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지도부가 4·10 총선을 이틀 앞둔 8일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수도권에 총출동해 화력을 쏟아부었다. 5~6일 이틀간 열린 사전투표가 역대 총선 최고 투표율을 기록한 만큼 10일 본 투표에서도 지지층을 최대한 끌어모아야 승기를 잡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더불어민주당은 투표를 통해 윤석열 정권에 ‘옐로카드’를 꺼내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국민의힘은 ‘개헌 저지선’ 방어를 호소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서울 11곳과 인천 3곳, 경기 17곳 등을 수도권 초박빙 지역으로 분류하며 “이제는 백병전이다. 심판은 여론조사가 아니라 투표로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딱 3표가 모자라다. 접전 승부를 벌이고 있는 곳에 여러분의 연고자를 찾아 달라”며 지지를 당부했다. 이 대표의 이날 지원 유세도 앞서 언급한 초박빙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진행했다.
이 대표는 이날 하루 수도권에서만 9개 지역구를 찾는 강행군을 했다. 특히 류삼영 후보가 나경원 국민의힘 후보와 맞붙는 서울 동작을은 이날까지 총 7번을 찾으며 공을 들였다. 지원 유세 앞뒤로는 본인이 출마한 인천 계양을에서 지역 유권자들도 만났다.
이 대표는 안규백 후보 지원을 위해 서울 동대문갑을 찾은 자리에서 “4월 10일 여러분이 받게 될 투표용지가 바로 옐로카드”라며 “이번에 옐로카드를 줬는데도 계속 반칙하면 언젠가는 레드카드를 줘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또 “윤석열 정권은 우리가 맡긴 권력과 예산으로 개인의 이익을 챙겼다. 고속도로 종점을 바꾸고 자신들의 범죄 은폐를 위해 ‘도주 대사’를 임명해 호주로 보내 대한민국을 망신시켰다”면서 “더 이상 퇴행이 불가능하도록 대한민국 주권자인 여러분이 엄중하게 경고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증권가가 밀집한 여의도(서울 영등포을)에서는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겨냥해 “대통령 부인이 주가조작으로 돈을 벌었어도 이것을 단속해야 하는 금융·사법당국은 수사조차 하지 않는다”며 “불공정·불투명성이 투자를 망설이게 하면서 전 세계에서 가장 주가가 저평가되는 상황을 맞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금 전국에서 박빙의 승부가 벌어지고 있다. 많이 투표하면 이기고 적게 하면 진다”며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메시지를 ‘위기감 조성’에 초점을 맞췄다. 야권의 대통령 탄핵과 개헌이 가능한 ‘범야권 200석론’을 부각시키며 보수 유권자들의 공포감을 자극했다. 한 위원장은 경기 일대를 집중적으로 돌면서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서는 ‘개헌 저지선’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경기 광주시 유세에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200석을 갖게 된다면 대통령 탄핵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을 바꿀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이 사람들이 말하는 200석은 이재명과 조국에 아첨하는 사람들로만 100% 채워 넣은 ‘친위대’같은 200명”이라며 “어떤 대화도 통하지 않는 훨씬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도 다시 꺼내 들었다. 한 위원장은 경기 용인 유세에서 “오늘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재판의 결심이 있고, 내일은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의 재판이 있는 날”이라며 “이렇게 많은 범죄를 한꺼번에 다 저지르는 사람은 대한민국에 없다. 왜 이런 사람들이 우리의 미래를 망치게 내버려 두는가”라고 꼬집었다.
한 위원장은 “야권이 200석을 가진다면 개헌을 통해 국회에서 사면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이재명·조국 대표가 자기 죄를 스스로 사면할 수 있게끔 할 것”이라며 “지금보다 훨씬 더 기고만장하게 여러분의 선택이라 참칭하며 나라를 자기 마음대로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양문석(민주당 경기 안산갑 후보)이 의원이 되면 앞으로 장관 청문회에서도 이러한 불법들이 무사통과될 것”이라며 “남은 12시간(본 투표 시간)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