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명령은 ‘협치(協治)’였다. 헌정 사상 최초로 임기 내내 입법 권력을 갖지 못하게 된 윤석열 대통령의 남은 3년은 우선 소통을 통해 상생의 정치를 복원하느냐에 성패가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역대 가장 많은 의석을 확보한 야당 역시 국민의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하면 언제든 심판대에 오를 수 있음이 드러났다.
민심이 정치 복원을 주문한 것은 여소야대(與小野大)의 불리한 정치 지형에서도 윤 대통령이 소통에 미흡했다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여덟 차례나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방탄 전략’이라며 거절한 것이 ‘불통’으로 해석됐다. 국민은 대통령이 민생을 강조하면서 왜 법안 처리에 꼭 필요한 야당의 협조를 적극 구하지 않았는지 꼬집었다.
특히 김건희 여사의 명품 백 수수 논란에 대해 여론이 강하게 사과를 기대했지만 이를 어물쩍 넘어갔고 이종섭 전 주호주 대사 출국 사태와 대파 값 875원 논란 등에도 대통령이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며 불통의 이미지를 쌓은 것으로 평가됐다.
김부겸 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은 11일 선대위 해단식에서 “총선의 민의는 국민과 소통하는 정부가 되라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은 이 대표를 만나 국정운영 방향을 논의하고 국가적 해결 방안에 대해 큰 틀에서 합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통령실과 여당 역시 전향적으로 야당과 협조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민생 법안 등 중점 현안 처리를 위해 야당과 긴밀한 협조·소통에 나서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해석해도 좋다”고 답했다.
고금리·고물가 상황이 장기화하고 북핵 문제와 우크라이나·가자 전쟁 등 지정학적 위험도 높아지고 있어 협치와 소통의 정치 복원은 시급하다. 4년 동안 다시 국회 주도권을 쥐게 된 민주당 역시 방관자가 아닌 국익과 경제를 여당과 함께 챙기는 동반자로서 역할을 해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민의힘도 대통령실과의 수직적 당정 관계와 계파 싸움에서 벗어나 민생을 최우선에 두고 야당과 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22대 국회가 최근 2년간 야당의 입법 독주와 대통령의 거부권이 오가는 난국에 빠지지 않으려면 빠르게 정치를 복원하는 길밖에 없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집권 3년 차의 민생 현안이고 결과물을 끌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