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 총선 끝나고 보자?… 의협 "총선 후 의료계 합동 기자회견"

10일 총선 이전 극적 타협 어려워져
의료계, 총선 결과 따라 주도권 기대
政, '전공의 면허정지' 등 강경책 가능성

의료계와 정부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문제를 두고 갈등하면서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떠난 지 두 달 가까이 흘렀다. 윤석열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의 만남이 소득 없이 끝나고 전공의 사회 내부 분열이 심화하면서 의정(醫政) 간 대치가 당분간 지속하게 됐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총선 이후 이탈 전공의에 대한 기존 ‘유연한 처리’ 방침을 ‘기계적 법 집행’으로 전환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의료계에서도 총선 결과를 본 뒤 대응 방안을 강구하자는 주장이 거론되고 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7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비대위 제7차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7일 비대위 회의 후 브리핑에서 의료계가 총선이 끝난 뒤 합동 기자회견을 열어 단일한 입장을 내놓겠다고 예고했다. 그는 “의협 비대위와 전의교협, 대전협, 의대생 등 각자 목소리를 내고 있던 조직들이 의협을 중심으로 모여 합동 기자회견을 할 것”이라며 “아마도 총선 이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의협 비대위가 중심에 있고, 여러 단체들이 한 목소리를 낸다는 점을 천명하기 위한 것”이라며 “우리에겐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의료계가 단시간 내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통일된 (의대 증원) 방안을 가져와달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요청에 응답하기는 어려운 상태다. 일부 의사들 가운데는 총선이 끝나야 사태 해결의 주도권을 의료계가 쥘 수 있을지 판가름날 것으로 전망한다. 총선 결과가 여당에 불리하면 의사들이 주도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 당선인은 이번 총선에서 20~30석 당락이 의협의 손에 달려 있다고 자신하기도 했다. 그는 “여당을 일방적으로 지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의사에게 가장 모욕을 주고 칼을 들이댄 정당에 궤멸 수준의 타격을 줄 수 있는 선거 캠페인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의대 교수 단체들도 총선 이후 회의를 열어 앞으로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교수협의회는 12일 회의를 열어 이번 사태에 대해 진행한 설문 결과를 발표하며 대책을 모색한다. 서울대의대·병원 교수 비대위는 오는 15일 전체 회의에서 그동안의 결정 사항을 재점검하고 대책을 논의한다.



7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와 보호자가 이동하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 안팎에서는 정부가 오는 10일 총선이 끝난 뒤 정부가 '기계적 법 집행' 기조로서 강경론으로 선회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연합뉴스

반대로 정부도 총선 이후 강경론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총선 이후 ‘기계적 법 집행’ 방침을 꺼내들 수 있다는 얘기다. 앞서 윤 대통령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만난 뒤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당과 협의해 전공의들에 대한 유연한 처리 방안을 모색해달라”고 지시했다. 이에 지난달 26일부터 전공의들의 면허를 정지할 수 있었던 보건복지부는 면허정지 본통지와 사전통지서 송달 절차를 중단한 상태다.


정부가 강경론으로 선회하면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부터 재개할 가능성이 높다. 복지부에 따르면 100개 주요 수련병원의 이탈 전공의 수는 1만 1994명이다. 정부가 초반에 면허정지 사전통지를 했던 전공의 35명의 경우 의견 청취 기한도 지난 만큼 이들에 대한 면허정지는 바로 이뤄질 수 있다. 정부는 이후 의견 청취가 끝나는 전공의들에게 면허정지 처분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의협에 대한 ‘법적 해산’까지도 강경책의 하나로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법 제38조는 ‘법인이 목적 이외의 사업을 하거나, 설립 허가 조건을 위반하거나, 기타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한 때’ 주무 관청이 허가를 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 의협 비대위 집행부는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을 부추긴 혐의로 고발당해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으며,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과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은 같은 혐의로 면허정지 처분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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