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은 북핵 위협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북한의 핵무기 사용을 가정한 도상훈련(TTX)을 실시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양국 국방부는 11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개최한 제24차 통합국방협의체(KIDD) 회의에서 한미 간 이같이 협의했다고 밝혔다.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해 매년 실시되는 전구(戰區)급 한미 연합훈련인 UFS 연습 때는 다양한 상황을 가정한 지휘소연습(CPX)이 이뤄진다. 지금까지는 북한의 핵 도발을 억제하는 시나리오에 그쳤다면 올해는 북한의 핵 사용 상황도 시나리오에 반영하기로 한 것이다.
한미는 지난해 12월 열린 제2차 핵협의그룹(NCG) 회의에서 올해 8월 한미 연합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 시행 때 핵 작전 연습을 하기로 합의했다.
북한의 핵무기 사용이라는 특정 상황을 가정한 TTX는 작년에도 실시된 바 있지만, UFS와 연계해 실시되는 것은 올해가 처음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은 핵, 재래식, 미사일방어, 첨단 비(非)핵 역량을 포함한 미국의 모든 군사 역량을 활용해 한국을 방어하고, 전략자산을 정기적이며 가시적인 방식으로 전개하겠다는 공약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동맹을 겨냥한 북한의 어떤 핵 공격도 용납할 수 없으며 그런 공격은 김정은 정권의 종말로 이어질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회의에는 조창래 국방부 국방정책실장과 일라이 래트너 미국 국방부 인태안보차관보, 앤드루 윈터니츠 동아시아부차관보 대리를 비롯한 양국 국방·외교 분야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양측은 한미 연합훈련을 한반도의 빠르게 변화하는 안보 환경에 즉각 대응하는 형태로 유지하는데도 합의했다. 이를 위해 한미 양국 군이 실전과 같은 훈련을 할 수 있도록 한국의 시설과 공역을 함께 사용하는 방식 등을 통해 훈련 여건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데 동의했다.
양국의 과학기술력을 활용해 동맹 역량도 더 현대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과학기술 협력을 가능하게 할 한미 고위급 위원회를 설립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한미 합동 국방 과학기술 콘퍼런스를 개최하자는 한국의 제안을 검토했다.
무엇보다 양측은 방위산업기반 강화와 유지·보수·정비(MRO) 분야 협력에 의기투합하기로 했다. 이에 한미는 방위산업 시장에 대한 서로의 접근을 허용하고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해 추진하는 한미 상호국방조달협정(RDP-A)도 더 진전해 나가기로 했다.
이외에 양측은 전시작전통제권(OPCON) 전환 추진 상황을 점검했고, 양국이 전작권 전환 조건으로 합의한 3개 조건을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또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한미 양국이 공유하는 안보 목적을 달성하는 데 일본을 포함한 한미일 3자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도 공유했고, 한미일 안보회의(DTT)를 통해 협력을 심화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