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투자 손실에 앙심을 품고 지난해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40대 여성 피해자 A씨를 납치해 살해한 주범 이경우와 황대한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7부(이재권 송미경 김슬기 부장판사)는 강도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경우(37)·황대한(37)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범행 배후인 유상원(52)·황은희(50) 부부에게는 1심과 같이 살인 혐의가 인정되지 않아 각각 징역 8년과 6년이 선고됐다. 또 범행에 가담했으나, 자백한 연지호(31)는 피해자 측과 합의한 점이 양형에 반영돼 1심 징역 25년에서 23년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주범인 이경우와 황대한이 서로의 책임으로 떠넘기며 반성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유족은 심대한 고통을 호소하며 엄벌을 탄원하고 있고, 피해자의 어린아이가 평생 겪을 외로움과 상실감은 누구도 치유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상원·황은희 부부에 대해서는 "객관·간접 증거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이 강도 범행을 공모했다고 판단된다"면서도 "검찰의 주장처럼 강도살인까지는 공모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다만 두 사람이 피해자에게 일정 액수를 공탁한 것은 "유리한 양형 사유에 반영할 수 없다"고 짚었다.

이경우·황대한·연지호는 지난해 3월 2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아파트 단지 앞에서 피해자 A씨를 납치해 이튿날 오전 살해한 뒤 대전 대청댐 인근 야산에 암매장한 혐의(강도살인·강도예비·사체유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지난달 11일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이경우·황대한·유상원·황은희에게 사형을, 연지호에게는 무기징역을 각각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