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4대 시중은행의 신탁 자산이 지난해 250조 원을 돌파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갔다. 은행권이 비이자수익 확보를 위해 종합자산관리 부문 확대에 집중하면서다. 다만 올해는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여파로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신탁 자산(퇴직연금 제외)은 258조 7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5.1% 늘었다. 2021년 말(199조 3509억 원)과 비교하면 2년 만에 30%나 성장했다. 신탁 자산은 크게 돈을 관리하는 금전신탁, 돈 이외의 재산을 운용하는 재산신탁으로 나뉜다.
은행별로는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신한은행의 신탁 자산은 2022년 60조 820억 원에서 지난해 말 85조 7864억 원으로 무려 42.7%나 증가했다. 재산신탁이 21조 원(63.3%)가량 급증한 덕분이다. 신한은행의 전체 신탁 자산 중 재산신탁 비중은 63%로 금전신탁을 크게 웃돌았다. 국민은행의 신탁 자산은 같은 기간 42조 9740억 원에서 59조 6180억 원으로 38.7% 늘었다. 국민은행은 전통적으로 소매금융에 강점이 있는 만큼 금전신탁 비중이 78%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전통적인 신탁업 강자로 꼽히는 하나은행도 신한을 바짝 뒤쫓고 있다. 지난해 70조 8000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9.3% 늘었다. 성장률은 4대 시중은행 중 3위지만 자산 규모는 신한에 이은 2위다. 반면 우리은행은 1년간 1조 원(2.4%)을 늘리는 데 그쳤다.
신탁 규모가 크게 늘어난 것은 은행권이 비이자이익 확대를 위해 상품 라인업을 늘리고 전문 컨설팅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시중 자금을 끌어모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올해 이 같은 성장세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ELS 손실 사태를 비롯해 은행권 불완전판매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신탁 상품 판매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신탁사업부의 한 관계자는 “은행에서 판매 직원과 창구를 제한하면 자연스럽게 판매량과 관련 수익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며 “투자자 보호를 위해 세분화된 안전장치를 제도화하고 중·저위험 상품 라인업을 확대하면서 성숙한 시장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