트가 가능한 통신형 내비게이션을 지원한다. 안드로이드 오토와 무선 애플 카플레이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순정 내비의 부족함을 보완할 수 있다.



8인치의 센터 디스플레이는 답답한 느낌도 있지만 주행에 필요한 기능은 모두 담았다. 사진제공=도요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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