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부 플로리다주에 기업들이 몰리고 있다. 빅테크부터 스타트업, 금융 업체들까지 업종과 규모를 가리지 않는다. 온화한 기후에다 기업과 고소득자에 우호적인 세제 환경이 겹치면서 플로리다는 ‘새로운 테크허브’ ‘차세대 월가’로 떠오르고 있다.
9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애플이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인근의 부촌인 코럴게이블스 지역에서 4181㎡ 규모의 오피스 임대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애플은 남미를 대상으로 한 광고 사업을 위해 플로리다 지역에 소규모 사무실을 두고 있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기존 플로리다 지역의 입지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라며 “마이애미 지역에서 대규모 매장을 낼 계획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애플에 앞서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MS)도 플로리다에 새 거점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이미 마이애미에 400여 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 아마존은 지난해 11월 이 지역에 4650㎡ 규모의 신규 사무실을 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MS는 2021년에 마이애미를 새로운 거점으로 삼아 남미 지역을 공략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빅테크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생태계도 자리 잡고 있다. 스타트업게놈의 보고서에 따르면 마이애미는 지난해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 평가 상위 30개 도시 중 23위를 차지해 전년보다 10계단이나 뛰어올랐다. 보고서는 마이애미를 실리콘밸리가 있는 샌프란시스코와 뉴욕, 로스앤젤레스(LA)에 이어 미국에서 네 번째로 큰 스타트업 허브가 됐다고 평가했다. 악시오스는 “마이애미는 가장 큰 승리를 거둔 도시 중 하나”라며 “미국의 새로운 테크허브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세금이 기업과 인재를 끌어당기는 요인으로 파악된다. 택스파운데이션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플로리다주의 법인세는 5.5%로, 캘리포니아(8.84%), 뉴욕(7.25%)보다 저렴하다. 특히 개인소득세가 없다는 점이 고급 인력과 부호들이 몰려드는 핵심 요인이라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원격근무가 확산되면서 고급 인력들이 플로리다로 대거 유입됐던 것도 성장 배경으로 꼽힌다. 악시오스 분석에 따르면 플로리다로 이주한 소프트웨어와 정보기술(IT) 분야 인력은 2020년 15% 증가한 데 이어 이듬해에도 30%나 늘었다. 이 밖에 중남미로 향하는 관문 역할을 하는 입지와 따뜻한 기후, 상대적으로 저렴한 생활비도 고급 인력들과 기업들이 몰려드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에 금융 업체들도 플로리다에 속속 둥지를 틀고 있다. 헤지펀드 업계의 거물인 켄 그리핀이 이끄는 시타델은 2022년 본사를 시카고에서 마이애미로 옮기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10억 달러 규모의 해안가 부지를 구매한 후 현재 고급 호텔 등이 포함되는 본사 사옥 설계 작업을 진행 중이다. 대형 사모펀드인 블랙스톤 역시 2021년 마이애미에 사무실을 열었다. 부동산 개발 업체 슈보의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마이클 슈보는 “막대한 자금이 마이애미로 몰려들고 있다”며 “새로운 월스트리트가 될 수도 있으며 적어도 ‘미니 월스트리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