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AI 시대인데…대학 10곳 중 4곳 등록금 카드 납부 불가

홍익대·한양대·국민대·경희대·포스텍 등
카드사와 가맹 계약도 안 돼…현금만 가능
대학의 80%, 기숙사 비용 카드로 안 받아
교육부·금융위 대책 마련…수수료 등 논의

연합뉴스

국내 대학들이 인공지능(AI) 융합 혁신 교육을 외치면서도 정작 등록금과 기숙사비 수납은 카드가 아닌 현금을 고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이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힘을 모으고 있지만 부처별 해법이 상이해 개선안 마련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7일 서울경제신문이 대학정보공시시스템 대학알리미의 ‘등록금 납부제도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1학기 기준 국내 대학 423곳(교육대·분교·전문대 포함) 중 181곳(42.8%)이 카드가 아닌 현금으로만 등록금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카드를 안 받는 대학의 비율은 2021년(45.8%), 2022년(45.9%)과 비교하면 약 3%포인트 줄어드는 데 그쳤다. 나머지 대학 242곳(57.2%)만이 카드 수납을 허용했다. 이마저도 78곳은 특정 카드 1~2개만 받았다.


대부분의 대학은 카드사와 가맹 계약 자체를 체결하지 않았다. 지난해 말 기준 누적 적립금 상위 30위 안에 드는 홍익대와 한양대, 국민대, 경희대, 포스텍(포항공대)은 카드로 받은 등록금이 ‘0’원이다. 이 외에도 경기대와 계명대, 고신대, 광운대, 단국대, 대구대, 덕성여대, 동덕여대, 명지대, 배재대, 부산외대, 성신여대, 숙명여대, 세종대, 숭실대, 수원대, 아주대, 영남대, 용인대, 울산대, 인제대, 인하대, 전주교대, 포항공대, 한국외대, 호서대 등은 등록금을 카드로 수납하는 시스템이 아예 없다. 카드사와 수납 제휴를 맺고도 카드 납부를 허용하지 않은 대학도 4곳 있었다.


이들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은 한 학기에 300만~600만 원에 이르는 등록금을 카드로 분납하거나 가불하지 못한다. 교육부는 학생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현금 분할 납부 시스템을 마련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광주카톨릭대, 대구경북과학기술원, 한국에너지공과대 등 13곳은 카드를 안 받는 것은 물론 현금 분할 납부도 거절했다.


기숙사 비용에 대해서도 카드 수납을 허용하지 않은 대학도 많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4년제 대학 기숙사 252곳 중 대학 202곳(82.2%)은 현금으로만 기숙사비를 받았다. 카드 납부가 가능한 기숙사는 50곳(19.8%)뿐이었다.


특히 기숙사비를 ‘현금 일시불’로만 받는 대학은 154곳(61.1%)에 달했다. 전문대 기숙사는 ‘현금 일시불’ 비율이 79.8%로 4년제 대학보다 더 높았다. 2022년에는 124곳 중 97곳이 현금만 받았는데, 지난해에는 2곳이 더 늘어났다.


교육계에서는 대학의 카드 납부를 늘려 학생의 등록금 납부 부담을 덜고 편의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교육부는 앞서 2016년 등록금을 신용카드·직불카드·선불카드에 의한 결제로 납부 받을 수 있도록 고등교육법을 개정했다. 다만 강제성이 없는데다 수수료 부담이 있어 대학들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대학의 가맹점 수수료율은 평균 1.4% 내외다. 교육부 역시 카드 결제를 의무화하면 자칫 대학들이 수수료를 등록금에 포함해 학생들에게 부담을 전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2022년 교육부와 금융위원회가 등록금 카드 납부 태스크포스(TF) 구성했지만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흐지부지 마무리된 까닭이다.


최근 학생과 학부모의 민원이 빗발치자 교육부와 금융위원회는 대책 마련에 다시 착수했다. 교육부는 대학 별 카드사 계약 현황 등 실태 조사와 학생·학부모 수요 조사까지 마쳤다. 대학가는 카드 수수료에 대한 교육부와 금융위의 입장 차 조율이 관건이라고 평가했다.


교육부는 대학 교육의 공공성을 감안해 등록금에 대해 예외적으로 카드 수수료를 낮게 적용해 대학들로 하여금 등록금 카드 수납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금융위는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상 대학은 영세·중소 가맹점으로 분류되지 않아 우대 수수료를 적용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카드 수수료가 1.4% 정도기 때문에 (대학에 카드 수납을 강제하면) 등록금과 기숙사비가 올라갈 우려가 있다”면서도 “여신전문금융업법을 통해 (대학에) 영세 수수료율을 적용하면 수수료를 크게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금융위와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금융위 관계자는 “수요와 공급의 원리를 무시하고 인위적으로 수수료를 내리면 부작용 나타날 수 밖에 없다”며 “대학과 카드사의 가맹 계약 체결을 활성화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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