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캐피털사의 대출 채권 연체액이 1년 사이 1조 원 이상 크게 늘었다. 특히 캐피털사의 건전성 관리 노력에도 불구하고 신규 연체액이 1분기 만에 두 배나 급증하는 등 차주 상황이 크게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할부금융사·리스사 52곳의 지난해 말 연체 채권 비율(총 대출 채권 대비 1개월 이상 연체액 비율)은 평균 1.67%를 기록했다. 전년 말(1.12%) 대비 0.55%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연체액 역시 1조 9658억 원에서 3조 306억 원으로 1조 685억 원(54.2%)이나 늘어났다.
연체율은 연 단위로는 상승폭이 커졌으나 분기 단위로는 내림세로 전환했다. 52개 캐피털사들의 연체율은 1.67%로 전년(1.12%)보다 0.55%포인트 올랐다. 2022년 기록했던 전년 대비 상승 폭(0.32%포인트)보다는 높지만 직전 분기인 지난해 3분기 말(1.73%)보다는 오히려 0.06%포인트 낮은 수치다. 이는 캐피털사들이 연체율 관리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캐피털사들은 작년 하반기부터 대손충당금을 쌓고 이미 3개월 이상 연체해 부실로 분류됐거나 부실 우려(1~3개월 연체)가 있는 채권들을 대거 매각 또는 상각(손실) 처리해왔다. 실제로 52개 캐피털사의 지난해 대출 채권 매매이익은 전년(약 1400억 원)보다 2배 이상 늘어난 3000억 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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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피털 업계에서는 주목하는 부분은 신규 연체액 급증이다.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1개월 미만(신규) 연체액은 5104억 원으로 전 분기(2817억 원)보다 81%나 늘었다. 이에 따라 하루라도 연체한 채권 총액(3조 5410억 원)에서 차지하는 신규 연체액 비중은 3분기(8.17%)보다 6.24%포인트나 늘어난 14.41%를 기록했다. 캐피털사들이 건전성 관리를 위해 부실채권을 팔아치우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실제 차주들의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는 셈이다. 한 캐피털사 관계자는 “1개월 미만 연체는 실수로 이자를 상환하지 못한 경우 등이 있어 당장 내일이라도 갚을 수 있는 만큼 연체 채권으로 분류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신규 연체가 대규모로 발생한 것은 더 많은 차주들이 한계 상황에 놓여 있음을 의미하는 만큼 우려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신규 연체가 증가할 경우 부실채권 매각에도 속도를 내야 하는데 시장에서 이를 소화하지 못할 경우 건전성 문제가 심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 캐피털사 최고경영자는 “지난해 말부터 부실채권과 부실 가능성이 높은 채권을 시장에 매각하기 시작했다”며 “하반기로 갈수록 매각하려는 채권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시장에서 이를 받아주지 못한다면 중소 캐피털사들의 건전성 문제가 다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