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올해 1월 5일 취임한 지 97일 만에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한다. 지나 러먼도 미 상무부 장관, 제니퍼 그랜홈 미 에너지부 장관과의 연쇄 회동을 통해 우리 반도체 기업들이 받게 될 반도체 보조금,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한국수력원자력의 소송전에서 진전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산업부에 따르면 안 장관은 10~12일 미국 워싱턴D.C를 찾는다. 방미 기간 미 상무부·에너지부 장관을 포함한 행정부, 의회, 주요 싱크탱크 핵심 인사를 만나 한미 산업·에너지 협력방안과 통상현안을 폭넓게 논의할 예정이다. 한미 양국은 지난해 4월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를 계기로 한미 장관급 산업·공급망 대화(SCCD), 한미 에너지장관 회담 등을 통해 반도체 등 첨단산업 분야 협력, 청정에너지 분야 협력 등에 합의한 바 있다.
안 장관은 지난 1년간 양국의 첨단산업·청정에너지 협력사항을 되짚어보고 앞으로 협력 수준을 끌어올리는 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미 반도체 보조금,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인센티브 관련 협의도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삼성전자가 15일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반도체 생산 투자를 기존의 두 배 이상인 440억 달러(약 59조6000억 원)로 확대하는 계획을 밝힐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 기업의 대미 투자에 애로가 없는지 사전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에 지원하는 보조금 규모는 미국 인텔과 대만 TSMC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60억~70억 달러로 전망된다. 구체적인 지급 금액은 다음주 쯤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별개로 지나 러몬도 장관은 중국에 대한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을 미국에 준하는 수준으로 통제해 달라고 안 장관에게 재차 요청할 것으로 점쳐진다. 10일(현지시간) 미일 정상회담에서 범용 반도체 부문에서 중국의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을 합의하는 게 유력한 상황이다. 이에 미국은 6월 13~15일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전 한국의 동참도 이끌어내겠다는 복안을 품고 있다. 이후 6월 말에 한미일 산업장관 회의를 열어 첨단전략산업 분야에서 한미일 3각 공조를 강화해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4월 말 수정 입찰 마감을 앞둔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과 관련 한미 양국 에너지 장관이 원전 동맹을 결성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미 웨스팅하우스는 사실상 예선전에서 탈락한 가운데 한수원은 웨스팅하우스가 체코 원전 수출을 막아달라면서 낸 소송으로 부담스러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법원은 '민간 기업이 소송을 낼 자격이 없다'는 취지로 각하 처분을 내렸지만 웨스팅하우스는 이에 불복해 상급심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자중지란 속 유럽 안방 사수를 노리는 프랑스전력공사(EDF)에 유리한 국면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에 미국은 한수원이 체코 원전을 수주하도록 돕고, 웨스팅하우스가 일부 로열티와 일감을 가져가는 방식으로 판을 뒤집을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온다.
안 장관은 “한미 양국이 경제안보동맹, 첨단산업·공급망 동맹으로 발전해 어느 때보다 긴밀한 협력 관계에 있다”며 “이런 협력 관계를 더욱 강화해나가기 위해 앞으로도 미 상무부, 에너지부 등과 지속 협력하고 성과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