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 미세먼지 폐·뇌·심장 직격탄…중국·기후변화 등 복합 요인 풀어야

◆미세먼지 발생 원인과 대책
미세먼지, 염증 수치 높이고 호흡기·장기에 악영향
국내·외 미세먼지 결합…기후변화 가속화로 파괴적
“한중 청천계획 추진·관련국들과의 공동R&D 모색"  


약 6600만 년 전 멕시코 유카탄반도 칙술루브에 소행성이 떨어져 어마어마한 파편과 미세먼지가 대기로 뿜어져 나온다. 화산이 터지고 큰불이 난 뒤 장기간 기후 냉각과 광합성 중단이 초래된다. 논쟁이 지속되고 있지만 당시 전체 생물종의 75%가 멸종된 것으로 추정된다. 공룡 멸종도 이 과정에서 이뤄졌다고 한다.


셈 베르크 세넬 벨기에 왕립천문대 박사팀이 최근 네이처 지구과학에 제출한 논문에 따르면 미세먼지가 지구의 기후 냉각과 이후 광합성 중단에 주요한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미국 노스다코타주에 있는 타니스 지층의 충돌 파편과 먼지 등 미세 입자들을 분석한 뒤 고(古)기후 시뮬레이션에 적용해 규산염 미세먼지와 산불 그을음, 황 등이 기후에 미친 영향을 연구했다. 그 결과 0.8~8.0㎛(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크기의 입자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이전에 알려진 것보다 더 컸다는 점을 밝혀냈다. 연구팀이 그 먼지의 양을 고기후 모델에 적용하자 미세먼지가 최장 15년 동안 대기 중에 머물면서 지구 표면온도를 최고 15도나 냉각시켰을 것으로 추산됐다. 미세먼지로 인해 태양복사가 변하고 그을음과 황의 냉각 작용마저 결합돼 2년 가까이 식물 광합성이 중단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 것이다.




이처럼 미세먼지는 환경과 동식물의 건강에 치명적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미세먼지 중 디젤에서 배출되는 검은 탄소(black carbon)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미세먼지는 입자의 지름이 10㎛ 이하인 먼지(PM 10)를 말하는데 특히 지름이 2.5㎛ 이하인 초미세먼지(PM 2.5)가 건강에 치명적이다. 미세먼지는 호흡기의 가장 깊은 곳까지 침투하고 혈관으로 들어가 오래 노출되면 호흡기 질환은 물론 면역력 저하, 심장·폐 질환, 암, 알레르기 등 다양한 문제들을 유발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미세먼지로 인한 사망자가 코로나19 팬데믹 사망자보다 훨씬 많은 연 2만~3만 명으로 추산된다는 통계가 나온 게 이 때문이다. 코 뒤의 근육이나 혈관을 통해 뇌로 이동하는 미세먼지가 치매·뇌졸중 등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도 있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의 2019~2023년 미세먼지 연구 성과집에 실린 57편의 논문에 따르면 미세먼지는 체내 염증 수치를 높이고 기도·폐 등 호흡기뿐 아니라 뇌·신경, 심장, 신장, 골절 등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임신 중기의 14~26주 산모가 고농도 초미세먼지에 노출되면 태아의 출생 시 체중 감소 위험이 1.28배 커지고 여아의 경우 출생 후 5년까지 성장이 저하된다는 연구도 있다. 미세먼지는 정신질환을 유발하기도 한다. 강승걸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등이 2015~2017년 정신과 질환으로 병원 응급실을 방문한 7만 9000여 명의 자료를 조사한 결과 초미세먼지와 미세먼지 농도가 10㎍/㎥ 높아질수록 불안 장애로 인한 응급실 방문이 각각 약 1.7배, 2.2배 늘었다.


미세먼지 발생의 자연적 요인으로는 중국·몽골의 황사, 화산활동, 산불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미세먼지는 공장·발전소 등의 화석연료, 자동차 배기가스, 건설 현장의 시멘트 가루나 건자재 미세 입자, 농촌 쓰레기 소각, 가정과 식당의 난방·요리 등과 같은 인위적 요인으로 인해 많이 발생한다. 해외에서 황사와 화석연료가 엉겨붙은 중금속 미세먼지가 국내로 날아와 국내 미세먼지와 다량 섞이는 경우 문제가 심각하다. 우리나라에서 12~4월께 비교적 따뜻한 날에 미세먼지 농도가 더 높은 것은 편서풍을 타고 중국 등 해외에서 미세먼지가 날아오기 때문이다. 반면 이 시기에 추울 때는 시베리아에서 바람이 불어와 상대적으로 오염물질 유입이 적다. 유종민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중일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 물질 공동 연구 보고서(2019년 11월)에는 2017년 기준 한국 3개 도시(서울·부산·대전)의 연평균 대기오염 물질 농도에 관한 자체 영향이 51%고 고농도일 때는 국외 영향이 80% 이상으로 돼 있다”며 “하지만 미세먼지가 심할 때 백령도부터 시작되는 것을 보면 외부 요인의 영향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는 미세먼지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몽골과 중국 네이멍구 자치구에 걸쳐 있는 고비사막과 내몽골 고원에서 기후변화로 인해 사막화가 심각해지면서 황사 등 오염원이 급증하고 있다. 김해동 계명대 지구환경학과 교수는 “기후변화에 의해 고위도의 낮은 온도는 빨리 상승하는 반면 중·저위도의 온도는 천천히 상승해 양쪽의 온도 차가 줄어들고 기압 차가 줄어 풍속이 감소한다”며 “대기에 미세먼지가 머무를 환경이 조성되는 것도 미세먼지가 증가하는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올 초 지하역사·공항·철도 대합실 등의 환기·공기정화 설비 점검과 물청소, 학교 실내 공기질 전수점검, 고농도 초미세먼지 지속 시 임산부·호흡기 질환자 탄력근무 권고, 농촌 불법 소각 예방, 공사 현장 날림먼지 저감, 대형 경유차와 버스의 배출가스·공회전 단속, 선박 연료의 황 함유량 점검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2019년 초 한중 환경부 장관이 ‘청천(晴天·맑은 하늘)’ 계획에 합의했으나 한중 관계 악화로 인해 대기오염 방지, 교통 온실가스 관리 정책·기술 교류, 탄소 중립 정책 교류, 대기질 예보 정보·기술 교류, 대기오염물질 입체 관측·화학성분 특성 공동 연구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2020년 말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추진 전략’이 제자리걸음에 그치고 있는 점도 앞으로 유럽연합(EU) 등의 환경 무역장벽에 대한 대처는 물론 미세먼지 개선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실내 환기의 중요성과 함께 미세먼지 농도가 높을 때는 외출을 자제하되 외출 시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조언해왔다. 공기청정기 데이터를 분석한 다이슨의 휴 몽고메리 과학자문위원장(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중환자실 의학과장)은 “한국에서 1월의 실내 초미세먼지가 8월에 비해 2.6배나 높았다”고 했다. 이는 굽거나 튀기는 요리를 할 때 초미세먼지가 많이 발생하는 상황을 지적한 상식적인 분석이다.


국립보건연구원은 2020년부터 미세먼지가 비교적 높을 때도 중강도 이상 야외 운동이 미세먼지로 인한 여러 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역발상 연구 결과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최근 연구에서도 연평균 55.13㎍/㎥ 이상 고농도 미세먼지에 노출되더라도 주 5회 이상 빨리 걷기, 테니스 등 중강도 이상 운동을 하면 운동을 전혀 하지 않았을 때보다 심혈관과 뇌졸중 발생 위험이 각각 38%, 47% 감소한다는 연구를 내놓았다. 이는 40세 이상 일반인 18만여 명의 건강검진 자료 등을 조사한 결과다. 임현정 국립보건연구원 미세먼지중점연구 태스크포스 팀장은 “이는 해당 질환과의 관련성만 봤을 뿐 호흡기 질환 등 다른 질환에 대한 영향이 분석된 것은 아니다”라며 추가 임상 연구의 필요성을 거론했다.


박현영 국립보건연구원장(의사)은 “올해부터는 미세먼지로 인한 건강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며 “미세먼지 관련 국가들과 공동 R&D가 가능한지도 모색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