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원자력발전 비중을 높이면서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이 14년 만에 최저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종료 이후 온실가스 배출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에너지전환 정책이 시의적절하게 이뤄져 배출량 감축이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7일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와 환경부에 따르면 발전 등 전환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난해 2억 370만 톤을 기록했다. 이는 2022년(2억 1390만 톤)보다 4.8% 감소한 수치다. 산업 부문 배출량도 올해 2억 4470만 톤으로 지난해(2억 4580만 톤)보다 0.4%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잠정치는 통상 7월께 발표돼왔다. 정부는 올해 이보다 이른 시점에 추산치를 내놓았다. 연내 파리협정에 따른 제1차 격년투명성보고서(BTR)를 제출해야 하며 내년까지는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수립해야 하는 만큼 분석 현황을 보다 빨리 공개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총발전량은 2022년 594.4TWh(테라와트시)에서 2023년 588.2TWh로 1% 감소했다. 이 중 원전과 신재생에너지를 합친 무탄소에너지 발전량은 같은 기간 229.3TWh에서 237.2TWh로 3.4% 늘었다. 지난해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각각 180.5TWh와 56.7TWh로 2022년(176.1TWh와 53.2TWh)보다 각각 2.5%, 6.6% 증가했다. 산업 부문 감축은 철강 업체의 노후 고로 폐쇄, 정유 업계의 보일러 연료 전환, 반도체 업계의 불소 처리 증가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관계자는 “2018년 이후 무탄소발전 증가량으로 전력소비량 증가를 충당했고 석탄발전 가동 축소 등을 통해 전환 부문 탄소 감축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에너지전환으로 인한 온실가스 감축 실효성에 따라 정부는 ‘무탄소에너지 주류화(CFE 이니셔티브)’의 국제적 확산도 함께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강도 높은 감축을 위해 탄소 중립 100대 기술을 개발하고 철강 분야에 수소환원제철 실증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산업 부문 녹색 경쟁력 강화를 위한 450조 원 이상의 녹색자금도 지원한다.
이에 따라 전체 배출량도 2022년보다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전환과 산업 부문 배출량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70%가량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주요 4대 부문(전환·산업·건물·수송) 배출량은 전년 대비 약 1727만 톤 감소했다는 게 정부 측의 분석이다. 이는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이 정점을 찍은 해이자 2030년 NDC 기준연도인 2018년에 비해 13.1% 줄어든 수치다. 현행 NDC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 측 전망을 토대로 하면 지난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2년 이후 2년 연속 줄게 된다. 2022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잠정치)은 6억 5450만 톤으로 전년(6억 7660만 톤) 대비 2210만 톤 감소했다. 이는 2010년 6억 5510만 톤 이후 가장 낮은 수치였다. 건물과 수송 부문의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 추산치는 각각 4520만 톤과 9500만 톤을 기록했다. 전년(4830만 톤과 9780만 톤)에 비해 6.4%, 2.9% 감소했다.
탄녹위와 환경부는 문재인 정부 당시 2030 NDC에 포함된 감축 수단이 ‘비현실적’이라는 비판 의견도 내놓았다. 당시 설정한 감축 수단인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0.2%까지 높이기로 한 점, 수소와 다른 연료를 혼합해 발전하는 ‘수소혼소 기술’을 도입하는 점, 플라스틱을 바이오나프타로 전환하기로 한 점 등이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앞서 지난해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전원별 비중을 원전 23.9%에서 32.4%로, 신재생 30.2%에서 21.6%로 재설정한 바 있다.
정부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발간 학술지 ‘MIT 기술평가 보고’를 인용해 한국이 탄소배출·에너지전환 등 5개 항목 조사에서 76개국 중 8위, 아시아에서 유일한 ‘녹색 선도국’으로 평가받았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탄소 배출이 많은 일부 선진국은 감축 경로를 지키지 않는 경우도 있으나 우리나라와 영국·일본 등은 2050 탄소 중립을 향한 선형 경로에 따라 감축하고 있다”며 “지난해 전기본에서 전원별 비중을 재조정하며 실현 가능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