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물건너가나… '강경파' 의협 차기 회장 "비대위원장 맡겠다"

"의대 정원 오히려 500~1000명 줄여야" 주장
전날 '의료계 합동 기자회견' 무산 가능성도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 당선인.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전공의 대표의 만남 이후 의정(醫政) 간 대화 분위기가 조성됐으나 ‘강경파’로 꼽히는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당선인이 이를 견제하고 나섰다.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8일 의협 비상대책위원회와 대의원회에 ‘제42대 대한의사협회 임현택 회장 당선인의 비상대책위원장 수행 협조 요청의 건’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임 당선인이 의협 비대위원장 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는 내용이다.


의협은 올 2월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이 발표된 후 비대위 체제로 전환했고 현 비대위는 김택우 비대위원장이 이끌고 있다. 임 당선인은 지난달 말 회장 선거 직후 김 위원장과 공동으로 비대위원장을 수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회장직 인수위는 공문에서 “의도와는 달리 비대위 운영 과정에서 당선인의 뜻과 배치되는 의사 결정과 대외 의견 표명이 여러 차례 이뤄졌고 이로 인한 극심한 내외의 혼선이 발생했다”며 “혼선을 정리하기 위해 다원화된 창구를 의협으로 단일화해 조직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윤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의 만남 이후 의정 대화가 추진되면서 정부와 타협을 모색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데 대한 비판으로 읽힌다. 앞서 김성근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의대 증원을) 1년 미루고 이걸 정확히 검토할 수 있는 위원회 같은 걸 구성한 뒤 여기서 나온 결론을 따라가자”고 제안했다.


임 당선인은 “저출생으로 인해 오히려 의대 정원을 500~1000명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강경파로 꼽힌다.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을 “의미 있다”고 보는 의협 비대위와 달리 임 당선인은 박 위원장을 비판하는 듯한 글을 올리기도 했다.


임 당선인의 요구로 조심스레 타진되던 의정 대화도 쉽지 않은 난관을 만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비대위원장이 임 당선인으로 교체될 경우 전날 의협 비대위가 예고한 의료계 단체의 합동 기자회견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앞서 의협 비대위는 총선 후 대전협,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 등과 함께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과 관련된 합동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밝혔다. 의료계 단일 소통 창구가 생기면서 의정 대화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기대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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