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무기로 협상 우위 美, 글로벌 반도체 업체 줄 세우나

TSMC 美 투자금 400억→650억弗 증액 화답
현재 애리조나 공장 2곳 진행→3공장도 추가
외신 "삼성, 60억弗 이상 받을 것" 금액 주목
앞서 삼성전자 美 투자액 170억→440억弗↑


미국 정부가 대만 TSMC에 지원하기로 한 반도체 공장 설립 보조금 66억 달러(약 8조 9000억 원)는 당초 예상했던 50억 달러보다 대폭 늘어난 규모다. 미국 정부는 여기에 더해 50억 달러(약 6조 8000억 원)의 저리 대출도 제공하기로 해 TSMC는 총 116억 달러(약 15조 7000억 원)를 지원받게 됐다. 조만간 삼성전자에 대한 보조금 지원액도 발표될 예정으로 알려진 가운데 거액의 보조금을 무기로 협상 우위에 있는 미국이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을 줄 세우며 자국 중심의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정부는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첨단기술의 핵심인 반도체 생산 역량 및 자체 공급망 강화에 주력해왔다. 이의 일환으로 첨단 반도체 기업들의 탈(脫)중국 및 미국 내 시설 유치를 조건으로 보조금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에 TSMC가 거액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적극적인 대미 투자 확대가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무부에 따르면 TSMC는 미국 내 투자 규모를 400억 달러에서 650억 달러로 늘렸다.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은 TSMC의 650억 달러 투자가 외국인 직접 투자로는 최대 규모라며 치켜세웠다. TSMC는 현재 400억 달러를 투자해 미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두 개의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으며 추가 투입된 250억 달러로 세 번째 공장을 건설한다. 이와 함께 2028년 생산을 목표로 하는 두 번째 공장에서 최첨단 공정인 2㎚(나노미터·10억분의 1m) 반도체도 생산하기로 했다. 현재 양산되는 가장 앞선 반도체는 3나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이 반도체를 발명했지만 최첨단 반도체는 생산하지 못해 경제와 국가 안보에 심각한 취약성을 드러냈다”며 "(TSMC 등의 대미 투자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진보된 반도체를 생산해 미국이 2030년까지 전 세계 최첨단 칩의 20%를 제조하도록 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CEO)도 “TSMC 애리조나를 통해 최첨단 기술 역량을 높여 미국 기술 기업들이 혁신을 펼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TSMC 애리조나는 미국 내 파트너에 첨단 패키징 능력 개발도 지원할 계획이다.


상무부에 따르면 TSMC의 애리조나 투자를 통해 6000개의 직접 제조업 일자리와 2만 개의 건설업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계획을 훨씬 뛰어넘는 투자 확대와 미국 내 일자리 창출, 미 본토에서의 최첨단 반도체 생산 등이 ‘첨단기술 공급망 강화’에 주력하는 미국 정부의 전략에 부합하면서 보조금 규모도 대폭 확대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85억 달러의 보조금과 110억 달러의 대출 지원이 발표된 인텔 역시 대규모 투자 계획이 최종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인텔은 향후 5년간 미국에 10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총 3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미 정부가 TSMC에 예상을 뛰어넘는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한 가운데 다음 주 발표될 삼성전자에 대한 보조금 규모에 관심이 집중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에 대한 투자 규모를 기존 170억 달러에서 440억 달러로 대폭 늘리기로 하고 15일 텍사스주 테일러에서 이 같은 계획을 발표하는 행사를 열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2021년 기존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 외에 텍사스주 테일러에 170억 달러를 들여 새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밝혔으며 이번 추가 투자로 테일러에 기반을 둔 두 번째 공장을 짓고 새 공장에 인공지능(AI) 반도체 생산을 위한 첨단 패키징 시설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통신은 삼성전자가 60억 달러 이상의 보조금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고 전한 바 있다. 삼성전자가 해당 보도의 내용처럼 총 440억 달러를 투자하고 60억 달러를 받게 되면 보조금은 투자액 대비 13.6% 수준이 된다. 대만 TSMC의 이번 투자액 대비 보조금 비율은 10.2%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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