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영국·호주의 안보 동맹인 ‘오커스(AUKUS)’가 첨단기술 분야에서 일본과의 협력을 꾀하며 확장하고 있다.
오커스 3국 국방장관들은 8일(현지 시간) 공동성명에서 “우리는 일본의 강점, 그리고 일본과 오커스 3국 간에 긴밀한 양자 국방 협력 관계를 인식하며 일본과 오커스 ‘필러2’의 첨단 역량 프로젝트 협력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영미권 국가들이 출범시킨 오커스가 일본을 통한 외연 확장을 공식화한 것으로, 조 바이든 행정부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미국·호주·인도와 함께 다자 안보 협의체 ‘쿼드(Quad)’에 참여하고 있는 일본은 오커스와도 협력하며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가장 핵심적인 국가로 부상하고 있다.
오커스는 미국·영국이 호주에 핵추진잠수함을 제공하는 ‘필러1’과 인공지능(AI), 극초음속, 양자기술, 전자전 등 첨단기술 분야와 역량에서 협력하는 ‘필러2’ 등 두 개의 필러로 구성돼 있다. 오커스는 그간 필러1에 대해서는 3자 동맹의 틀을 깨지 않겠다고 밝히면서도 필러2와 관련해서는 협력국을 추가하는 방안을 모색해왔는데 그 첫 사례로 일본을 지목한 것이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은 니혼게이자이와의 인터뷰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안보 및 기술 추구에 있어 일본이 상당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가 분명히 있다”며 “여기에는 첨단 로봇공학, 사이버 이니셔티브, 대잠수함전 등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일본 외에도 한국·뉴질랜드와 캐나다 등을 잠재적인 오커스 협력국으로 꼽고 있다.
현재 오커스 3국은 모두 영미권 정보 동맹인 파이브아이즈(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소속이다. 이런 이유로 영국과 호주는 일본과 민감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으나 미국이 일본과의 협력 필요성을 강하게 관철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오커스 확대 및 개편은 미국의 동맹 전략 변화와 직결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대사는 이날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중국의 강압 문제를 언급하며 “다년간에 걸쳐 구축한 ‘거점 중심(Hub and Spoke)’ 동맹 구조는 현시점에 적합하지 않다”면서 “중대 전환 시기를 맞아 우리는 ‘격자형(lattice-like)’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커스, 쿼드, 한미일, 미·일·필리핀 등 다양한 소다자 협의체를 통해 중국을 그물망처럼 촘촘히 에워싸겠다는 전략이다.
오커스 3국의 이번 발표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미국 국빈 방문과 함께 이뤄졌다. 이날 오후 일본 정부 전용기 편으로 미 워싱턴DC에 도착한 기시다 총리는 10일 백악관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두 정상은 이번 회담을 통해 양국 간 안보 협력을 1960년 미일 상호방위조약 이후 최고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할 방침이다. 여기에는 △자위대와 주일미군사령부의 지휘 통제 연계 강화 △무기 공동 개발 및 생산 △미 해군 함정의 일본 조선소 수리 등의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기시다 총리는 11일에는 일본 총리로는 9년 만에 미국 상·하원 합동 회의에서 연설한다. 그는 이번 연설에서 국제 질서 유지 책임을 미국과 함께 맡겠다는 의지를 강조할 예정이지만 과거사 문제에 대한 반성은 없을 것이라고 앞서 일본 언론 등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