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혁 더불어민주당 경기 수원정 후보의 ‘김활란 이화여대 초대 총장 이대생 성상납’ 발언이 이화여대 간 동문들의 집안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이화여대 총동창회가 김 후보의 사퇴를 촉구한 가운데 재학생이 주축이 된 또다른 이대생 모임은 김활란 박사의 친일 행적을 직시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대 동문으로 구성된 ‘역사 앞에 당당한 이화를 바라는 이화인 일동’은 8일 공동 성명을 내고 “김활란은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에 의해 공인된 친일반민족행위자”라며 “친일파 중에서도 가장 악질적인 친일파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단체는 이날 오후 2시 이대 정문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기자회견을 연다고 밝혔다.
단체는 김 박사의 친일 행적뿐만 아니라 ‘반여성 범죄행위’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김활란은 이화여대 학생들까지도 ‘황국 여성으로서 다시 없는 특전’이라며 애국자녀단에 가입시켰다. 애국자녀단은 전쟁터에 나가 정신대가 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라고 설명했다.
또 “해방 후 김활란은 모윤숙과 함께 낙랑클럽을 만들어 한국 여성들이 미국 고위 관료와 미군 장교들을 접대하게 하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런데도 이화여대 초대 총장이라는 감투를 쓰고 교육자인 양, 여성 선각자인 양 포장되고 있다”면서 “김활란의 악행을 덮고 오히려 초대 총장이라며 칭송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이화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뻔뻔하고 치욕스러운 일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화여대 총동창회가 “김 후보의 발언은 이화의 역사를 폄하했을 뿐 아니라 재학생과 동창생 모두에게 극심한 모욕감을 안겨 주었다”며 김 후보의 사퇴를 촉구한 것과 엇갈리는 주장이다.
‘역사 앞에 당당한 이화를 바라는 이화인 일동’은 여당에 이화여대를 정쟁의 소재로 이용하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국민의힘과 보수언론은 김 후보가 한 김활란, 낙랑클럽 발언을 문제 삼아 정치적 공세에 열을 올리고 있다”면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사전투표를 이화여대 앞에서 하는 쇼까지 했다”고 비판했다. 한 위원장이 5일 이화여대가 있는 서울 신촌에서 사전투표에 참여한 것을 겨냥한 발언이다.
앞서 김 후보는 2022년 8월 한 유튜브 채널에서 “전쟁에 임해서 나라에 보답한다며 종군 위안부를 보내는 데 아주 큰 역할을 한 사람이 김활란”이라며 “미군정 시기에 이화여대 학생들을 미 장교에게 성상납시키고 그랬다”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김 후보는 “김 총장의 친일 반민족행위를 소개하려 했던 것이지 여성 비하 발언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도혜원 기자 dohye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