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업계의 올해 1분기 기술 수출이 단 4건에 그쳤다. 최근 3년 간 가장 저조하다. 다만 업계에서는 지난해도 4분기에 대형 기술수출이 잇따른 것처럼 올해도 뒷심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8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기업의 신약 후보물질 등 기술수출 실적은 총 4건, 1조 9950억 원(이하 비공개 제외)로 집계됐다. 기술수출 규모는 전년 동기 2조 2638억 원 대비 13.4% 감소했다. 지난해 1분기는 9건, 2022년과 2021년 같은 기간에는 각각 6건을 기술수출했다.
올해 첫 기술수출 주인공은 LG화학(051910)이다. 1월 미국 제약사 리듬파마슈티컬스에 희귀비만증 환자를 위한 신약 ‘LB54640’를 약 4000억 원에 기술수출했다. 희귀비만증은 심각한 식욕제어 기능 장애로 고통을 겪는 질환이다. 선급금은 약 1300억 원이며 단계별 마일스톤은 최대 2700억 원이다. 매출에 따른 판매 로열티를 추가로 받는다.
바이오벤처 아리바이오는 ‘빅딜’을 성사시키며 1분기 실적을 견인했다. 아리바이오는 3월 중국 제약기업에 경구용 치매치료제 ‘AR1001’를 약 1조 200억 원에 기술수출했다. 1분기 중 가장 큰 규모다. 선급금은 1200억 원이며 단계별 마일스톤과 판매 로열티로 9000억 원을 받는다. 이번 계약은 시장 진입이 어려운 중국에서 단일 신약으로 최대 규모의 기술수출을 이끌어냈다는데 의미가 있다.
알테오젠(196170)은 2월 미국 머크(MSD)에 인간재조합 히알루로니다제 엔자임 ‘ALT-B4’ 독점권을 부여하는 기술수출 계약을 약 5750억 원에 체결했다. 난치암 치료제 개발 기업 넥스아이는 3월 일본 제약사 오노약품공업에 전임상 단계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NXI-101’을 기술수출했다. 계약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올해 전망을 비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분위기다. 지난해도 3분기까지 기술수출이 부진했지만 4분기에 종근당·레고켐바이오 등이 대규모 계약을 잇달아 체결하며 뒷심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연구개발(R&D) 투자나 파이프라인이 줄지 않았기 때문에 기술수출 부진으로 보기에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의 ‘2023 제약바이오산업 데이터북’에 따르면 상장사 R&D는 증가하는 추세다. 2019년 2조 7424억 원에서 2022년 4조 3894억 원으로 늘었다. 매출액 대비 R&D 비중도 11.2%에서 12.7%로 증가했다.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이 펴낸 ‘2022년 한국 임상시험 산업 정보 통계집’에 따르면 한국 파이프라인 비중은 13.1%로 미국, 중국, 영국에 이어 4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