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의 가자지구 내 휴전 협상이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국제사회의 압박이 더욱 거세지는 양상이다. 일각에서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내 지상전을 예고하면서 휴전보다는 공격이 임박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9일(이하 현지 시간) 미국의 스페인어 TV 네트워크인 유니비전과의 인터뷰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접근 방식은 실수”라며 “나는 그의 접근법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휴전과 함께 가자지구 내 구호품에 대한 전면 개방을 허용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발언은 8일 네타냐후 총리가 “라파로 진입할 날짜가 정해졌다”는 발표에 대한 명확한 반대 입장으로 풀이된다.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에 동의할 책임은 하마스에 있다던 종전 입장과는 정반대다.
이번 협상에 중재국으로 참여한 미국은 8일 6주간의 휴전과 양측의 포로(팔레스타인 900명, 이스라엘 40명)를 석방하는 내용의 중재안을 제시했다. 양측이 이와 관련해 10일까지 답변을 내놓기로 한 가운데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하마스 고위 관계자는 성명을 통해 “인질 협상에서 이스라엘의 최근 제안이 우리의 요구 중 어느 것도 충족하지 못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도부는 제출된 제안서를 검토하고 있으며 검토가 완료되면 중재자들에게 입장을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황은 한 치 앞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급변하고 있다. 7일 협상 첫날 양측이 “기본 사항 합의에 진전이 이뤄졌다”는 소식과 함께 이스라엘이 같은 날 가자지구 남부에서 병력 대부분을 철수하면서 휴전이 성사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키웠다. 그러나 이후 양측이 다시 충돌하면서 휴전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는 등 상황이 수시로 바뀌고 있다. 이런 가운데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 남부 도시 라파를 공격할 날짜가 정해졌다”며 라파로의 진격이 임박했음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았다.
이에 협상이 물거품이 됐다는 전망이 재차 나오면서 정세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 정부 소식통은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국방부가 가자지구용 (텐트) 입찰 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이 조달하려는 텐트는 12인용 4만 동으로 총 48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텐트의 대량 구매는 라파 공세에 앞서 대피시킬 피란민의 수용을 위한 준비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은 분석하고 있다. 라파에는 150만 명가량의 팔레스타인 피란민이 몰려 있어 국제사회는 대규모 인명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은 네타냐후 총리의 라파 관련 발표에 대해 “허세를 부리는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CNN방송은 “바이든 행정부는 네타냐후가 취약해진 정치적 입지 탓에 허세를 부리고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자국 내 극우 연정을 달래는 한편 휴전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노림수라는 분석이다. 앞서 이스라엘 우파 연정 내 대표 극우파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부 장관은 휴전 협상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들리자 “네타냐후 총리가 라파에 대한 공격 없이 휴전에 동의할 경우 정부를 전복시키겠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