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 연봉·퇴직금 '따블' 광주상공회의소 임원 달고 싶다면…"정보 파헤쳐 회장 선거 목숨처럼 도와라"

[광주상의 한상원 호 충격 실태 1]
아랑 없는 한 회장 모습에 곪아버린 내부
화합 한다더니 '찐 제조업' 후보는 사라져
선거 개입 하지 않은 전 사무처장은 눈물
진흙탕 싸움의 결말…승자는 선거 도우미

광주상공회의소 내부. 제25대 광주상공회의소 회장 선거가 진흙탕 싸움으로 얼룩지며 지역사회 시선이 곱지 않은 가운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선거도우미로 나선 내부 직원이 임원 맨 꼭대기로 올라가며 더욱 싸늘한 시선을 받고 있다. 광주=박지훈 기자 jhp9900@sedaily.com

#선거도우미 임원 맨 꼭대기에 서다


선거라는 것은 승자가 있으면 패자가 있기 마련. 승자는 웃음이요 기쁨이지만 패자는 쓰라린 슬픔이요 아픔이다. ‘나중에 두고보자’ 앙금만 남아버린, 선거 그 후의 씁쓸한 결말이다. 그래도 승자의 경우 초반에는 패자의 상처를 아우르는 겉치장은 필요해 보이는데, 호남권 대표 경제단체를 자평하는 이곳은 이런 기본적인 아랑도 없어 보인다.


18년 만에 경선으로 치러진 제25대 광주상공회의소 회장 선거. 배신과 배신의 진흙탕 싸움으로 얼룩지며 결론은 한상원 다스코 회장이 3년 동안 광주상공회의소를 이끌어 갈 수장으로 선출됐다. 그동안 보이지 않은 제조업과 건설업의 갈등을 종식시키기를 기대했지만 ‘찐 제조업’을 표방으로 경쟁 후보로 나섰던 김보곤 디케이 회장과 일부 지지자들의 모습은 감춘 지 오래다. 속내를 들어보기에는 앞서 언급 했듯 18년 만의 치열한 싸움이었던 만큼, 배신의 상처(자신을 도와주기로 해놓고 상대 후보지지)는 누구도 그 마음을 헤아리지 못할 것이다.


서울경제에서는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22대 회장에 호반건설 김상열 회장이 선출된 이후 23·24대 회장을 중흥건설 정창선 회장이 맡으면서 ‘건설업 3대 연속 회장직’에 대한 부작용을 언급했다. 이제는 건설업의 힘을 빌려 25대 회장까지 탄생했으니…. 광주상공회의소는 보이지 않은 제조업-건설업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갈수록 저하되는 회원결속력과 함께 ‘줄 서기의 끝판왕’이 탄생하는 아름다운 선거문화(?)까지 만들어 내는 기염을 토했다. 여기에 전무이사(현재는 상근 부회장) 등 곪을 대로 곪은 내부 조직에 대해 지적했지만, 갈등 해소는커녕 ‘선거 도우미’의 자리 채워주기에만 급급한 모습에 감탄(?)을 자아내고 있다.



한상원 제25대 광주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달 28일 광주상의 7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광주·전남 경제 활성화와 지역사회 발전은 상의의 소명이고 기업인의 책무로 화합과 통합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화합은 커녕 지난 23·24대 보다 회원결속력은 더욱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 제공=광주상공회의소

#오죽하면 화합 조건이 “선거도우미 안돼”


광주상공회의소 조직에는 총 3명의 임원진이 구성돼 있다. 임원 서열을 순서대로 정리해보자면 상근 부회장, 전무이사, 광주지역인적자원개발위원회 사무처장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광주상공회의소 회장 선거가 끝남과 동시 임원인사 맨 꼭대기에는 결국 ‘줄서기의 끝판왕’으로 불리는 선거 공신이 한자리 차지했다. 한상원 광주상공회의소 회장이 부임 후 첫 인사는 이변 없이 공신으로 분류되고 있는 A전무이사가 상근 부회장으로 승격되는 기쁨(?)을 누렸다.


2000년 대 들어 광주상공회의소 역사상 내부에서 보수 명예직인 회장을 보좌하고 실제로 상의를 이끄는 상근부회장에 오른 적이 없었던 만큼 따가운 눈총을 보내고 있다. 실질적으로 A상근 부회장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는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있다. 오죽하면 경쟁 후보였던 김보곤 회장 측에서 화합으로 내건 조건 중 하나로 ‘A상근 부회장은 안 된다’ 이었을까. 하지만 화합과는 거리가 먼 제25대 광주상공회의소 회장은 제대로 된 품격과 인성(?)을 보여주며 이 조건은 물 건너갔지만 말이다.


왜 임원 달기에 목을 매는 걸까. 억대의 연봉도 있겠지만 여러 이유 중 일각에서는 정창선 회장 당시 광주상공회의소 회원사들과 내부 직원들도 몰랐다는 2019년 2월 21일 ‘제23대 3차 상임의원회’를 열고 ‘급여규정 중 임원 퇴직금 지급률 변경’을 개정된 점을 상기시킨다. 개정 내용을 보면 상근부회장은 퇴직금 지급률을 기존 매년 1배수에서 매년 2.5배수로 상향하고, 전무이사는 기존 매년 1배수에서 매년 2배로 올렸다. 하지만 정작 임원들의 퇴직금은 올리면서 함께 인하됐던 일반 직원들의 퇴직금 지급률은 인상하지 않았다. 임원들이 퇴직금 지급률 복원을 핑계로 자신들의 잇속만 챙긴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당시 꼼수로 퇴직금을 올렸다는 비판의 목소리에도 아랑곳 없이 이러한 선배 임원들의 활약과 도움(?)으로 앞으로 회장 선거에 목 매는 선거도우미들이 더욱 판을 칠 것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이 나온다.



광주상공회의소 전경. 사진 제공=광주상공회의소

#윤리강령이 뭐야, 일 보다는 줄이지


A전무이사 이제는 상근 부회장이 됐지만, 한상원 회장 직전 체제에서 누구보다 투표권이 있는 회원 정보를 구석구석 쉽게 볼 수 있는 자리를 꿰차고 있는 인물이었다. 선거 개입을 통해 자신의 목숨줄(?)을 이어 갔다는 내부와 광주상공회의소에 정통한 지역 경제인들의 한 목소리다. 자신도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딱히 변명할 필요를 못 느낀 듯한 발언(선거 개입)을 이어가기도 했다.


선거도우미가 임원 맨 꼭대기를 차지했으니, 자연스럽게 기존에 있던 임원 중 한 명은 쫓겨나는 것은 당연지사. 쫓아내도 충분한 명분과 예우를 갖춰주는 것이 동방예의지국이라 불리는 대한민국 사회다.


하지만 매몰차게 쫓겨난 이 인물은 서울경제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내 잘못은 선거개입 안하고 일만 한 죄다”라는 울분 섞인 목소리를 내놓는다. 이 울분의 한 마디로 현재 광주상공회의소의 내부 실태를 어느 정도 보여 준 듯하다. 특히 쫓겨난 이 인물은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지며 후폭풍은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서울경제에서는 광주상공회의소 한상원 호 충격 실태 1탄에 이어 조만간 ‘내쫒긴 35년 광주상공회의소맨의 눈물’ 인터뷰 내용 등을 다룰 예정이다)


광주상공회의소가 2022년 6월 제정한 임직원 윤리강령 제17조(의원선거 중립)에 따르면 ‘임직원은 회장 및 의원 선거 사무를 실시함에 있어 어떠한 압력이나 유혹에도 영향을 받지 아니하고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하여야 하며,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엄정하게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런 윤리강령 만들면 “뭐 하냐”라는 목소리는 거세다. 일은 뒤로 하고 내부 정보만 제대로 전달해주는 직원이라면 임원까지 시켜주는 선거도우미가 대세인데….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은 광주상공회의소 내부의 씁쓸한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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