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전후에 우리나라 여야 정치권이 권력 쟁탈전을 벌이는 가운데 글로벌 경제·안보 정세는 숨 가쁘게 요동치고 있다. 주요국들의 반도체 패권 전쟁이 가열되는 가운데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지금 미국·일본·중국·유럽국들은 반도체 산업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천문학적인 보조금을 쏟아붓는 등 치열하게 국가 대항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에서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첨단 반도체 공장 유치가 핵심 이슈로 떠올랐을 정도다. 조 바이든 정부가 최근까지 자국에 유치한 반도체 투자 규모는 총 3507억 달러(약 479조 원)에 달하고 있다. 연방정부뿐 아니라 주정부도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글로벌 반도체 기업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유럽 내 공공 및 민간 반도체 생산 시설에 430억 유로(약 63조 원)를 지원하는 ‘유럽반도체법’을 2022년 11월 통과시켰다. 인도 정부도 2021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 업체들을 유치하기 위한 1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유치 프로그램을 발표하고 반도체 자립 추진을 선언했다. 반도체 산업 부활을 꿈꾸는 일본 역시 대만 TSMC 공장 유치 등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했고, 중국은 기존 63조 원의 반도체 펀드에 더해 36조 원의 추가 펀드 조성에 나섰다.
동북아시아 안보 환경도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패권 경쟁에 나선 미국과 중국의 갈등 격화 속에 북한·중국·러시아 간 밀착이 가속화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러시아 극동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데 이어 푸틴 대통령이 올해 중 북한을 방문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도 올 6월·10월에 만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공산당 서열 3위인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은 11일 북한을 방문했다. 자오 위원장은 2019년 시 주석의 방북 이후 북한을 찾은 중국 최고위급 인사다. 이에 대응해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10일 정상회담을 통해 첨단군사기술 개발 등을 통해 양국 간 국방 안보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김 위원장은 10일 “적이 군사적 대결을 선택한다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필살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경제·안보 환경은 어느 때보다 엄중하다. 반도체 산업 지원이 절실한 상황인데 지난해 국가채무(중앙+지방정부 채무)가 1126조 7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50.4%로 국가채무가 GDP의 50%를 넘은 것은 처음이다. 거세지는 경제·안보 격랑을 헤쳐나가려면 총선 기간 사분오열된 국론을 모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여야 정치권은 극한 대립과 반목에서 벗어나 머리를 맞대고 국력을 결집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초당적으로 힘을 모아야 글로벌 경제 전쟁에서 살아남고 격변하는 안보 소용돌이에서 평화와 주권을 지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