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군인 줄 연금빚 1230조…국민연금까지 합치면 3000조 넘어

■2023년 연금빚 4.1%증가
정부 “국민연금 제외” 입장 확고하나
IMF, 50년 뒤 공공부채 GDP 2배 경고
기금고갈발 잠재부채도 포함 필요 지적


공무원과 군인에게 앞으로 70년 이상 연금으로 지급해야 할 돈이 2023년 기준 1230조 2000억 원으로 불어났다. 1년 사이 50조 원 가까이 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해 국가부채의 50.4%에 달했다. 기금 고갈로 발생하는 1825조 원 가량의 국민연금 잠재부채까지 합치면 사실상 정부가 연금 지급으로 져야 할 부담이 3000조 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추산된다.


11일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한 ‘2023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공무원·군인연금 충당부채는 1230조 2000억 원으로 전년(1181조 3000억 원)보다 4.1%(48조 9000억 원) 증가했다. 연금충당부채는 공무원과 군인에게 줄 지급액을 현재 시점에서 미리 계산한 금액이다. 공무원들이 납부해야 할 기여금 등 보험료 수입은 고려하지 않고 추정한 것으로, 국가가 당장 갚아야 할 빚은 아니다. 다만 지급액이 부족해질 경우 정부 재원을 투입해야 하는 만큼 재무제표에는 부채로 포함된다.


2018년 939조 원…6년새 30.9%증가

연금충당부채는 2018년 939조 9000억 원에 이어 2020년 1044조 7000억 원으로 처음 1000조 원을 돌파한 뒤 꾸준히 증가했다. 2018년 이후 6년새 30.9%증가했다. 구체적으로 뜯어보면 퇴직 공무원까지 포함해 지급해야 하는 공무원연금 충당부채는 985조 원, 군인에게 지급할 군인연금 충당부채는 245조 2000억 원으로 조사됐다. 각각 1년 새 45조 3000억 원, 3조 6000억 원씩 증가했다. 연금충당부채는 미래 연금액을 현재 가치로 환산하기 위해 임금 상승률과 물가 상승률의 장기적 전망치를 적용한다. 실제 부채 금액에 변동이 없더라도 할인율 조정과 거시 전제 변동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연금충당부채 특성상 가입자가 내는 연금액은 고려하지 않은 금액이라 전액을 국가가 져야 하는 채무로 보기 어렵지만 공무원 및 군인연금은 이미 수지 적자분을 재정으로 메우고 있고 그 규모 증가로 인해 정부 부담은 늘어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공무원연금은 1993년 65억 원 첫 적자를 낸 이후 ‘세금 먹는 하마’가 됐다. 지난해 공무원연금 적자 규모는 4조 4500억 원이고, 2093년이면 15조 원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군인연금 적자 규모도 1조 7671억 원에서 2070년 5조 2000억 원으로 3배 넘게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국민연금까지 고려하면 사실상 정부가 져야 할 빚은 3000조 원을 돌파하게 된다. 2023년 기준 국민연금의 미적립부채가 1825조 원으로 추산되는 탓에 3055조 2000억 원의 연금충당 부채가 쌓이게 된다. 미적립부채란 연금충당부채에서 적립 기금을 뺀 금액이다. 기금이 소진되면 연금 지급을 위해 미래 세대가 세금이나 보험료로 메꿔야 하는 잠재부채다.


기재부, 국민연금은 연금충당 부채 포함 안돼

물론 정부는 국민연금을 연금충당부채에 포함시킬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공무원과 군인의 경우 국가가 고용 주체라서 이들에게 지급할 연금액을 국가충당부채로 산정하는 것”이라며 “이와 달리 국민연금은 노후소득을 보장해주기 위한 사회보장 정책일 뿐”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민연금 기금 소진 시 국가가 보험료를 지급하게 된다는 점에서 국민연금 잠재부채를 연금충당부채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실제 정부는 앞서 2018년 국민연금 종합운용계획에서 “국민들이 (국민연금) 급여를 받을 수 있는 권리는 법으로 보장돼 있어 기금이 소진되더라도 국가가 반드시 지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미적립부채 규모를 투명하게 공개해 재정 상황을 정확하게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해 말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2075년 공공 부문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2배 수준에 달할 것이라며 연금 개혁의 필요성을 경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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