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韓 경기 부진 완화…내수는 여전히 미약”

KDI 4월 경제동향…"반도체 중심 수출 회복"
상품·서비스 소비 모두 부진…건설기성도 위축
"세계 경제, 유가상승·운송차질 위혐요인 상존"

부산항의 분주한 모습. 연합뉴스

한국 경제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회복세가 나타나 경기부진이 완화되고 있지만 소비 위축과 설비투자 부진으로 내수는 여전히 미약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7일 "내수가 여전히 미약하나, 반도체 생산이 급증하면서 경기 부진이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최근 경제동향을 분석했다. 지난해 12월 내수 둔화를 처음 진단한 이후 5개월 연속 같은 판단인 셈이다.


3월 수출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회복세가 꾸준히 나타나고 있다. 전월(4.8%)보다 증가폭이 둔화한 3.1%증가를 기록했지만 일평균 기준으로는 전월(12.5%)에 이어 9.9%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품목별로 보면 일평균 기준으로 IT를 제외한 품목(2.9%→2.2%)은 미약한 증가세를 보였지만 반도체를 중심으로 IT품목(57.0%→38.9%)로 높은 증가세를 기록했다. 이 같은 수출 회복세가 이어지고 수입이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무역수지 흑자폭(42억 8000만 달러)은 전월(42억 9000만 달러)와 유사한 모습을 보였다.



산업별 생산지수. 자료:KDI

2월 전산업 생산은 서비스업 생산이 둔화됐지만 광공업생산의 높은 증가세가 지속돼 부진이 완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광공업생산(12.9%→4.8%)은 설 연휴에 따른 조업일수 감소(+2.5일→-1.5일)에도 불구하고 기저효과도 일부 반영돼 반도체(65.3%)를 중심으로 높은 증가세를 기록했다. 다만, 반도체를 제외한 광공업생산은 자동차(-11.9%), 전기장비(-17.9%)를 중심으로 4.8% 감소해 1~2월 평균으로도 1.5%의 낮은 증가세에 머물렀다.


서비스업생산(4.5%→1.2%)은 숙박 및 음식점업(-4.5%), 도소매업(-3.7%)이 감소하는 등 부진했다. 이 같은 내수 둔화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회복세를 유지하며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기 부진이 완화되는 모습이었다. 계절조정 전월대비로 제조업 생산과 출하가 각각 3.4%, 2.6% 증가했고, 재고율(재고/출하 비율)은 전월 111.5%에서 110.1%로 하락했다. 이와 함께 제조업 평균가동 (72.1%→74.6%)도 비교적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다.


소비는 상품소비의 위축이 지속된 가운데, 서비스소비도 낮은 증가세를 나타내는 등 전월의 부진한 모습이 유지됐다. 소매판매의 경우 고금리의 부정적 영향이 지속되는 가운데 생산시설 공사, 조업일수 축소도 반영돼, 승용차(-17.8%), 통신기기 및 컴퓨터(-10.1%)는 대폭 감소한 반면, 음식료품은 16.7%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3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00.7로 기준치(100) 부근에서 등락하면서 전달(101.9)와 유사한 수준을 보였다.



건설기성 및 건설수주 현황. 자료:KDI

KDI는 2월 설비투자(3.8%→-0.3%)에 대해 ‘아직 부진한 수준’에 머무르지만 반도체 경기 회복에 따라 긍정적 신호도 일부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1~2월 국내기계수주가 변동성이 큰 운송장비의 급증으로 8.7%급증했으나 기계류는 8.8%감소했다는 점에서 선행지표가 개선됐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견해였다. 다만 반도체 경기 개선으로 반도체와 밀접한 특수산업용기계는 전월(13.5%)에 이어 8.6%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해 일부 개선됐다.


2월 건설기성(불면)은 전월의 급증으로 야기했던 요인이 다소 진정된 가운데 기저효과 작용으로 낮은 증가율(18.2%→0.5%)를 기록했다. 선행지표인 건설수주는 공공부문이 14.8%증가해도 민간부문이 -30.7%부진하며 -24.1%로 건설경기 위축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2월 취업자 수는 이 같은 건설경기 둔화에 기인해 전월(38만명)보다 증가폭이 축소된 32만 9000명 증가를 기록했다. 그동안 이례적으로 낮았던 실업률이 40대를 중심으로 상승하는 등 고용 여건도 완만한 조정세에 들어간 모습이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수요부진에도 불구하고 공급 측 상방 압력이 확대되면서 전월과 동일한 3.1%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다만 고금리 기조에 소비 부진으로 서비스물가 상승폭은 2.5%→2.3%로 축소돼 근원물가 상승세는 2.5%→2.4%로 둔화 흐름을 이어갔다.


세계경제는 완만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유가 상승과 운송 차질 등 위험요인이 상존한다고 평가했다. KDI는 “반도체 경기 회복이 세계 상품 교역의 부진 완화를 견인하고 구매관리자지수 등 기업 심리지표도 반등하면서 세계경제의 성장세 둔화 우려는 완화됐다”면서도 “세계 공급망 압력이 상승하고 지정학적 긴장과 해상 운송 차질도 이어지면서 주요국에서 소비자물가 상승세 둔화가 완만해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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